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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국회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의 피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정당 가입 연령을 기존의 18세에서 16세로 하향 조정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각각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에서는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 기회가 확장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들의 장밋빛 전망에 어두운 먹구름이 끼고 말았다.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이 이러한 장밋빛 전망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을 가로막고 있는 정당법부터 살펴보자. 지난 1월에 개정한 정당법 개정안의 개정 취지는 다음과 같다.
 
"현행법은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을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로 규정하여 18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정당의 가입을 허용하고 있으나, 외국의 경우 정당 가입을 통한 정치활동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하여 정당 가입 연령을 낮게 규정하고 있고(영국의 노동당 15세, 독일의 기민당 16세, 사민당 14세), 프랑스와 호주의 경우 일부 정당들은 당원 가입에 연령 제한이 없음. 또한 '공직선거법'의 개정으로 18세 청소년도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된바, 해당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하여 정당추천후보자로서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음. 이에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는 사람의 연령을 16세 이상으로 하향하여 청소년의 참정권을 확대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려는 것임." (국가법령정보센터, 정당법, 2022 1. 21. 일부 개정)
 
개정 취지는 좋아 보인다. "청소년의 참정권을 확대하고" 민주주의의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정당 가입연령 인하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을 가로막고 있는 이유는 정당법 제23조의 1항 후단에 신설된 문구 탓이다. 18세 미만인 사람이 입당 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이것이 정당법 개정안이 '개악'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법정 대리인이 동의를 해주는 정당 가입". 이 문구는 비문(非文)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국민이 동의를 받아 입당할까? 청소년의 참정권은 법정 대리인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그 누구도 청소년의 참정권을 동의해줄 이유도, 동의해야 하는 까닭도 없다. 그러나 단순히 청소년이 권리능력이 부족해서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였다면 유감이라 생각한다.

이 조항에 의거하여 청소년이 법정 대리인을 통해 정당 가입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법정 대리인이 청소년과 정당에 대한 견해차가 있거나 정치 참여에 반대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정 대리인의 눈치를 보며 입당을 포기하거나 만 18세를 넘어 입당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이는 정당법 개정안에서 추구했던 '청소년의 참정권을 확대'는커녕 청소년의 참정권을 가로막는 조항이다.

당원인데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

만 16세로 하향된 정당법에 따라, 청소년들도 당원이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각 정당에서는 '뉴비'(어떤 일의 무경험자)를 모집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양한 청소년 정책의 입법을 약속하며 정치적 '뉴비'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치참여 권유를 하고 있다.

그러나 '뉴비'에겐 공직선거법의 세계는 가혹하다. 공직선거법 제60조 2항에 따라 18세 미만인 "미성년자"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한다. 설령 '뉴비'가 정당에 입당하였을 지라도, '뉴비'는 선거 운동 기간만 되면 SNS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생각을 공유하지 못한다. 중앙선관위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자신의 행위를 규제하고 단속하기 때문이다. 

많은 비청소년들은 하는 거리 유세, 지지선언, 적극적 의견 표명이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그저 '뉴비'들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한다. 청소년도 정치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유입된 '뉴비'들은 비청소년들이 선거운동하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자신에게 '선거운동 제한'이라는 자물쇠가 매여져 있는 걸 볼 것이다. 그리곤 자물쇠가 풀어지길 하염없이 기대해야한다. 이것이 청소년 당원의 현실이다.

분명, 우리 사회는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정당법도 개정하여 정당 가입 연령을 인하하고,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여 피선거권 연령도 인하하였다. 그런데 정당법은 "법정대리인에 의한 정당가입"을 내세우며 '뉴비' 유입에 커다란 장벽을 만들었다. 이 거대한 장벽을 힘겹게 넘은 '뉴비'들은 또다시 '공직선거법'이라는 거대한 자물쇠에 묶여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는 반쪽자리 당원이 되었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우리 사회는 분명, 청소년도 정치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두 팔 벌려 청소년의 정치 유입을 좌우 가릴 것 없이 반기고 있다. 그러나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은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대치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정치적 세대교체",  '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원한다면, 법정 대리인에 의한 정당 가입이 아닌 자신의 의사에 따른 정당 가입을, 미성년자란 이유로 당원인 청소년을 배제할 것이 아닌 정당 가입을 할 수 있는 연령대의 청소년에게는 선거운동을 허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두 법의 개정 없이,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정당 가입도 청소년의 선거운동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할 것이다. 

청소년 시민의 온전한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청소년 '뉴비'들의 정치 입문을 위해 정당법과 공직 선거법 개정을 원하는 바이다.

#청소년정치#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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