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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5주기를 맞아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가 부산출입국민원센터 앞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5주기를 맞아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가 부산출입국민원센터 앞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윤경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새우꺾기'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 M씨가 구금 342일 만인 지난 8일 보호 일시해제 처분을 받아 풀려났다. 법무부가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한 지 100일 만이다.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대응 공동대책위는 "보호 일시해제가 되었지만 M씨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피해자에 대한 법무부의 직접 사과와 피해 배상,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2007년 2월 11일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로 10명의 이주노동자가 죽고 17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들은 체류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강제단속 대상이 되어 강제추방을 앞두고 보호소에 갇힌 채 출국 대기 중이었다.

당시 경비를 담당하던 직원들은 갇혀있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구조 호소를 외면하고 도주를 우려해 철창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급 공무원들과 경비 등이 처벌받았지만 지휘 책임자들은 처벌받지 않았고 여수외국인보호소는 약간의 시설을 개선한 후 다시 구금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가 있은 지 15년이 지났다. 화성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피해자 M씨의 사례가 보여주듯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그들을 바라보는 인식은 15년간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아래 이주공대위)가 이 사건을 기억하자며 10일 오전 11시 부산출입국민원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천연옥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 소집권자, 김경은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 정지숙 (사)이주민과 함께 이사, 리샤오나 (사)함께하는 세상 사무국장, 이성한 정의당 부산시당 정책위원장, 하계진 노동당 부산시당 공동대표
천연옥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 소집권자, 김경은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 정지숙 (사)이주민과 함께 이사, 리샤오나 (사)함께하는 세상 사무국장, 이성한 정의당 부산시당 정책위원장, 하계진 노동당 부산시당 공동대표 ⓒ 이윤경
   
사회를 맡은 천연옥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울경 공동대책위 소집권자는 "이주공대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에 대한 추모 사업을 15년째 꾸준히 하고 있으며 전국 모임인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에도 참여하고 있다"라고 소개한 뒤 "공동대책위가 화성보호소에 있는 M씨 석방을 요구하며 7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다음날 보호해제되었다. 작은 행동이라도 참 필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김경은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기 위한 제도 시행 30년이 넘었지만 아직 사업장 변경이나 계약기간 연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강제노동을 고착화한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것도 17년이 넘었다"라며 "이주노동자들은 정주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저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이 요구되는 열악한 일터에서 2중, 3중의 고통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현 시기를 사회대전환의 시기라 말한다. 이런 전환기에 맞게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과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라면서 "민주노총은 지난해 이주노동자의 기숙사 근무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고 고용허가제 폐지를 위한 지속적인 투쟁을 하고 있다. 노동자는 하나이며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과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언제나 투쟁에 함께 하겠다"라고 밝혔다.
 
 ▲ “고문 감금은 보호가 아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 “고문 감금은 보호가 아니다.” 기자회견 참가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이윤경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사망자들을 위한 묵념을 제안한 정지숙 (사)이주민과 함께 이사는 "참사가 15년이 되었고 '이제 그만하면 안 되나'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난민 신청자인 M씨를 감금하고 고문,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라며 "미등록 이주민이나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라 여기는 한국 사회의 그릇된 시선이 가혹 행위에 면죄부를 준다"라고 분노했다.

정 이사는 "M씨는 자신의 권리를 알고 주장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감히 불법체류자 주제'에 권리 따위를 요구했기 때문에 그는 갇히고 고문을 당했다"라면서 "법무부는 보호라는 이름의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인 보호소 운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체류 자격은 인간의 권리가 아니고 존재가 불법인 사람은 없다"라고 말했다.

리샤오나 (사)함께하는 세상 사무국장은 "올 겨울도 정말 추웠다. 비닐하우스처럼 난방이 되지 않는 임시 가건물에서 사는 이주노동자들이 얼마나 추울까 생각하며 캄보디아 노동자 속행씨를 떠올렸다"라며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샤워실이 없고 냉난방도 안 되며 잠금장치도 없는 비닐하우스에 살며 1인당 28만 원이라는 월세를 내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통해 속히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이맘때는 항상 춥고 오늘도 너무나 춥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이 오기 마련"이라며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를 기억하며 반인권적 행태를 바로 잡고 모두의 권리가 보장되는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우린 하나 된 노동자(Labor is the one)'라는 노래를 불렀다. 기자회견문은 정의당 부산시당과 노동당 부산시당에서 낭독했다.

지난 8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풀려난 M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법무부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있는 나의 친구들과 형제들에 대한 고문을 멈춰야 한다. 외국인보호소는 한국에게는 물론 전체 인류에게 수치스러운 장소"라며 "아직도 노예 취급을 받고 있는 내 형제들에게 자유와 정의를 돌려달라"라고 말했다.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화성외국인보호소#민주노총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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