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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 It!
Do It! ⓒ 김동인


만날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만 살까?' 투덜거리는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물었다.

'요새 누구를 만나셔?' 30년 동안 만나는 초등학교 동창부터 이웃에 사는 20년 지기(知己)까지, 속마음을 알아주는 벗들을 자랑했다.

자기의 값어치를 알아주는 동무를 만나면 누구나 마음이 좋다.

함께 자랄 때 간직한 지닐총(추억)들을 되새김질하고, 비슷한 혜윰(생각)을 나누니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새로운 만남이 없으면 비슷한 삶을 살게 되고, 변화를 꺼려하면 투덜거림은 늘게 마련이다.

어른들은 '부모 말씀 잘 들어라'고 하고, 부모들은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고 한다. 부모님들은 한뉘(세상)를 잘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고, 선생님들은 누리(세상)를 헤쳐 나갈 지식을 가르쳐주니 잘 배워야 한다.

하지만 지혜를 벗어난 잔소리로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힘들고, 지식을 떠난 간섭으로는 스스로 제 삶을 꾸리지 못한다.

자칫 아버지의 권력을 뒷배 삼아 음주 단속하는 경찰을 때려 질서를 흩뜨릴 수 있다. 제원의 아들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아버지의 지식을 등에 업어 함께 공부한 동무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해를 입힐 수도 있다. 콕 집어 순신의 아들 이야기만은 아니다.

직장생활에서 영원히(?) 바뀌지 않는 공식이 있다.

일을 했는데 상사 맘에 들지 않으면, '모르면 물어보고 해야지!' 이렇게 야단을 친다.

그래서 다음에 물어보면, '넌 그것도 모르고 입사했냐?'고 되묻는다. 쉬운 일을 놓쳤을 때 여지없이 상사가 소리친다. '너는 꼭 시켜야 하냐?', 스스로 알아서 했다가 결과가 나쁘면, '그걸 왜 네 맘대로 해?'

상사가 익숙함을 강요하고 관례를 따르라는 지시이기도 하다.

익숙함은 편할 수는 있으나 더 나은 길로 갈 수는 없다. 오랜 관례로 책임을 피할 수는 있으나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 이미 바뀐 세상에 상사의 익숙함을 따르기 힘들 때 있고, 이미 바뀐 시대에 관례대로 했다간 큰일 날 때 있다.

한때 일어나자마 물을 마셨다. 엉뚱한 돌팔이(?)가 엉뚱한 말을 일러줬다. 자는 동안 입속에서 균이 활발하게 자라니 일어나자마자 이를 먼저 닦으라고. 그 뜻을 받드니 잦았던 설사가 멎은 지 1년이 넘었다.

익숙함을 바꾸니 바뀌었다. 고맙다, 돌팔아, 아니 명의(名醫) 선생!

슬로베니아에 사는 '하담(하늘다람쥐)'께서 알밤을 삶거나 굽지 않고 말려서 먹으니 맛이 좋고, 검은 머리카락이 숭숭 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지난 가을, 밤을 말렸다. 겨우내 심심하면 말린 밤을 까먹었다. 어라, 기분 탓인 줄 몰라도 흰 머리카락이 줄었다. 관례를 바꾸니 바뀌었다. 좋은 일은 따라 하면 떡이라도 얻어먹는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도 아닌데, 작년에 하던 일 그대로 하면서 각설이가 아니기를 바라는 일은 어리석다.

옛 동무들만 만나 주야장천(晝夜長川) 옛이야기만 하다가는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술 먹는 양은 늘 수 있지만! 어른들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듣다가는 어른처럼 살기 쉽다, 어른보다 잘 살아야 하는데! 직장상사의 관례를 따르기만 하다가 직장상사 같은 삶에 빠져든다, 돈도 벌고 행복도 챙겨야 하는데!

내 삶은 왜 '도로 아미타불'일까?, 광주는 왜 이렇게 발전이 안 돼?, 대한민국은 바뀌었는데 정치인들은 왜 바뀌지 않을까?,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언론기사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정치인이 하는 냥을 보고만 있으면 바뀌지 않는다.

바꿀 수 있는 일을 먼저 바꿔야 바뀐다. 더 잘 살게 되는 건 덤이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익숙한 것과 결별'을 선언하고 실천에 나섰다. 지혜를 벗어난 잔소리와 지식을 떠난 간섭이 차고 넘치는데! 바꾸려는 용기와 바꿔가는 실천이 그것을 돌파하는 길이다.

나를 바꾸면, 광주가 바뀌고 대한민국이 바뀐다. 그것이 변화고 혁신이다. 광주의 새로운 삶이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광남일보> 아침세평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그간 <딱 좋아 딱 좋아>, <소설 폐하타령 1, 2, 3>, <부서불랑께>, <탐관오리 필독서>, <염치혁명> 등의 책을 냈습니다.


#광주광역시#광주연합기술지주#강기정#광주시장#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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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책, <염치혁명>, <탐관오리 필독서>, <부서불랑께>, <소설 폐하타령1,2,3>, <쓰잘데기>, <딱좋아 딱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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