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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지능'이란 지적 장애 수준은 아니지만, 평균보다 낮은 지적 능력을 말한다. 본 개념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1980년 개정된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따르면 IQ 71~84 사이를 '경계선 지적 기능'으로 정의한다. 한국 역시 해당 편람의 기준에 따라 '경계선 지능'을 규정하고 있으나 일상에서의 ▲ 언어 ▲ 행동 ▲ 학습 능력 및 사회적 기능 수준과 상담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경계선 지능이 언급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14년 EBS '심층취재 경계선 지능' 보도 이후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의 시선과 교육 및 복지 개선 속도는 제자리걸음이다. 이에 취재팀은 경계선 지능인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재조명하고 사회의 다각적 변화를 도모하고자 본 취재를 시작했다. 특히 단순 문제 지적을 넘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에 따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에 집중했다. 지난 3월부터 경계선 지능인 당사자, 학부모, 특수교사, 경계선 지능 전문가 등 14명을 인터뷰했으며, 관련 데이터 분석 등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경계선 지능인의 삶을 총 4편으로 나누어 살펴본다.[기자말]
경계선 지능인은 지칭 그대로 장애와 비장애 사이 '경계'에 놓여 있다. 이에 통일된 공식 명칭도 없다. ▲ 경계선 지적 장애 ▲ 일반적 학습 장애 ▲ 느린학습자 등 명칭뿐 아니라 교육시스템도 혼재되어 있다. 이에 경계선 지능에 대한 개념 이해와 용어통일이 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명쾌하게 용어를 확립하기에는 대상별 입장 차가 존재한다. 먼저, 학부모 단체의 경우 '낙인'에 대한 부담감으로 '경계선 지능'이라는 용어 사용에 긍정적이지 않다.

"한 번 경계선 지능으로 진단받으면 학교나 주변에서 편견으로 바라보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경계선 지능'이라는 낙인은 걸림돌이 되는 거죠." - 홍세영 이사 (느린학습자시민회)

반면 경계선 지능인 대상 교육 및 복지 사업을 담당하는 현장에서는 느린 학습자, 경계선 지능 등 다양한 용어가 함께 쓰임으로써 발생하는 각종 혼란을 이유로 '경계선 지능' 용어 사용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보호자들이 느끼는 부담감 등에) 프로그램명을 경계선 지능 아동에서 느린 학습자로 일컫게 되다 보니 경계선이라는 단어가 순화는 됐지만, 한편으로는 학습 부진과 오버랩되어, 왜곡 소지가 조금 있어요." - 윤상이 팀장 (지역아동센터 충북아동지원단 경계선사업팀)

"다시 '경계선 지능'으로 돌아가야"

국내에 '느린 학습자(Slow Learners)' 개념을 처음 언급한 경계선 지능 연구소 '느리게 크는 아이' 박현숙 소장은 느린 학습의 특성을 가진 집단은 ▲자폐 ▲ ADHD ▲ 학습부진 ▲ 학습장애 등 상당히 많다며, 느린 학습자 전체를 경계선 지능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용어 혼재는 대상에 특화된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마련하는 데에 어려움을 가져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관련한 정책이나 서비스를 마련할 때는 반드시 '경계선 지능'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경계선 지능 연구소 ‘느리게 크는 아이’ 박현숙 소장 경계선 지능 연구소 ‘느리게 크는 아이’ 박현숙 소장이 경계선 지능 용어 사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경계선 지능 연구소 ‘느리게 크는 아이’ 박현숙 소장경계선 지능 연구소 ‘느리게 크는 아이’ 박현숙 소장이 경계선 지능 용어 사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 ⓒ 김윤지, 김제원, 윤은영
 
25만 명 vs. 80만 명... 여전히 부족한 사회적 인식

지난 2021년 12월 말 기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장애인 등록현황에 따르면, 국내 거주 중인 발달장애인은 총 25만 5207명이다. 반면 경계선 지능인으로 추정되는 인원은 약 80만 명으로 발달장애인 수의 약 3배 이상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관심은 물론 관련 복지 및 제도는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전국 경계선 지능 관련 조례 경계선 지능 관련 2016년 6월 30일 ~ 2022년 8월 기초자치단체 조례
전국 경계선 지능 관련 조례경계선 지능 관련 2016년 6월 30일 ~ 2022년 8월 기초자치단체 조례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발달장애와 경계선 지능은 관련 기초자치단체 조례의 수부터 차이가 난다. 최초의 경계선 지능 지원 관련 내용을 담은 전라남도 교육청 조례안의 공포일자를 기준으로 발달장애와 경계선 지능 지원에 관한 조례의 수를 비교해 보았다. 비교 기준 일자인 2016년 6월 30일부터 2022년 8월까지 시행되고 있는 발달장애인 지원에 관한 조례는 124개. 14개인 경계선 지능 지원 조례 수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장기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해

조례가 있어도 지원하는 대상이 각기 다른 것도 문제다.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교육 정책은 대부분 '초·중등교육법', '평생교육법'을 근거로 한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법과 달리 초·중등교육법은 만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다. 지원받다가도 성인이 되면 지원이 끊기게 되는 상황이다.

"(경계선 지능 아이들이) 한 달, 1년만 (교육) 받으면 되는 게 아니에요. 생애 주기에 따라 받아야 하는 지원들이 꾸준히 있어요… 그런 지원을 하려면 좀 더 장기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이 되어야겠죠." - 이애진 대표 (써큘러스리더)

또한, 초·중등교육법을 근거로 한 조례의 경우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이 주요 내용이 아니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 지원 사업'을 바탕으로 해, 기초학습 및 학습 부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 인지 치료 ▲ 심리 치료 ▲ 사회성 치료 등 다양한 맞춤 지원이 필요한 경계선 지능인은 균형적 발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순 학습 부진에서 경계선 지능이 되기까지

반가운 건 최근 들어 교육 정책 및 실무자들 사이 '경계선 지능' 개념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취재팀은 각 지역 교육청의 관련 관심도 변화 추이를 알아보고자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민선 6기·7기·8기 교육감 당선인들의 경계선 지능인 관련 선거공약을 분석했다. 분석은 '학습 부진' '느린 학습자' '경계선' 등의 키워드 중심으로 이뤄졌다.

분석 결과 지금껏 '학습 부진'에 관한 내용의 공약은 있어도 '경계선 지능' 언급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의 각 시도 교육감 후보 공약 중 일부를 살펴보니 "난독·경계선지능 학생을 위한 전담팀 운영 확대" "느린학습자 지원을 위한 민·관·학 기초 문해력 프로그램 운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선인들의 공약에 '느린 학습자' '경계선 지능'이라는 단어가 나온 건 올해가 처음이다. 학습 부진 및 특수교육 대상에 포함되었던 이들이 이제야 경계선 지능, 느린 학습자 등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경계선 지능인'입니다] 
한국 사회 경계선 지능인의 삶 1편
한국 사회 경계선 지능인의 삶 2편
한국 사회 경계선 지능인의 삶 4편

덧붙이는 글 | 본 취재물은 '제5회 뉴스통신진흥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 대상 수상작입니다.


#경계선지능#경계선지능인#느린학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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