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전국 언론노동조합 제2회 뉴스룸 세대갈등 토크쇼에 따르면, 2030 세대는 이직을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로 소통 안 되는 조직문화를 꼽았다. 2030 세대가 세대갈등의 두 번째 요소로 말한 건 구성원 한 명 한 명에 대한 기업의 관심 부족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지족동에 위치한 ㈜ 오늘배움 사무실에서 만난 주방현 대표의 생각도 비슷하다. 창업 10년째를 맞이한 30대 청년 기업가인 주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건 아니"라고 운을 뗐다.
경영학을 전공해 해외 영업에 관심이 많던 주 대표는, 전공을 살려 실험 장비를 연구·생산하는 대전의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연봉, 근로환경 등 객관적인 근로 조건이 괜찮은 회사였다. 한 달 인턴 기간을 거친 뒤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조건이었다. 한 달 동안 새벽 6시부터 인부들과 회사 담당자와 함께 책상을 들어 나르는 등 소위 힘쓰는 일을 했다. 주 대표는 한 달만 지나면 내근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텼다.
"일이 없어도 야근하는 문화였어요. 그런데 하루 뒤면 한 달을 채우게 되던 날, 설비팀 노동자가 일하다가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리고 대표님이 저를 불러서 한 달 동안 공장 업무를 더 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 일하면 해외 영업을 할 때 제품을 더 잘 알고, 소비자의 취향도 알게 돼 도움이 될 거라는 설득 같은 건 없었다. 지시만 있을 뿐이었다. 대체물 취급해 뺑뺑이 돌린다는 생각이 들어 직장을 그만두었다. 얼마 후, 어렵게 수도권 회사의 해외 영업팀에 입사했다. 예상과 달리 해외 영업을 출장이 아닌 이메일과 전화 연락으로만 진행하였다. 시차 때문에 밤에 해외 영업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몇 시간 못 자고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탓에 건강이 무너졌다.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두 번의 회사 모두가 조직원이 어떤 꿈을 갖고 있느냐 관심을 두지 않는 문화였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창업하는 방법 밖에 없었죠."
회사의 일상을 기록하면 홍보가 돼요
영문학 전공을 한 부인과 영어학원 창업을 준비하던 주 대표는 해외 영업에 관심 많았던 점을 살려, 미국에서 진행하는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열심히 찾아봤다. 그 과정에서 영어 도서관 형식의 영어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해당 업체에 직접 문의하는 등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을 비교해 유용한 교육 프로그램 내용과 운영 방식을 개발했다. 영어 도서관 형식의 영어 교육 프로그램이 수도권에는 있었지만, 계룡에는 없던 시절이었다. 홍보는 블로그를 십분 활용했다.
"하루하루 있었던 일을 블로그에 기록했어요. 오늘은 어떤 영어 프로그램에 대해 서치했다. 영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미국 업체에 전화해서 어떤 걸 문의했다. 또 어떤 학부모님이 찾아오셔서 이러저러한 상담을 해드렸다. 영어 교육과 관련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하나하나를 모두 블로그에 기록했어요."
다른 영어학원의 블로그에 올라온 영어 교육 질문에 대해서도 착실하게 답을 달아주었다. 입소문 덕분에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영어 교육 사업이 2018년 꺾임세로 돌아섰다. 저출산 때문에 계룡의 초등학생 수가 줄게 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기업인은 계속 변신해야 해요
기업 방향에 대해 고민하던 주 대표는 2020년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온라인 중심의 교육에 대한 고민이 커졌던 시기에, ㈜ 오늘배움을 창업했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을 통해서였다. ㈜ 오늘배움의 목표는 '디지털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교육을 통해 3분 안에 적응하도록 돕고, 세 시간 만에 익숙하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이다. 최근에는 메타버스에 대한 사업도 하고 있다.
"코로나 19 때문에 대면 모임을 계속 못했었잖아요. 유성구청 같은 지자체에서부터 메타버스로 모임을 해 달라는 요청이 먼저 들어오더라고요."
그는 지역에서 메타버스 전문가로 자리 매김 해 가고 있다. 지난 10월 이를 인정받아 ㈜ 오늘배움은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 기업에 선정되었다. 주 대표는 "거동이 불편해서 교육을 못 듣는 노인분들이나 장애인분들이 자신이 만든 메타버스를 활용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가상의 공간에서 모여 같은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뿌듯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며 활짝 웃었다.
덧붙이는 글 | 사회적협동조합 세상만사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