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돼버린 요즘,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원치 않는 퇴직을 하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27일 대전광역시 대덕구 신대동에 위치한 온미디어 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정종한 온미디어 협동조합 대표를 만났다. 그는 광주의 한 방송국에서 20년 이상 일한 베테랑 영상 촬영 감독이다. 2019년 직장을 그만둔 그는 현재 대전광역시 대덕구에서 마을 미디어를 운영하는 신중년 기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정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 20년 방송국에 있으면서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수없이 생각했어요. 그냥 일이 있다고 하면 촬영하러 가는 것밖에 없는 생활이었으니까요."
2007년쯤에 우연히 전국 미디어 지도자 대회에 참석하게 됐다. 전국에서 모인 풀뿌리 미디어 활동가들의 사례 발표를 보며, 새 세상이 열리는 걸 경험했다. 그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 미디어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그곳에서 처음 목격했다.
"윗사람들이 요청하는 대로 방송을 촬영하던 사람이었잖아요. 주민들과 협력하여 지역 미디어를 만들어 내는 사례를 보며, 우와 했어요."
아이와 성인에게 미디어를 가르쳐주는 활동가의 열심에 감탄했다. 지역만의 특색있는 뭔가를 하나씩 만들어 가는 그들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나보다 훨씬 앞서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웠어요."
직장을 대전으로 옮긴 그는 2014년 대전지역에 시청자 미디어 센터가 생기자, 미디어 교육 지도사 과정을 이수했다.
"미디어 지도사 교육을 받은 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어요."
모이자, 해보자 사업을 이용했어요
마을 주민들에게 미디어 교육을 시키자고 1회 졸업생들에게 제안했다. 모두들 "그러마" 하였다. 문제는 돈이었다. 사업을 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예산 조달을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중에, 대전광역시 대덕구에서 모이자 사업을 한다는 공고를 봤다. '옳거니' 무릎을 쳤다. 모이자 사업으로 시작한 공동체 활동은 다음 해 해보자 사업으로 이어졌다.
"2년 지나니까 10명으로 시작했던 공동체가 3명으로 1/3 토막 나더라고요. 미디어를 배우겠다는 교육생은 많은데, 공동체 사업을 꾸려가겠다는 사람들은 하나, 둘 빠져나갔어요.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공동체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지속하기가 어려웠어요."
정 대표는 2019년 사표를 던졌다. 지역의 이야기를 미디어로 만들어 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대덕구의 이야기를 다뤄주는 방송과 신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그 일을 하고 싶었다.
공동체 사업은 지역의 조직을 활용하면 도움이 돼요
그런 마음으로 2019년 온미디어 협동조합을 창립했다. 미디어 지도자 교육, 모이자 해보자 사업 그리고 대덕구 자치위원회 구성원들이 조합원이 돼 주었다.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 2022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도 참여하였다. 노력은 결심을 맺었다. 16면짜리 대덕마을신문이 발간된 것. 이를 위해 정 대표는 기자단 교육을 시키고, 컨설팅을 받으며 신문 제작의 노하우를 배웠다.
대전에서 최초로 마을 신문을 만든 관저마을신문 기자들이 도움이 주었다. 16면 짜리 지역 신문을 만든 건 대덕마을신문이 최초다. 정 대표는 노인 인구가 절반이 넘는 대덕구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노인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신문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온미디어 협동조합은 올해 지역형 예비사회적 기업이 되었다.
정 대표는 "제가 익숙했던 미디어 활동을 공동체 활동과 접목해서 사회적 기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잖아요. 이 나이에 이렇게 살게 될지 몰랐어요"라며 "요새는 평생직장 개념이란 게 없잖아요. 익숙한 것, 잘할 수 있는 걸로 새 길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은 인생 같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덧붙이는 글 | 사회적협동조합 세상만사 블로그에 중복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