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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삼각지역에서 윤석열 정권규탄 및 건설노조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삼각지역에서 윤석열 정권규탄 및 건설노조투쟁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건설노조의 건설노동자들은 최근 '공갈협박범'에 이어 '건폭'이 됐다. 그것도 대한민국 정부의 최상위 공직자인 대통령과 장관에 의해서다.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 조직폭력집단을 소탕했던 '범죄와의 전쟁'을 진행하듯 연일 건설노조를 입에 올리며 "뿌리뽑겠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경찰은 '200일 작전'을 선포하고 대대적으로 건설현장을 정상화하겠다며 특별단속을 진행했다. 특별단속을 통해 1계급 특진까지 내걸자 경찰은 전국의 건설현장을 들쑤시면서 건설업계에 건설노조에 협박당했다는 신고를 하라고 종용했다. 이미 노사가 원만히 합의해 일을 마친 현장이나 노동조합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건설현장을 고발한 것도 '협박'이라며 건설사 관계자들에게 진술서를 제출할 것을 강요했다.

올해 1월부터는 그 수위가 더 심해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나서서 건설노조를 향해 "경제에 기생하는 독" "조폭들이 노조 탈 쓰고 설쳐" 등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가 하면, "노조 비리가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라며 근거조차 없는 말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이례적으로 생중계까지 하며 '건폭'이라는 말을 만들면서까지 건설노조를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독" "조폭" 등 저주 퍼붓는 정부... 그러나 건설노조 존재 이유는
 
 지난 2월 18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도권 3개 지부(경기중서부건설지부, 경기도건설지부,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가 서울역에서 '청년 건설노동자 수도권 결의대회'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대회엔 2030 청년노동자 1000여 명이 모였다.
지난 2월 18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도권 3개 지부(경기중서부건설지부, 경기도건설지부,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가 서울역에서 '청년 건설노동자 수도권 결의대회'를 열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대회엔 2030 청년노동자 1000여 명이 모였다. ⓒ 건설노조 제공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를 공격하는 주된 내용은 채용강요와 전임비 그리고 타워크레인 월례비 문제다.

건설노조는 기본적으로 조합원의 고용 안정이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기업처럼 고정된 사업장에 속하지 않은 건설노동자들은 한 해에도 취업과 실업이 수없이 반복된다. 그 때문에 노조에 가입하곤 한다. 건설노조는 조합원의 안정된 고용을 위해 각 건설업체와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단체협약을 체결해도 건설사들은 건설노조 조합원을 잘 채용하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조합원 고용에 차별을 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라고 요구해도 건설업계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노동조합은 건설사 측에 고용 안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단협에 의거한 정당한 요구에 불법 딱지를 붙여 노동조합의 활동을 '채용 강요 불법행위'로 호도하고 있다.

'월례비 거부, 주52시간 안전작업'... 정부는 이제 건설업계에 따지라
 
 지난 1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국토교통부-환경부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 양 옆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입장하고 있다.
지난 1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국토교통부-환경부 업무보고에 입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 양 옆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타워크레인 월례비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문제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월례비는 단순히 노동자가 금품을 갈취하는 성격의 것으로 볼 수 없다. 지난 16일 광주고등법원이 "관례적으로 지급돼 온 월례비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월례비는 수십 년 전부터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추가 작업, 위험 작업을 지시하고, 더 빠른 일처리를 요구하면서 쥐어준 웃돈이다. 이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건설노조는 월례비가 사라져야 할 관행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미 지난 2018년 건설협회에 '월례비 근절을 위한 협조요청'을 했지만, 여전히 건설현장은 변한 게 없었다.

그렇다면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월례비를 거부하고 안 받으면 될까. 이 또한 단순하게 '그렇다'고 할 수 없다. 건설현장에서는 월례비를 주더라도 추가 작업과 위험 작업을 해주고 공사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일조하는 조종사를 원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소속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월례비를 거부하며 그에 해당하는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건설사는 조종사 교체를 요구하거나 노동조합 소속 조종사의 고용을 기피한다.

월례비를 없애려면, 건설업계가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음에도 정부와 언론 등은 이 문제에서 건설사의 책임과 역할에는 눈을 감고 있다. 

건설노조는 27일 건설업계에 '월례비를 거부한다'는 공문을 다시 보냈다. 그러면서 건설업계에 '주 52시간 노동과 안적작업을 지켜내겠다'며 월례비의 대가로 요구했던 작업을 강요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제 정부는 월례비의 문제를 노동조합과 노동자가 아닌 건설업계에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처벌만 있을 뿐... 왜 대책은 내놓지 못하나
 
 전국건설노동조합 장옥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매도한 것을 규탄하며 오는 28일 4만 여명의 조합원이 상경 투쟁을 벌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장옥기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매도한 것을 규탄하며 오는 28일 4만 여명의 조합원이 상경 투쟁을 벌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 유성호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건폭'이라 규정하며 탄압하기에 앞서 그동안 정부와 건설업계가 해왔던 약속부터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정부는 건설업계·노동조합과 함께 수많은 약속을 했다. ▲2017년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 대책 ▲2018년 일자리위원회 건설산업 혁신방안 ▲2020년 관계부처 합동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 등이다. 건설업계도 노동조합과 ▲2018년 건설산업 혁신 노사정 선언문 ▲2018년 건설산업 생산구조 노사정 선언문 ▲2021년 건설업 적정임금제 정착과 확산을 위한 상생협약서 등 여러 차례 합의했음에도 이행된 것은 전무하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전임 정부의 약속일 뿐이라고 평가절하 한다면, 필자는 묻고 싶다. 윤석열 정부는 건설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 있나. 

지금까지 정부가 밝힌 대책은 단 하나도 없다. 지난 21일 발표한 '범정부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에는 건설노조의 행위에 대한 처벌만 있고, 대책은 없다. 대통령부터 모든 주요부처 장관이 건설노조의 채용요구가 문제라고 한다면 고용과정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왜 내놓지 못하고 있는가. 이유는 너무 뻔하다. 건설업계는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하고, 정부는 건설업계의 이야기만 들으며 업계에 감춰져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채용과정조차 존재하지 않는 건설현장에서 건설업계는 불법다단계 하도급을 행하는 중간업자와의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최대한으로 올려야 하고, 노동조합원의 채용은 최대한으로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그렇기에 건설업계는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싶고, 정부는 그들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 노조를 몰아내려 한다.

이러한 건설현장의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건설노조가 요구했던 것이 지난 정부의 건설산업 혁신방안과 같은 대책들이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대책을 이어가는 수준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건설노조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을 두고 단순히 건설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노조를 악마화한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장관이 가고자 하는 건설현장의 미래는 대체 무엇인가. 그 끝에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굳건하고, 산재사망률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누구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지옥의 건설현장'만이 남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표적 탄압 분쇄 및 건설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전지역 공안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2023년 대전 건설노동자 안전기원제'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표적 탄압 분쇄 및 건설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전지역 공안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2023년 대전 건설노동자 안전기원제'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준태씨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입니다.


#건설노조#민주노총#윤석열#노조탄압#원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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