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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장기화로 초등학교에서 일상이 사라졌다. 등교 중지로 인해 초등학생들이 마주한 문제는 교과학습 결손만이 아니었다. 생활 습관 형성, 협력을 통한 공동체 의식 제고, 교우관계 형성 등 교과 외적인 측면에서 교육 공백이 생겼다. 팬데믹으로 부각된 초등교육의 공백은 그동안 경시해왔던 기본교육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초등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기자말]
초등학생에게 담임교사와 라포(Rapport ∙ 두 사람 사이의 공감적인 인간관계 또는 그 친밀도) 형성은 중요하다. 학생들의 안정적인 학교생활은 교사와 학생 간 정서적 교감을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은 학교에서 담임교사와 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다. 이런 환경 때문에 학생과 담임 간 관계 친밀도 형성이 쉽고 담임교사에 대한 의존도가 일반적으로 높다.
 
전주 효천초등학교의 정민우(25) 교사는 지난해 코로나19 보결 전담 기간제 교사(보결 교사)로 근무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정 교사는 학생들이 좋아할 거란 생각으로 준비한 수업이었지만, 참여도가 낮아 난처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충분한 라포가 형성됐다면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체 교사는 학급 내 갈등 관리에 어려움을 느낀다. 단기간에 파견돼 학생들의 복잡한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 교사는 "학생들은 의존도가 낮은 대체 교사에게 갈등 상황을 알리지 않는다"며 더 큰 갈등으로 번진 후에야 교사가 문제를 파악하게 된다고 했다.

정 교사는 보결 교사를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 간 관계를 파악하지 못해 문제가 생겼던 경험도 있다고 했다. "두 학생이 겉으로 보기에는 친한 사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고 몸싸움까지 일어났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보결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의 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는 담임 교사였다면 다툼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 했다.

흔들리는 정서적 안정감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가 제시한 욕구 5단계 이론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가 제시한 욕구 5단계 이론 ⓒ 김아현
 
정 교사는 초등학생의 기본적인 안정감 충족의 중요성을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 이론'으로 설명한다.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가장 하위 계층인 기본적인 욕구에서 상위계층인 고등욕구로 우선순위에 따라 욕구를 충족시켜 나간다. 1단계는 가장 기초적인 삶의 유지에 관한 생리적 욕구이고, 2단계는 신체적,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는 안전 욕구다. 3단계는 우정, 사랑, 소속감 등을 충족하는 사회적 욕구이다. 하위 단계(1, 2, 3단계)의 욕구 충족은 상위 단계인 4단계 존경 욕구와 5단계 자아실현 욕구의 동기가 된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담임 교사의 일시적 교체로 학생들은 정서적 안정감을 유지하지 못했다. 정 교사는 "안정감이 충족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학습 능력 향상, 자기 발전 등의 자아 성취의 동기를 잃는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의 기본 욕구 결핍이 학생의 내면적 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안정감이 보장된 상황에서 교육을 받는 게 중요하다"라는 정 교사는 교육 환경의 일관성이 유지되어 학생들이 안정감을 가져야 자아 실현 욕구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교사가 즐거워야 아이들이 즐겁다

정 교사는 문서작업, 서류정리 등의 행정업무 부담이 증가해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교사들은 수업 외적인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교외 교육 프로그램도 신청 과정의 복잡한 절차 때문에 마음껏 신청하기 어렵다"며 학생들에게 지금보다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교사가 즐거워야 아이들이 즐겁다"고 말한다. 교사가 온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양질의 교육을 위해 필수적이다. 수업 이외의 업무 부담이 크면 교사는 학생들에 대해 온전한 관심을 쏟을 수 없다. 교사가 수업 준비 및 연구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다면 수업의 질을 향상해 학생들에게 더 즐거운 학습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속 늘어난 교사들의 고충

김희성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은 학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던 교사들의 모습을 회고했다. 방역은 교사들의 기본 업무가 됐다. 교실 소독은 기본이고 자가검사키트 소분 작업까지 교사들의 몫이다.

자가검사키트 구성품들이 담긴 상자가 교무실에 도착하면 교사들은 학급별로 낱개 소분 작업을 시작한다. 면봉, 용액 통, 검사용 디바이스, 노즐 캡의 키트 구성품과 검사 방법 설명서를 비닐에 담아 한 세트로 만드는 과정이다.

학생들의 진단 결과를 수합하고 정해진 양식에 따라 문서화하는 것도 교사의 업무가 됐다. 김 정책국장은 "현직 교사들은 방역에 따른 추가 행정적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초과근무까지 감행하고 있다"며 교사들의 업무 고충을 토로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김희성 정책국장이 코로나19로 교사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말하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김희성 정책국장이 코로나19로 교사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조연주
 
원격 수업이 시작되면서 교사들은 자체적으로 비대면 수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김 정책국장은 "코로나19 대응 초기 공식적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심지어 본인이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신 선생님도 있었다"고 전했다. 교육부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 지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학생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수업 진행을 위해 교사 개인에게 부담이 가중되었던 것이다.

교사들은 사설 플랫폼을 대안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플랫폼에는 '패들렛(Padlet)'이 있다. 교사들은 패들렛을 학급의 게시판과 수업에서의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패들렛'은 사용자가 가상 게시판에 콘텐츠를 업로드 및 공유할 수 있는 실시간 협업 웹 플랫폼이다.

교사들의 노력으로 코로나19 상황에도 수업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교육 공백을 교사들이 직접 나서 채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김 정책국장은 "대한민국은 빠른 성장을 한 나라인데 학교에서의 업무 처리 방식은 여전히 구시대적이다"라며 시대에 맞는 교육 환경의 변화를 촉구했다.

교육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초등학교를 둘러싼 '교육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수경 전국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육부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 위원장은 "비대면 수업이 본격화됐을 때, 교육 현장은 온라인 원격 수업에 대한 매뉴얼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였다. 교사들이 각개전투로 온라인 수업을 이끌어갔다"라고 말한다. 교육 대응을 온전히 교사들의 몫으로 둔 교육부의 느린 대응 속도를 지적했다. 교육부의 늑장 대처는 대면 수업에서도 교사들에게 부담을 안겼다. 학교에서의 위기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부실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자체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정 위원장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대체 인력 수급난에서도 교육부의 대처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확진 교사가 발생할 때마다 학교가 직접 대체 교사를 찾아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며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대체 인력풀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게 했다면 교원 수급난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가 겪는 구체적인 어려움을 고려한 '현장 밀착형 정책'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초등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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