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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4일(금) 세종정부청사에서 기후정의파업이 펼쳐집니다. 전국 곳곳에서 ‘나의 하루를 멈춘’ 이들이 모여 기후정의 대정부 투쟁을 펼칩니다. ‘사회공공성 강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하자’,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생태학살을 멈춰라’를 외치며 13개의 구체요구들을 내걸었습니다. 오직 기업과 자본의 이해에만 봉사하는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합니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이번 기후정의파업의 요구와 주장을 알리기 위한 총 8회에 걸친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https://april4climate.tistory.com/)[기자말]
202329 기자회견 사진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에너지 공공성 강화하라 공공운수노조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202329 기자회견 사진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에너지 공공성 강화하라 공공운수노조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 제용순
 
발전공기업과 한전은 적자... 민자발전사는 최대 이익?

전력산업 민영화는 매우 오래된 이야기다. 발전노조가 2002년 발전소 민영화 저지를 위한 파업을 벌여 민영화가 좌초된 이후 정부는 말로는 '전기에 대한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발전소를 건설할 때 민간투자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으로는 재벌 대기업에 발전 산업의 문을 열어주면서 '은밀한 민영화'를 지속해 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 설비용량 중 민자발전사의 비중은 전력산업 구조 개편이 있던 2001년 4%에서 2022년 40.1%에 달하게 됐다(전력거래소의 전력통계정보시스템). 

그래서 현재 전력시장은 어떻게 되고 있나?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한전은 지난해에 32조 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봤다. 이와 반대로 민자발전사 7개(포스코, SK, GS 등)를 대상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을 조사했을 때 1조5000억 원이 넘는 최대 수익을 올렸다. 2022년도 7개 민자발전사의 발전 설비용량은 전체 중 8.78%이며 2021년도 발전 거래량은 9% 정도였다. 발전공기업과 한전이 적자를 보더라도 민자발전사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바로 민영화의 본질이다.

정부도 이런 민자발전사의 초과이윤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해 5월부터 계통한계가격(SMP) 상한제를 적용하려 했다. 그러나 민자발전사의 적극적인 반대로 겨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SMP 상한제를 일시적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순순하게 물러서는 민자발전사가 아니었다.

전력거래소가 발전단가에 따라 가동순위가 결정되는 구조를 이용하여 SMP 상한제 적용 동안 비싼 가격의 연료비를 적용하여 평소 민자발전사의 가동순위가 25, 26, 60, 61위에서 갑자기 90, 91, 99, 104위로 30단계에서 60단계 정도 떨어졌고, 이렇게 발전기 가동순위를 조정하면서 최대한 발전기를 가동하지 않으니 정부가 일시적인 SMP 상한제를 시행하더라도 효과가 생길 수 없다.

마치 앞으로 민자발전사의 이윤을 강제로 조정한다면 발전기를 끌 수도 있다는 경고 같아 보인다. 이런 민자발전사가 확대돼 발전산업의 50%가 넘는다면 어떤 농간으로 전력산업을 망칠지 알 수 없다.

이번 SMP 상한제를 대하는 민자발전사의 행태를 보면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정전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일어날까 두렵다. 미국에서 민자발전사가 발전설비에 투자는 하지 않고 자신들의 수익만을 챙기다가 발전설비는 노후됐고, 또 허위로 발전기를 정지시키며 전기요금을 올리는 일을 일삼았다.

이렇게 민자발전사의 횡포가 극에 달하다가 일어난 대규모 정전 사태로 결국 피해를 본 것은 시민이다. 우리나라도 2011년 9월 15일 일시적인 순환 정전을 경험했다.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병원이 정전되는 등 많은 혼란과 생명의 위협이 있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또다시 재현될까 두렵다.

정부가 나서서 관리하고 통제해야

지난 겨울, 난방비와 전기요금 폭등으로 물가는 치솟고 임금은 정체돼 노동자의 삶은 팍팍하기 그지없었다. 난방비와 전기요금 폭등의 원인에는 LNG 연료비 상승이 무엇보다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이는 최근 들어 가스공사를 통하지 않고 가스를 직도입해서 사용하는 발전회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는 천연가스가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그래서 가스공사의 LNG 공급 평균단가 적용은 대규모 LNG를 사용하는 발전회사의 발전단가에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SK, GS, 포스코 등 민자발전 대기업들은 가스 직도입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했었다.

그 결과 정부가 발전회사의 가스 직도입을 허용하면서 가스공사의 독점은 깨지고 가스공사는 공급의무만 남게 된다. 발전회사의 가스 직도입으로 인해 물량이 감소하면서 장기계약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또 민자발전사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쌀 때는 자신들이 구매한 가스 물량을 사용하고, 가격이 비쌀 때는 가스공사의 가스를 사용하는 이른바 선택적 구매로 인해 최대의 수익을 낸다.

이렇게 됐을 때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국민이고, 이익을 보는 것은 민자발전사다. 이렇게 이윤 극대화라는 자본시장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 하는 발전회사만을 욕할 수는 없다. 정부가 이렇게 작동하는 천연가스 직도입을 허용하고 인위적인 전력시장을 조성해 이익을 사유화하고 손실은 전가하는 잘못된 제도를 만들어줬다. 이런 구조를 바로잡고 에너지 공공성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부터 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발전공기업이 운영하던 석탄화력발전소를 순차적으로 폐쇄하고 LNG 발전소로 대체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발전공기업이 LNG 발전소를 많이 짓게 될 것이니까, 발전공기업 중 중부발전과 남부발전에서 LNG 터미널 건설을 계획하고 지난해 3월과 6월에 이사회 승인을 얻고 착공 준비에 한창이다.

<더구루>의 보도에 따르면, "중부발전은 보령발전본부 북부회처리장에 총 7321억 원을 투자해 2027년 1월에 1기 저장탱크와 기화송출설비, 2028년 12월에 1기의 LNG저장탱크를 각각 준공할 예정"이다. 후속 주자인 남부발전도 LNG 터미널 건설에 7184억 원을 투자하고 올해 12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남동발전은 현재 LNG 터미널 건설에 대한 내부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LNG 터미널을 너도나도 짓는다면 공기업 간 영역 싸움이 될 뿐만 아니라 출혈 경쟁과 중복 투자로 인한 파국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저 경영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발전공기업이 가스 직도입에 매진한다면 가스 직도입을 놓고 가스공사는 뭐라고 하겠나? 가스공사는 자신들의 일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눈 뜨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만약에 가스공사가 LNG 발전소 건설을 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또 뭐라고 말해야 하겠나? 좁은 땅덩이의 나라에 우리끼리 경쟁하다가 망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LNG 터미널 건설을 취소하고 가스공사와 협력하는 것이 국민에게는 이로운 방안이 될 것이다.

또한 최근 민자석탄발전사의 표준투자비 확대 적용에 대한 문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전력거래소는 기존 태안화력 9, 10호기 기준으로 3조~3조6000억 원을 표준건설비로 측정해 제시했다. 그러나 민자석탄발전사는 5조~5조6000억 원까지, 즉 적게는 1조4000억 원에서 많게는 2조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더 요구하고 있다. 아무리 민자석탄발전사가 새로운 부지에 발전소를 건설했다고 하더라도 발전공기업과 건설비가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민자석탄발전사가 미소를 띄고 있는 것은 전력거래소가 용량요금(CP)과 SMP에 따른 정산조정계수를 분기별로 조정하는 데 있다. 민자석탄발전사가 지속해서 전력거래제도의 총괄원가보상원칙을 주장하며 정산조정계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민자석탄발전사가 투자란 이름으로 고집을 부리면 윤석열 정부가 지금껏 추진하는 정부 정책의 방향처럼 대기업의 민원 해결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 대기업은 산업용 전기로 혜택을 받고 전력거래로 수익은 챙기면서 건설 투자비까지 모두 회수하는 그야말로 노다지가 바로 발전산업이 되는 것이다.
 
20230329 기자회견 사진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에너지 공공성 강화하라!" 공공운수노조-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중 발언 사진
20230329 기자회견 사진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에너지 공공성 강화하라!" 공공운수노조-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중 발언 사진 ⓒ 제용순
 
전기나 가스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매우 필수적인 공공재다. 이것을 가지고 재벌 대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려는 먹잇감으로 던져 놓고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올해 초 가스요금과 전기요금 폭등으로 서민들은 난방과 전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추위와 싸웠다. 에너지는 국가가 나서서 관리하고 책임져야 한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래서 유럽의 국가에서는 민영화했던 에너지 공기업을 다시 재공영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고 프랑스 등 벌써 절차에 들어가 있는 국가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에너지 공공성을 위해 민영화된 민자발전사를 하루빨리 재공영화하는 것이다.

발전노조가 발전소 매각을 저지하고 에너지 공공성 확대 투쟁에 앞장서 온 만큼 에너지 공공성을 지키고 민자발전소를 재공영화하는 그 길에 전력을 다하겠다. 4월 14일 기후정의파업에서 발전노동자들은 에너지 공공성 강화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거리에 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제용순씨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입니다. 이 기사는 2023년 3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앞 ‘에너지 공공성 강화하라’ 공공운수노조-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발언문을 보완한 내용입니다.


#발전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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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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