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탐구 미니콘 : 요즘 부모'가 60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부모탐구 미니콘은 자람패밀리가 부모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자 기획한 프로젝트로 2019년 부모 커뮤니티의 사회적 의의를 조망한 데 이어 올해는 '요즘 부모'를 테마로 정하고 두 번째 시즌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시즌에서는 4차 산업혁명, 일·가정 양립, 코로나 등 급변하는 사회·환경적인 이슈 안에 살고 있는 부모들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부모들과 함께 알아봤습니다.
요즘 부모들과 모이다
부모탐구 미니콘은 요즘 부모 100명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요즘 부모들의 이야기는 누구보다 부모로 살고 있는 우리들이 잘 알고 있으니까요. 미니콘을 30일 앞둔 날부터 하루에 하나씩 자람패밀리 인스타그램에 요즘 부모에 대한 콘텐츠를 올리며 부모로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부모인칭'으로 함께 나눌 부모 패널 100명을 모집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역할 중심이 아닌 아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한 어른으로 바라보며, 양육을 넘어 부모의 삶을 탐구해보자는 이야기에 패널 참여 문의가 이어졌습니다. 자격을 묻는 분들도 적지 않으셨습니다. 자람은 부모의 전문성은 부모로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만큼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로 정성을 다해 살고 있다면 자격은 충분합니다.
'부모인 나'의 이야기를 부모 인칭으로 나누다
부모 패널 100분께 사전 질문을 드렸습니다. "요즘 부모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은 "어떤 이야기라도 좋다"였습니다. "육아가 아닌 부모인 나, 부모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고팠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부모들이 많았습니다.
일을 즐기는 법, 부모로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부모인 나를 힘 나게 하는 것, 아이가 닮았으면 싶은 나의 장점 등 부모 패널들이 남겨 주신 질문을 오픈채팅방에서 함께 나눴습니다. 그 중 '흔들릴 때 중심을 잡는 법'에 대해 오간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흔들릴 땐 흔들려보세요. 흔들리는 걸 왜 우리는 그렇게 무서워할까요? 흔들리다 보면 중심은 자연스레 잡히더라고요."
"흔드는데 안 흔들리면, 그건 '시체' 아닌가요?"
"저도 흔들리면서 내가 왜 흔들리는지, 뭘 원하는지를 들여다봐요."
"중심을 잡는다고 잡아도 그게 정작 중심이 아닐 때가 있더라고요. 흔들림을 마구잡이로 뒤흔드는 것보다 살랑거리는 설렘의 이미지로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우리 모두 흔들리지 않으려고 해봤고, 그럴 때 더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는 걸 경험해 봤기에 나눌 수 있는 이야기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분께서 "내가 왜 부모가 됐는지가 궁금해졌다"고 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각자 부모됨의 의미를 떠올렸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991년만 해도 결혼한 여성 10명 중 9명은 '자녀는 꼭 있어야 한다'고 답했지만 2000년에는 6명, 2018년에는 5명이 동의했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결혼과 출산이 통과의례였던 시대에 나고자라 부모됨을 '선택'했습니다.
"주변에서 아이를 꼭 낳아야 하냐고 묻곤 하는데 설명하기 어렵더라고요. 머리로는 알 수 없는 큰 감동을 누리려면 아이를 낳으라고 답을 해요."
"길가에 핀 꽃, 하늘의 색, 산의 모습...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무신경하게 지나치고 누리지 못 했을 거예요."
"아무래도 알 수 없는 큰 감동보다는 알 것 같은 큰 희생이 다가오기 쉽죠. 근데 안 낳아보면 모르는 거기도 하고 낳았는데 아니라고 무를 수 없는 거라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아이가 멋진 어른으로 살고 싶은 동기를 주는 건 확실해요."
'좋은 어른'으로 자라는 중입니다
전문가 패널 네 분이 나눠주신 관계, 정답, 나, 혼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도 각자 '나'의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부모 패널 썬아무개님은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는데, 요즘 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와 서로의 삶을 응원해주는 관계가 된다면 꽤 괜찮을 것 같다. 아이와 좋은 삶의 동지로 성장해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해아무개님은 "부모교육을 들으면 무언가를 해줘야 할 것 같고,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었는데 미니콘은 함께 하는 동안 내 안의 에너지가 차오르며 힐링이 됐다. 나는 이미 충분한 부모이고 더 잘 살고 싶다는 의지가 차오른다"고 하셨어요.
부모가 되면 아이에게 무얼 해줘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아이가 잘 자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 그런데 부모로서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두면 역할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부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를 키우는 '도구'가 되고, 내가 없어지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행복할까요? 부모가 아이를 위한 도구로 살면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대로 자라야 하는 꼭두각시가 됩니다.
부모는 아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부모가 해야 하는 건 나도 아이도 '한 사람'으로 대하며 같이 잘 사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우리 모두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 동시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