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인천 미추홀구 학산소극장에서 <할배동화>의 공연이 진행됐다. 연극 <할배동화>는 오태영 작가의 <할배동화>를 바탕으로 시니어 극단인 '애락'이 만들어 낸 무대로, 실향민과 탈북민의 아픔과 그리움이 담긴 연극이다.
나는 19일 오후 7시에 이 공연을 보고 극단과 연극의 주제에 흥미를 느껴 <할배동화>의 연출가이자 극단 '애락'의 대표인 신용우 님을 찾아가 짧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연극을 좋아하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의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고 말씀 드리니,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중 일부이다.
- 분단과 탈북자를 다룬 '할배동화'를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실향민과 탈북민들의 이야기에서 생각할 것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실향민이 2만 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대부분이 80대 이상의 고령이며 그 중에서 오롯이 고향(북한)을 기억하는 분들이 60% 정도이다. 그 외에는 요양원 등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상당 수의 탈북민들도 똑같이 실향의 아픔을 겪는다. 아픔의 종류는 자의적, 타의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지만 서로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다고 오태영 작가가 이야기를 썼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생각할 것이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애락'이 노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시니어 극단이기 때문이다. '고무빈병', 사랑, 자녀와의 관계 등에 대한 노인들의 이야기를 노인들이 하는 것이 '애락'의 정체성이다.
세 번째는 인천에서 연극을 하는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안정된 무대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 <할배동화> 공연은 언제부터 준비하셨나요?
"5월부터 작품 선정, 캐스팅 등의 준비를 시작했고, <할배동화>로의 확정은 8월에 했다. 그리고 연습은 9월 14일에 시작해서 두 달 간 진행했다."
- <할배동화>에서 조금 더 신경 쓴 부분 혹은 관객이 신경 써줬으면 하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많은 사람들로부터 잊힌 분단과 전쟁의 아픔, 남북관계를 상기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더 나아가 치매노인이 늘어나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서 이들의 소외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치매노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사회적 차원에서 방법의 마련이 필요함을 알리고 싶었다."
- 앞으로 시니어극단 '애락'은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요?
"앞서 말한 치매 노인들을 위한 요양병원, 노인들의 고독함과 사랑 등에 대해서 다루고 싶다. 그리고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중간에 있는 세대가 가진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 예컨대 배우자를 잃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고독감, 질병, 애정, 자녀와의 유산 상속 문제 등에 대 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
그리고 노인들 간의 연대를 위해 힘쓸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인천 내 노인대학 8개 및 노인센터와 연계해서 시니어 배우를 모집해서 워크숍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노인들이 공연 문화를 수동적으로 보기만 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터뷰를 통해 신용우 연출님의 아버지의 고향이 황해도였다는 점을 비롯해 노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알게 되었다. 특히 이미 70대이신 연출가님은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하신 부분에서 그동안 내가 노인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나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기를 겪고, 이를 바탕으로 나와는 다른 시각에서 노인을 바라보는 이 공연의 관객이 시니어에 그친 것이 아쉬웠다. 무대의 위와 아래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배우님들과 연출님의 모습을 보며 시니어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