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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를 두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전장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날 선 공방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중증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마음이 든다.

장애인들이 오죽했으면 시민들께 불편을 주면서 시위를 벌이겠는가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 이들의 시위로 인해 피해를 입는 전철 이용객들의 불편한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사안이다.

다만 이제 곧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 차별철폐운동을 두고 독선을 버리라느니 아집을 버리라느니 하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필자는 20여 년 전에 장남이 희소병이며 불치병인 근육병을 앓기 시작한 이후로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다가 장애인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찾다가 일본 동경으로 이주하여 거주하고 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장남은 일본으로 입국한 이후 일본인공립소학교(초등학교)에 편입하였으나 점점 상태가 악화되어 광역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특별양호학교(초충고학생이 함께 다니는 장애인학교)로 전학하여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다.

일본에 오자마자 시청을 방문하여 전입신고를 하자 시청 공무원으로부터 아이가 장애가 있으니 장애인 등록을 하고 장애인로서의 각종 지원 혜택을 받으라는 설명을 들었다. 먼저 보행이 곤란하고 휠체어가 있더라도 스스로 구동할 수 없으니 전동휠체어를 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두대씩이나 주겠다길래 왜 두대냐고 물으니 한대는 학교에 놓고 쓰는 실내용이고 한대는 통학 시에 쓰는 실외용이란다.

한대당 500만 원에서 천만 원정도의 전동휠체어를 두대씩이나 받으면서 장애인을 대우하는 데 있어서 내국인 외국인 차별이 일체 없다는 것에 놀랐다. 더군다나 장남이 앓고 있는 근육병은 불치병이고 난병이기에 평생 치료비는 무료라고 하고 병원에 입원을 하더라도 전액 무료라고 한다.

또한 장애인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자가용을 구입하면 각종 세금 면제와 적정량의 연료비를 보조해주며 택시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는 택시비나 전철 비용을 보조해준다.

그리고 장애인이 침대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 전동침대 등이 필요하면 전동침대 구입비용도 정부가 지불하며 매일 상용해야 하는 기저귀나 패드 등의 소모품과 산소호흡기 등 각종 의료보장구 등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상응하는 비용을 보조해준다.

장애의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장남의 경우 중증장애수당으로 월 75만 원정도를 받고 있고 장애인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 일정한 급여도 받을 수 있어 장애인으로서 독립하여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을 확보할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한편 장애의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장남의 경우 매일 아침, 점심, 저녁시간에 식사를 먹여주고 양치질을 해주는 헬퍼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일주일에 4번 전신샤워서비스를 받고 있고 일주일에 한 번은 방문 목욕서비스라 해서 샤워가 아닌 욕조에 몸을 담글 수 있는 전신목욕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렇듯 집안에 장애인이 있어도 나머지 가족들이 함께 거주하면서도 간호에 매달리지 않고 각자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 장애인 가족으로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장남이 중학교까지 장애인 특수학교를 다녔지만 일본의 장애인학교는 신체적 장애와 육체적 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수용, 교육하기 때문에 지능이 정상인 학생은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고등학교부터는 일반 학교에 보내기로 결심을 했다.

학교에서도 장남으로부터도 장애인을 일반 학교에 보내고 싶은 것은 어디까지나 그것은 부모의 욕심일 뿐 장애인 본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정신적인 장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시키지 않는 것은 장애인이라고 장애인으로만 살라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비난을 감수하고 일반 사립고등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문제는 집에서 학교까지 전철을 3번 갈아타고 이동해야 하는 점과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각종 간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학교를 방문하여 상의한 결과 학교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과 함께 학생들이 생활함으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도 키울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고 한다.

아침 통근시간에 집을 나서서 전철역까지는 전동휠체어이니 혼자서 가지만 전철역에 따라서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이 많아 이동이 가장 걱정거리였기에 내가 당분간은 함께 통학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하고 통학 생활을 시작했다.

아들과 함께 통학 생활 첫날 전철역까지 도착하자 역무원이 나와서 여러 가지를 묻는다.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학생인 것을 알았다며 평상시에 몇 시 몇 분에 전철역에 도착할 것인지 또 전철을 갈아타면 어느 역에서 갈아타는지 최종적으로 하차하는 역은 어디인지 꼬치꼬치 캐묻는다.

조사표에 빼곡히 적은 후에 보호자인 내게 '앞으로는 혼자 보내셔도 됩니다'라며 본인들이 책임지고 학교가 있는 하차역까지 안전하게 이동을 책임지겠다고 한다. 마침 내가 이용하는 전철역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없고 더군다나 전동 휠체어라 무겁기 때문에 역무원 4인이 휠체어를 들고 이동을 해야 했다.

부모 된 입장에 이렇게까지 도와주는데 맹숭맹숭 따라갈 수가 없어 휠체어를 같이 들겠다고 했더니 '이것은 저희들의 일입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 자신이 장애인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차별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철 플랫폼에 도착하면 무선으로 하차역에 연락 몇 호차에 탔는지를 통보해주고 하차역에서도 역무원이 나와 이동을 돕고 전철을 갈아타는 지점까지 지원하는 그런 릴레이 방식의 지원을 통해 장남은 이동의 자유를 만끽하며 편안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또 대학에 진학하여 대학을 졸업했다.

요즘 대한민국의 국격이 상승했다고 온통 축제 분위기이다. 영화 <기생충>으로 시작해서 BTS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으며 한국의 가전과 자동차 그리고 반도체 등 최첨단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머지않아 G7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평가도 들려오고 국민소득 5만 불도 머지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뿌듯해 온다.

그런데 말이다.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시위를 해야 하고 집권당 대표가 될 사람이 장애인들이 시위한다고 비난을 퍼붓는 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자기들 사는 동네에 장애인 학교를 짓는다고 지역주민들이 들고일어나는 통에 장애인 부모들이 지역주민들 앞에서 허락해 달라고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하는 나라가 정말 선진국이 될 자격이 있을까?

이제는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귀를 맴돈다. 기회는 공평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던 그 약속은 지금 어디까지 지켜졌는가?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오늘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잘 사는 나라는 돈만 많은 나라 부자나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을 수 있는 그런 나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신체적 장애나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해서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가 희생당하는 나라가 아닌 평범한 시민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사)돌바내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바라보며 미래를 내다본다"라는 모토로 출발한 진보정치의 플랫폼으로 정책생산과 입법활동, 정치활동을 하는 국회등록 사단법인이다. 이에 한국사회의 정치·사회적 내셔날 어젠다(국정과제) 형성에 일조하고자 매월 격주 정책칼럼을 연재한다.


#장애인#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준석#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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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거주하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컨설팅 전문가. 2000년 이후 한국의 선진 정보화 문물을 일본에 소개하고 한국기업의 일본진출을 지원하는 디지털시대의 조선통신사로서 한일양국기업의 협력과 한일양국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활동하고 있으며 메이지대학대학원등 복수의 일본의 대학에서 겸임강사로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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