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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지기 조요한씨가 벌이 가장 많은 소비를 꺼내 들고 있다.
꿀벌지기 조요한씨가 벌이 가장 많은 소비를 꺼내 들고 있다. ⓒ 조찬현
 
꿀벌 260여만 마리가 사라졌다. 여수 만성리에서 25년째 양봉업을 하는 조요한씨의 농원에서 사육 중인 230개의 봉군 중 130개 봉군의 꿀벌이 지난해 자취를 감췄다. 

꿀벌 실종은 비단 이 농가뿐만이 아니다. 여수 130여 양봉 농가 대부분이 지난해 사라진 꿀벌로 인해 깊은 시름에 잠겼다.

최병성 소장 "기후 변화... 산림청 항공 방제 농약" 문제점 지적

꿀벌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소장은 기후 변화로 인한 꿀벌의 미회귀와 산림청 항공 방제 피해, 이 두 가지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두 가지를 바라보면 될 것 같아요. 기후 변화로 온도가 올라서 벌들이 일찍 월동을 끝내고 나왔다가 추워져서 다시 집으로 회귀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있어요. 또한, 산림청이 재선충을 막는다고 항공 방제를 통해 농약을 뿌려서, 농약으로 인해서 꿀벌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이죠.

이미 국립산림과학원 보고서에서 항공 방제로 인해서 꿀벌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밝혀졌어요. 항공 방제에 사용하는 약재 네오니코티노이드라는 게 있거든요. 그게 꿀벌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해서 유럽에서는 2013년에 이 살충제를 전면 사용 금지 조치를 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도 그걸 사용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산림청의 재선충 항공 방제가 꿀벌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조요한씨 농원, 지난해 꿀벌 230개 봉군 중 130군 사라져
 
 여수에서 25년째 양봉업을 하고 있는 조요한씨다.
여수에서 25년째 양봉업을 하고 있는 조요한씨다. ⓒ 조찬현
 
24일 여수 만성리 천성산으로 가는 가파른 산길을 따라 10여 분쯤 오르자 꿀벌농원이 보인다. 골짜기 매화원에는 하얀 매화꽃이 환하게 피었다.

이곳 농원에서 만난 꿀벌지기(조요한·64)는 "사람들은 노년 무전, 중년 상처, 청년부채가 인생 3대 비극"이라는데 자신의 인생비극은 "꿀벌이 이유 없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농원 터가 좋은 곳이라며 예전에 절이 있었던 절골이라고 했다. 아마도 25년쯤 되었을 거라며 당시 벌 100여 군으로 양봉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의 농원에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230개 봉군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30개의 봉군이 사라진 상태다. 응애 피해도 더러 있었지만 수만 마리의 꿀벌이 원인 모르게 폐사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보온덮개를 젖히고 벌통 뚜껑을 열자 화분떡에 모여 먹이활동을 하는 꿀벌 무리가 보였다. 봄과 가을 산란철 꿀벌 유충의 먹이로 사용하는 화분떡은 꽃가루 화분과 대두분에 맥주효모 등을 섞어 반죽해 만든다. 화분떡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청국장을 먹여 유충을 키웠다.

꿀벌 130통이 사라졌을 때 농부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는 "농사일 자체가 힘들다"며 평생 벌을 키워 온 터라 "이제 뭐 다른 거 할 거 없잖아요"라며 결코 양봉을 포기할 수가 없다고 한다. 선친의 뒤를 이어 2대째 이어온 가업이기에 더더욱.
 
 여수 만성리 천성산 자락의 꿀벌농원이다.
여수 만성리 천성산 자락의 꿀벌농원이다. ⓒ 조찬현
   
 꿀벌지기 조요한씨가 손가락으로 여왕벌을 가리키고 있다.
꿀벌지기 조요한씨가 손가락으로 여왕벌을 가리키고 있다. ⓒ 조찬현
 
그는 꿀벌이 인생의 동반자라고 했다. 이어 농약의 과다살포로 인한 농작물과 꿀벌에 대한 피해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여수 만성리 채소밭에 뿌려진 농약으로 인해 꿀벌들이 간접피해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그는 양봉업의 문제점에 대해 무분별한 농약의 살포 등으로 인해 밀원수가 급격히 줄어든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축산업과 달리 정부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닭이나 돼지 같은 경우는 질병이 오면 그 질병을 연구해서 항생제를 만들어요. 그런데 우리 양봉은 산업 규모는 작지만 굉장한 공익적 가치가 있기에 식량 보호 차원에서도 양봉인들을 살려야 되거든요. 근데 그런 것이 없다 보니까 답답하죠. 최근 저희 농원에 응애로 인한 피해와 원인 모를 폐사가 극심했어요."

꿀벌 집단폐사로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꿀벌 농가의 현주소

이제 월동을 마친 벌들의 활동이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벌의 월동기간은 11월부터 2월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남부지방에서는 1월 중순이 되면 벌의 활동이 시작된다. 동백꽃과 비파꽃을 시작으로 들녘에 하나둘 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이곳 농가의 봉군 개체 수는 한 군에 2만 마리 남짓이다. 벌 한 통에서 벌꿀 한 말(18리터)을 뜬다. 하지만 이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벌들의 집단폐사가 늘어나기 때문에.
 
 꿀벌이 실종된 이후 비워진 수많은 벌통이 차곡차곡 쌓인 농원에는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꿀벌이 실종된 이후 비워진 수많은 벌통이 차곡차곡 쌓인 농원에는 쓸쓸한 기운이 감돈다. ⓒ 조찬현
 
그는 아내의 만류에도 꿀벌 농사를 짓고 있긴 하지만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게 꿀벌 농가의 현주소"라며 "그러니까 옛날부터 집에서 못하게 난리였지"라고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소득은 별로 생각을 안 해봤죠. 소득을 생각하고 했으면 못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30년 전 꿀 한 병에 3만 원을 받았거든요. 그때 당시 쌀 반 가마 가격이에요. 이후 5만 원 한 지는 10년 가까이 됐어요. 10여 년 넘게 벌꿀 가격이 그대로인데도 못 팔아먹으니까 싸게 넘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제 5월이 오면 밀원을 찾아 떠난다. 살아남은 벌 100통을 화물차에 싣고 경북 울진과 영덕으로 꿀을 채취하러 간다. 이때 인부 한 명이 동행한다. 꿀 따기는 아카시아꽃, 잡화, 밤꿀로 이어진다. 전국을 떠도는 이동 양봉은 8년째 접어들었다.

"작년에 한 분이 찾아와서 같이 했는데 오후 5시 되니까 '아이고 죽겄다' 하더라고요. 평생 노가다로 잔뼈가 굵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벌의 움직임이 둔한 새벽 4시 반부터 일어나 꿀 채밀을 해요."

꽃샘추위에 바람이 차갑다. 꿀벌이 실종된 이후 비워진 수많은 벌통이 차곡차곡 쌓인 농원에는 쓸쓸한 기운마저 감돈다.

한편, 지난해 여수 130여 양봉 농가에서 사육 중인 1만2천여 양봉 군에서 4570군이 사라지거나 폐사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꿀벌들이 이유 없이 사라지거나 벌집에서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 당시 농가들은 이상기후나 살충제에 노출되어서 그런 게 아니겠냐는 막연한 추측 속에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원인도 모른 채 피해를 본 농가들의 한숨은 해가 갈수록 더욱 깊어만 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꿀벌지기#양봉#꿀벌지기 조요한씨#산림청 항공 방제 피해#기후 변화로 인한 꿀벌의 미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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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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