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과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서울 중구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많은 사람이 모여 반전(反戰) 메시지를 확산하는 데 동참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나는 그날까지 매주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집회가 끝난 뒤에도 러시아 대사관 앞에 남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1인을 초과한 인원의 집회는 제한됐지만, 참가자들은 저마다 준비한 손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에 오래 거주 중인 프랑스인 브루노(Bruno)씨는 또박또박 한글로 "전쟁을 멈추시오"라고 썼다. 이 피켓이 기자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브루노씨는 연신 피켓을 들고나와 서 있는 일의 무의미함에 대해 피력하다가도 "답답한 심정을 어쩌지 못해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근혜씨 퇴진 촛불 시위에도 꾸준히 참여했다는 브루노씨는 한국전쟁 발발로 한국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아는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기울여주길 촉구했다.
한 청소년 영화제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선아씨는 "우크라이나에 사는 친구의 소식이 끊겨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에 피켓을 들게 됐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전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순간이라고.
가족과 함께 거리로 나온 문현승씨는 "뉴스에서 우크라이나 가족의 생이별 장면을 보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고자 참석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거리로 함께 나온 남편, 아들과 거리를 두고 함께 목소리를 냈다. "우크라이나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지만, 아들의 학원보다, 숙제보다 평화의 목소리를 선택했다"고 말하며 차가워진 손을 더 꽉 쥐었다.
피켓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노트북, 휴대전화 등을 활용해 집단행동에 동참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최아무개씨는 휴대전화에 "Stop the War" 글자를 띄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우크라이나인 남자친구를 둔 최아무개씨는 "(남자친구와) 연락은 닿지만, 내 연락이 오히려 피해가 될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든다"며 거리에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라는 말과 함께 많은 사람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알고 지지를 표명해 주기를 호소했다.
국내 한 정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현종씨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음에 노트북을 피켓으로 활용해 참여했다"면서 "악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정계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