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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심용환 작가가 군산 한길문고에 왔다. 미리 이 정보를 알고 있던 나는 그의 책 <1페이지 한국사 365>와 <1페이지 세계사 365>를 읽으며 강연을 기다렸다.

내가 심용환 작가에 알게 된 건 TV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 : 마스터-X'를 통해서였다. 역사학자인 그는 다양한 지식을 방출하였는데 나에게 그 지식은 전에 알던 단순한 역사가 아니었다. 또한 그는 '현재사는 심용환'이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그 영상들을 보면서 나는 역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군산 한길문고는 지역 서점이다. 지역 서점이지만 많은 작가들이 찾아온다. 첫 책을 낸 새내기 작가부터 수십 권의 저서를 가진 작가들까지. 저명한 작가들이 올 때면 '오오, 이런 작가를 내가 직접 만나다니'라는 감동을 미리부터 하면서 서점을 찾아간다.

반면 첫 책을 낸 작가들과의 만남에는 '설렘'이 있다. 작가 입장에서는 첫 책이기에 떨리는 목소리로 강연을 시작하고 그 떨림은 그 또는 그녀 앞에서 강연을 듣는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져 같이 떨린다. 후에 그 작가의 두 번째, 세 번째 책이 나오면 '아는 사람'이 쓴 책이라는 느낌이 강해 보자마자 구입해 읽는다.
 
손수건에 받은 사인 강연장에서 입고 있던 티셔츠에 사인 받는 아이들을 보며 저도 손수건을 꺼내 사인받았습니다.
손수건에 받은 사인강연장에서 입고 있던 티셔츠에 사인 받는 아이들을 보며 저도 손수건을 꺼내 사인받았습니다. ⓒ 신은경
 
심용환 작가는 저서도 여러 권이며 무엇보다도 방송을 통해 접한 역사학자라서 '조금의 거리감'이 있었다. 강연 주제도 5월에 발행한 신간 도서 <친절한 한국사> 일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강연장을 찾았다. 10분 정도 일찍 강연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빈자리가 없어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겨우 빈자리를 찾았다.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는데 과연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머리가 희끗한 노인부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였다.

강연은 '국채보상운동'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1990년대의 외환위기 시절의 '금 모으기 운동'의 이야기와 비교하면서 이 두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출발했다. 이어 '윤희순', '찬양회', '기독교 여성 선교사', '메리 스크랜턴의 이화학당', '김마리아', '남자현'으로 이야기를 이어졌는데, 그는 '여걸 남자현'에 대해 매우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이유는 '남자현'의 여러 활동들이 밀정에 의해 미리 드러나 어떤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역사시간에 수업 받거나 책이나 영화를 통해 배우게 되는 인물들은 그들의 업적을 배운다. 업적의 크기에 따라 그 인물의 중요도가 달라진다. 나도 그렇게 배웠고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이 이룬 업적으로 발전이 있었고 특히 독립운동가의 경우에는 그들의 업적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심용환 작가는 이 점을 경고했다. 성과를 얻지 못해도 그들의 활동이 중요하고 독립운동가마저도 성과주의로 줄 세우는 점을 강하게 경고했다. 그 경고를 들으며 나는 깜짝 놀랐다. 나 스스로에게도 양육하는 아이들에게도 성과 혹은 점수로 줄 세우기를 하면 안 된다고 늘 이야기하고 생각했었는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을 때 TV 뉴스나 신문 기사를 접할 때 늘 '비판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늘 되새기면서도 그랬다.

강연은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호주제도, 공창제도, 일제 강점기의 노동정책, 형평운동(1923), 강주룡, 제주해녀 항일운동으로 이어졌다. <체공녀 강주룡>이란 소설책을 읽은 적이 있어 '강주룡'에 대한 이야기는 반가웠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강주룡은 90% 이상이 소설 속의 인물에 그쳤다.

실제 강주룡이 노동운동을 했고 평양 을밀대 지붕 위에서 농성을 해서 파업을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파업의 주동자로 알려져 어떤 공장에도 취업을 할 수 없었고 후에 빈민굴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일제 강점기 내내 계속되었고 나는 이 계속될 수 있는 힘이 바로 앞에서 이야기했던 '남자현'의 활동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해도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힘, 바로 이 힘을 가진 이름 없는 인물들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친절한 한국사 역사를 내 자신만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책입니다.
친절한 한국사역사를 내 자신만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책입니다. ⓒ 신은경
 
나는 그 방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장강명 작가의 강연을 들을 때 어느 청중이 이렇게 물었다. "독자로서 책을 읽을 때와 시험 점수를 위한 책 읽기 중 어느 것이 옳은가요?" 어려운 질문이었다. 나도 항상 궁금증을 가졌던 문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장강명 작가는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한 발은 현실에 디디고 부조리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발을 바꿔도 된다. 이건 비겁한 게 아니다." 소설이나 시를 읽고 느낀 감정과 깨달음을 뒤로한 채 주제나 시대적 배경, 작가의 의도 등을 공부하는 건 학생의 입장에서 당연하고 필수적인 것이었다.

나는 역사 공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연표를 외우고 왕의 업적과 중요 인물의 업적과 그 것의 연도를 외우는 것은 시험공부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 다만 시험공부가 다가 아닌 것처럼 내 아이들이 역사를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2014년)에 브라질 월드컵이 열렸다. 그때 아이들은 '프로젝트 수업'을 했다. 브라질에 대해서 축구에 대해서. 나는 역사수업도 이랬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한 학기 동안 특정 시대를 정하고 그 시대의 인물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그들의 업적만을 찾는 게 아니라 그들의 삶과 어떤 목표를 지향하며 살았는지. 이 조사를 통해서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해도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힘'이 현재의 우리에게도 전해질 것이라고 여겨진다.

강연 마지막에 심용환 작가는 미래의 역사공부는 생활, 노동, 인권, 일상의 문제와 모두 관련이 있고 자신만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이런 공부가 진짜 역사 공부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brunch.co.kr/@sesilia11)에도 실립니다.


#심용환#친절한 한국사#선을 넘는 녀석들#역사공부#한길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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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꿈을 이루고 싶은 엄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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