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해 꼬박 애써서 만든 나의 첫 책인 <엄마의 브랜드>가 드디어 출간됐다. 십 년 넘게 출판 에디터로 일하며 백 권이 넘는 책을 만들었지만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출판의 전 과정을 오롯이 경험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이니 얼마나 많은 변수와 시행착오를 겪었겠는가. 그에 대한 이야기는 며칠이 걸릴 거 같으니 여기선 일단 접어두기로.
출판사에서 출판편집팀 소속 직원으로 일할 때는 정말 몰랐다. 종이값이 얼마인지, 서점 입고가 이렇게 쉽지 않은 것인지, 문화 강국이라 부르면서 여전히 대한민국 출판 문화 생태계는 살얼음판인 게 무엇 때문인지...
종이값은 인쇄소마다 차이가 있지만 물가상승으로 현재 기존 단가보다 30%가량 인상됐고, 서점 입고는 서점 사장님들도 먹고사는 게 쉽지 않은 형편이라 신생 출판사의 책을 덜컥 사입하는 게 부담인 현실이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 한 명의 문제라고 할 수 없으니 말을 아끼겠다.
1인 출판사이기 때문에 대표도 나, 직원도 나 하나다. <엄마의 브랜드>는 내가 이 책의 저자이면서 책임편집자이자 마케터이기도 하다. 저자와 편집자는 책이 출간됨과 동시에 일이 끝났는데, 마케터는 이제 일 시작이다. 출판사에서는 당연히 한 권의 책을 만드는 데 프로세스별로 각각 자기의 업무를 담당했지만, 1인 출판사는 척척 착착 공장 돌아가듯 일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니 성질 급한 나로서는 도무지 이 삐걱거림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아쉬움과 한숨이 절로 나와도 내 책은 내가 팔아야 하는 게 현실이니 천천히, 그 걸음을 떼는 수밖에.
온라인 서점은 문의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고, 오프라인 서점은 내가 사는 강원도 원주부터 차차 입고처를 늘려가는 중이다.
2019년 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나는 <원주투데이> 객원기자였다. 맛집멋집 코너를 담당했고, 가끔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 취재를 했으며, 피플앤피플 코너의 인터뷰 기사를 쓰기도 했다. 내가 객원기자로 활동할 시기에 원주에서는 하나둘 동네책방과 독립서점들이 늘어났고, 그에 대한 기획 취재를 처음으로 단독 보도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동네책방과 독립서점들의 숫자가 늘어났고, 올해부터 '원주 독서대전'을 5년 동안 열 예정이다. 원주시로는 무척 고무적인 일인데 시민들도 그렇게 느낄지는 모르겠다. 책은 작가가 제일 많이 사서 보는 게 현실이니까.
그래도 오늘 단계동 '책빵소'에 입고하러 갔다가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오는 걸 보고 반가웠다. 이화마을에 위치한 '시홍서가'에도 두 종의 책을 입고했고, 흥업면 대안리에 위치한 '터득골북샵'에도 두 종의 책과 엽서 굿즈를 입고했다.
원주에서는 해당 동네책방과 독립서점에서 내 책을 구매할 수 있다. 어떤 분이 사갈지, 어떻게 읽을지 상상만으로도 두근거려 잠이 쉬 들지 않는 밤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책이 어디까지 나를 데려갈지 하늘 위에 계신 분만 아실 테니 나는 묵묵히, 느리지만 꾸준히 고유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정성을 다해 책을 지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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