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이면 초콜릿을 팔기 위한 영업수단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코로나 시대, 외부와의 단절로 뉴스나 인터넷이 아니면 세상을 알 길이 없다. 바쁜 세상 굳이 상업적인 기념일을 기억하고 챙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자녀가 이런 기념일에 친구에게 선물을 한다고 떼를 쓴다면 부모로서 참 난감하다.
이럴 때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기보다 조금 다른 방안을 생각해 보자.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초콜릿을 한 아름 사서 나눈다는 것도 마음에 허락되지 않는다면, 매년 다가오는 기념일 수제로 만들어 의미를 부여한다면 어떨까?
본 기자의 경우 아이가 자랄 때 친구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그 마음을 높이 샀다. 내가 좋아하고 친한 친구에게 맛있는 걸 나누고 싶어 하는 그 마음만큼은 최고다. 이것에 초점을 맞추고 아이와 함께 정성이 담긴 선물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렇게 2월 14일, 3월 14일, 11월 11일, 친구 생일에 직접 만든 초콜릿 과자를 선물했는데, 친구들이 무척 좋아했고 감동을 받았다.
선물도 초콜릿에만 국한되지 않고 처음에는 초콜릿 간식을 만들더니 점차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 수제 쿠키, 직접 만든 장난감, 아이가 그린 그림을 선물하며 좋아하는 마음을 주고받았다. 물론 항상 만들 수는 없지만 간식이나 장난감을 만들며 체험한 것이 손재주로 이어지기도 하고 직업에 대한 것, 경제에 대한 궁금증을 갖기도 한다.
예를 들면, '초콜릿 시즌 상품보다 직접 만들기 위한 비용이 왜 더 비싼지?'와 같은 질문이 아이는 만들면서 궁금하다. 이럴 때 부모는 자연스럽게 대량 생산과 소량 생산 활동의 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 만든이의 아이디어를 더한 희소성의 가치를 덧붙여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마트에서 한 상자 가볍게 사는 것이 이점이지만, 마음과 정성이 들어간 선물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자녀가 체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초콜릿 데이, 피해 갈 수 없다면 아이와 직접 만들며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자.
견과 듬뿍 초콜릿 만들기
재료: 다크 커버춰 초콜릿 200g, 견과류, 스탠드 볼 2개(냄비 1, 볼 1개도 됨), 중탕용 뜨뜻한 물, 알루미늄 포일, 짜는 주머니(지퍼백)
1. 작은 볼에 뜨거운 물 2컵을 붓는다.
2. 그 위에 초콜릿을 담은 볼을 올려 10분 정도 중탕한다.
3. 초콜릿이 70% 정도 녹으면 주걱으로 살살 저어준다. 주걱으로 저을 때는 섞일 정도로만 저어주고 많이 젓지 않는다. (기포 생김.)
4. 위의 초콜릿을 주머니, 혹은 지퍼백에 넣어 가위로 아래를 0.5cm 정도 자른 후 초콜릿을 짜는 구멍을 만든다.
5. 알루미늄 포일을 바닥에 펼치고 5백 원 동전만큼 초콜릿을 짠다.
6. 초콜릿이 굳기 전 견과를 올려 굳히면 완성이다.
교육적 효과
이렇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드는 체험 과정은 학습적 효과가 크다.
첫째, 초콜릿을 녹이고 굳히는 온도를 관찰하며 과학적 사고가 향상된다.
둘째, 초콜릿이 굳을 때까지 기다리며 인내를 배운다.
셋째, 초콜릿과 재료를 저울에 계량하며 수학적 개념을 익힌다.
넷째, 초콜릿 과자를 만들며 다양한 언어를 배운다.
다섯째, 함께 요리하며 협력하다 보면 협동심이 길러진다.
여섯째, 친구를 위해 선물을 포장하며 타인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
샬롯 메이슨은 '교육은 훈련이다' 고 말했다. 훈련(discipline)이라고 말한 의미는, 교육이란 반드시 좋은 습관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해마다 유행처럼 다가오는 기념일에 아이의 호기심을 억제하기보다 즐거운 활동을 함께하며 물고기 잡는 방법이 되도록 교육한다면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좋은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콜릿을 이용한 간단한 방법이지만 직접 만들어 보고, 그 생각과 느낌을 일기나 글로 적어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 어떤 기념일보다 보람된 날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