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에 유령노동자가 있다. 90%가 여성이고 비정규직이다.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어 온 돌봄 노동이 학교라는 공적 공간에 그대로 옮겨왔고 임금노동으로 공식화되었다. 하지만 교원(교사) 외 학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노동은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학교의 많은 직군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적은 인력으로 힘든 일을 시키며 저임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교육 예산이 넘쳐나도, 국가는 비정규직 노동권 향상을 위해서 예산을 배분하지 않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사회 유지에 꼭 필요한 공공교육·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지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들, '학교 안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급식조리사, 특수교육지도사(특수교육실무사), 청소실무사, 유치원 방과후전담사, 돌봄전담사의 이야기를 6회의 연재를 통해 전한다. - 기자 말
전국의 모든 학교에는 청소노동자들이 있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는 청소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청소실무사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부터 부랴부랴 쓰레기통을 비우러 온 학교를 누빈다. 구석구석 화장실과 복도, 창문 등 넓은 학교를 정해진 시간 내에 전부 청소하기 위해선 무척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움직인 청소노동자 덕분에 아이들은 매일 깨끗한 학교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청소실무사는 최소 3시간에서 최대 8시간까지, 학교마다 근무하는 시간이 제각기 다른데 대부분 단시간 노동자다. 흔히 단시간 노동은 본인이 원해서 선택한 거 아니냐는 인식이 많은데 이는 편견이다. 단시간 일자리는 실제로 그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를 값싸게 쓰고 싶은 사용자의 이익에 따라 불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중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이 분포된 직종은 하는 업무의 강도에 비해 그 가치가 절하되어 저임금 단시간 일자리에 묶여있는 경우가 많다. 청소노동이 대표적인 예다.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중고령의 여성들이며, 높은 강도의 노동을 하면서도 다른 노동들에 비해 부차적이라는 취급을 받는다. 가정 안팎으로 평생을 노동해온 현시대 여성들의 삶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이들의 노동 가치에 대한 가치 절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학교 청소실무사들의 가장 큰 요구도 근무시간 확대다. 근무시간 보장은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 청소실무사가 저임금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생계를 운영하기 어려워 식당 아르바이트 등 겸업을 하고 있다. 또한 교육감이 고용해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임에도 특수운영직군이라는 명칭으로 분류하여 임금체계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배제당하고 있다. 단시간 노동자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은 더욱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휴게실이 보여주는 학교 현장에서 그들의 자리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용역업체 소속이던 청소노동자들이 교육공무직으로 전환되었다. 이는 노조 투쟁의 성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고용 후에도 차별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처우개선으로 가는 길에는 여전히 높고 큰 장벽들이 남아있다.
업무 특성 및 노동강도 상 청소실무사들에겐 휴게실이 꼭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학교 내에 휴게실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아직도 에어컨과 창문조차 없는 좁은 휴게실이 다수이다. 선풍기도 직접 가져와야 하고, 앉을 소파 하나 없이 창고나 계단 밑에 마련된 임시 휴게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세면이나 샤워가 가능한 경우는 아주 소수인데다, 업무 특성상 옷을 갈아입어야 함에도 여성이 대부분인 청소 노동자와 남성이 대부분인 당직 노동자가 휴게실을 공유하는 상황까지도 존재한다.
열심히 투쟁하고 또 투쟁해서 교육청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리기도 했지만, 실상은 권고에 불과해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예산 및 학교 내 공간 문제를 핑계로 휴게실 설치 및 개선을 거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외에도 피복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명확한 배치기준도 없이 인력을 배치해 압축노동을 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또 국가에서 '모든 노동자가 차별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한 복리후생수당도 지급되지 않는 곳도 있다.
가정과 학교, 일터, 병원, 버스나 지하철, 거리 등 사회의 모든 크고 작은 공간들이 청소노동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다. 그만큼 필수적으로, 당연하게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들의 존재나 노동의 과정을 쉽게 지워버리곤 한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청결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곳에서 정작 그 공간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집담회에 참가한 김선미(62년생, 근무 10년차) 청소실무사와 학교 안 청소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청소노동은 대표적인 필수노동임에도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노동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일을 시작한다. 저의 경우 작년까지 제일 먼저 교장실 청소를 했었는데 교장보다 일찍 와서 교장실 청소를 해놓는 것이 업무 중 하나였다. 올해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이 교장실 청소는 안 해도 된다고 해서 하지 않고 있지만 학교에서 업무를 지시하는 학교 실장이나 교장의 스타일에 따라 청소실무사들의 근무환경도 많이 달라진다."
- 휴게실조차 보장되지 않는 학교가 많다고 하는데.
"학교에서 10년 넘게 일을 하면서 휴게실 문제로 눈물도 참 많이 흘렸다. 언제는 급탕실(배관시설이 되어있어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곳, 목욕탕 타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함)에서도 지내보고, 돌봄교실 모퉁이에서 생활하기도 하고... 설움이 많았다. 지금은 노조와 함께 투쟁해서 부산의 경우 1년에 100개 학교를 지정해 휴게실을 마련하도록 공문이 내려왔다. 그러나 아직도 휴게실이 미비한 학교들이 많다. 여전히 계단 밑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있다. 특히 비조합원의 경우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니 더욱 그렇다. 올해 8월부터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휴게실 설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법 위반이라고 한다. 법이 제대로 시행되어 전국의 모든 청소실무사들이 온전한 휴게실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
- 학교 현장에서 단시간 노동자가 겪는 현실은.
"청소는 단시간 근무라 오후 2시 30분에서 3시가 되면 마치다 보니 추가로 퇴근 후 시간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소실무사들 중엔 가장 역할을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한 달 월급이 130~140만 원 정도로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해 생활이 너무 어렵다. 이렇게 생활이 어려우니 대부분 식당이나 다른 곳에서 시간제 일을 하느라 바쁘다. 다들 너무 피곤해 매일 버스에서 졸면서 학교를 오고 간다. 마음이 아프다. 그나마 노동조합과 함께 싸워서 (일하는 시간을) 30분 늘리고, 10만 원이 올라갔을 때 정말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다. 시간을 더 연장해줬으면 한다."
- 학교 안에서 차별받았던 경험이 있다면.
"차별과 설움에 10년 동안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동안 투쟁하면서 처우가 조금씩 나아졌지만, 아직도 학교 안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눈은 좋지만은 않다. 인사도 안 해주는 선생님들도 많고, 무시하는 분들도 많다. 되려 아이들이 오늘도 깨끗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잘 해줘 고맙다."
- 고된 노동환경 속에서도 이 일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뭔가.
"어느 날 한 아이가 사탕을 주면서 '이거 드시고 하세요~'라고 하더라. 그게 너무 고맙고, 내가 이렇게 보람찬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내가 아파서 2시간 조퇴를 하게 되면 휴지가 이만큼 쌓여있고, 아침 일찍 다 다니면서 그 휴지를 먼저 버리는데 더러운 게 안 보이니까 내 마음도 깨끗하고 좋고, 아이들이 깨끗하다 할 때마다 뿌듯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보고 젊은 기를 받아서 젊게 산다."
청소는 학생들의 건강권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영역이다. 청소실무사 근로시간 확대 등의 처우개선은 학교를 더욱 깨끗하게 할 수 있는 수단이자 학생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건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인사 하나에도 뿌듯해지는 청소노동자분들의 마음과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번 글은 연재 마지막으로 청소노동자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