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호기심에 취미 삼아 요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 지 어느덧 4년이 넘어간다. 내 유튜브 채널에 쌓인 영상도 200개가 있고 구독자도 최근에 3000명이 넘었으니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근황을 물어보면 "저 요즘 유튜브 해요!" 하고 말하고 다닐 정도이다.
고등학생 딸 아이의 초등학생 시절 꿈은 당시 여느 또래처럼 유튜버였다. 당시 나는 유튜브에 대해 선입견이 있어서 영상을 통해 불특정 다수 대중에게 노출될 경우 아이가 입을 피해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가끔씩 영상을 보는 것은 괜찮지만 아이를 노출하는 것은 조심스러워 당시 아이에게 정색했다. 내가 직접 유튜버가 되는 과정을 간접 체험해 보고 아이에게 바른 길을 인도해 주고 싶었다.
검색해보니 유튜브 채널 만들기 자체는 생각보다 아주 간편했다. 그러다가 2018년 11월 즈음, 낡은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채널을 개설하고 짧은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매일 해먹는 소박한 집밥이지만 간단하게 조리 과정을 영상으로 남겨 두고 싶었다. 언젠가 두 아이들이 독립하게 되면 엄마가 남긴 요리 영상들을 따라하며 최소한 끼니를 거르지 않았으면 싶은 바람이 그 밑바탕이었다.
내 나이 서른 즈음 첫 아이를 낳은 이후 두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가족들이 함께 먹을 음식을 하게 되면서 어렸을 적 나의 엄마께서 해주셨던 음식들의 맛에 대한 기억을 밑천 삼아 그 흔적을 찾아 나서곤 한다.
할머니의 음식, 엄마의 음식, 어딘선가 맛있게 먹었던 누군가의 음식에 대한 기억이 혀 끝에 남아 있으면 되새겨 나의 부엌에서 재현해 보고 나만의 방식을 시도해 보기도 한다.
취미로 조용히 부엌 한귀퉁이에서 시작한 요리 유튜브는 어느새 자기 계발의 흔적이 되어 있다. 컴맹이던 내가 낡은 보급형 스마트폰과 다이소에서 3000원에 구입한 저렴한 스마트폰 거치대를 가지고 영상도 촬영하고, 무료 앱으로 편집하고, 아무튼 꾸준히 하니 느리지만 전보다는 조금씩 나아지는게 보인다. 무료 저장 공간인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공유하니 그것을 계기로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기도 한다.
멀리 비금도에서 어느 농부님께서는 아내분과 함께 직접 재배한 시금치를 보내 주시기도 하고, 액젓 장인께서는 직접 담그신 귀한 갈치액젓을 보내 주시기도 한다. 지역의 청년들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개발한 라면을 보내 주면서 제품 소개를 부탁하기도 한다. 나만의 요리법으로 만든 깍두기 영상을 보고 따라하니 맛있었다고 댓글을 달아주시면 하루가 행복하다.
영상의 조회수가 높지 않아도,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지 않더라도 지구촌 수십 억 인구 중에서 나의 영상을 좋아하고, 나의 요리를 따라 만들고, 내 요리 채널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소통과 공감, 그것이 내가 요리 영상을 온라인 공간에 남기는 새로운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저의 개인 블로그(https://momsherstory.tistory.com)에도 게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