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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국민과 소통하는 주요한 창구다. 각종 국정현안에 대해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 물으면, 대변인·부대변인은 기자들과 상시 소통하며 대통령실의 입장을 전한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부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다. 언론의 취재 전화는 매일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시작되었고, 시도 때도 없었다. 그 전화를 받기 위해 잠들 때도 휴대전화를 늘 머리맡에 두고 자곤 했다. 옷 속에 둬서도 안됐고, 식사 때도 밥상 위 반찬처럼 늘 함께했다. 나의 동료는 방수 비닐팩에 휴대전화를 넣고 목욕탕에 갈 정도였다.  

대변인과 부대변인이 없는 초유의 상황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지난 1월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전 회의에서 합동 드론부대 창설 및 스텔스 무인기 연내 개발을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지난 1월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전 회의에서 합동 드론부대 창설 및 스텔스 무인기 연내 개발을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렇듯 1년 365일 퇴근 이후에도 사실상 근무가 계속되는 자리가 대통령실의 대변인, 부대변인이다. 고된 업무 탓인지 인선 때마다 적임자를 찾는데 늘 애를 먹었지만, 그럼에도 직전 정부는 후임인선에 필요한 초단기간을 제외하고 공석 없이 자리를 채웠다.  

최근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일정유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직했다. 대변인 역시 지난해 9월에 인사 이후 지금껏 공석 상태이니 2023년 현재 대한민국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라는 대통령실에 언론과 상시 소통하는 대변인, 부대변인이 전무하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초유의 상황이다.  

혹자는 홍보수석이 있지 않느냐고 말할 것이다. 대통령실 운영 시스템을 잘 모르고 하는 억지 주장이다. 홍보수석은 홍보기획, 대변인실, 해외홍보, 대외협력(옛 춘추관), 뉴미디어 등 각기 다른 영역의 업무를 맡고 있는 5개 비서관실을 지휘한다. 각 비서관실 업무를 보고받고, 지시하고, 조정하며 결정사항을 처리해야 한다.

이 일만으로도 하루가 짧다. 참석해야 할 회의가 수도 없이 많다. 대변인이나 부대변인처럼 언론 소통업무에 전념할 수가 없는 구조다. 더군다나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어림잡아도 100여명이 넘는다. 대변인, 부대변인도 없는 가운데 홍보수석이 혼자 그 많은 취재기자를 감당한다는 것은 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청와대 소통창구의 역할

필자가 부대변인이었던 기간인 2020년 상반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국민들을 위해 전 국민 대상 첫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됐다.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단행된 재난지원금의 최초 제안 때부터 최종 지급까지 언론의 취재는 빗발쳤다.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하는 국정현안이 단방에 결정될 수는 없는 일, 검토할 것이 수없이 많고 시간도 필요했다. 그러나 최초 제안 직후부터 국민의 관심은 오직 한 가지 '지원을 하느냐, 마느냐', 한다면 '선별 지급이냐, 전 국민 지급이냐' 였다. 혼선이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상황이었다.

순탄치 않은 그 과정에서 당시 대변인과 부대변인이었던 필자는 언론의 취재전화에 매일 기진맥진했다. 필자의 몸이 녹초가 되는 것만큼 논란은 최소화됐고, 국정혼선은 발생하지 않았다. 헌정 사상 최초로 결정된 재난지원금 지급이 큰 혼선과 후폭풍 없이 이뤄진 데에는 당시 청와대의 언론소통이 한몫했다고 감히 자평하는 이유다. 결국 언론을 통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국정현안에 답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좋고, 국민에게도 이로운 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이 사례가 증명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정권은 바뀌었지만 민생은 여전히 힘들다. '난방비 폭탄'을 비롯해 안 오르는 것이 없는 생활물가, 고금리로 국민생활은 매일 고단하다. 이를 타개할 대책으로 정부는 무엇을 검토하고 있는지, 국정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인지 국민은 궁금하다.

언론의 취재가 빗발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언론소통을 전담하는 대변인, 부대변인이 모두 공석이다. 수시로 전화해 상황을 국민께 전달할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구조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정책실 수석과 비서관에게 물으면 될 것 아닌가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이 분들은 정책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언론취재에 일일이 응하고 싶어도 그리 할 시간도 없다. 손해는 대통령과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다. 

권한은 행사하면서 할 일 안 하는 정치는 위험을 초래한다

단언컨대 국민이 알기 원하는 현안에 상시적으로 답하는 것은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사람들의 소명이다. 대통령실의 본연의 업무다.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국정을 책임질 수 없다.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소통의 과정은 분명 힘이 들지만 소중한 새 생명을 얻기 위한 어머니의 산고의 시간과 같다.

그래서 언론과의 소통의 업무를 전담하는 자리를 모두 비워놓는 것은 그래서 옳지 못한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주권자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초 신년사만 발표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하곤 1988년 이후 역대 대통령이 거의 매년 했던 신년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국정현안에 대해 언론과 대통령의 질의 응답이 없었다. 결국 대통령실은 자신이 필요할 때 혹은 원하는 방식으로만 입을 열고, 귀는 닫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권한은 행사하면서 할 일은 하지 않는 정치, 견제받지 않는 권력, 경청하지 않는 정부는 위기를 스스로 자초할 뿐이다. 대변인과 부대변인을 모두를 하루속히 임명해 국민이 듣고자 하는 것에 상시적으로 답을 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대통령실의 기본 업무를 제대로 하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부대변인 윤재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부대변인 윤재관. ⓒ 윤재관 제공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부대변인을 지냈습니다. 현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있습니다.


#대통령실#대변인#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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