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가 가지고 싶습니다. 원래 목걸이를 안 해서 잘 사지 않았는데 마흔이 넘으니 안 하던 짓을 하고 싶은 것인지 계속 목걸이가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넷으로 살핍니다. 그리고 살까 말까 고민합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게 꼭 필요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편을 보고 나서 소비하고 싶거나 소유하고 싶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지구를 오염시키면서까지 소비를 할 가치가 있을까?'
대단한 환경운동가이거나 대단히 지구를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내가 버린 옷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지구를 오염시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짐짓 모르는 척 물건을 살 수가 없습니다.
옷뿐 아니라 대부분의 물건들이 과잉 생산되고 쓰임을 다하지 못해 버려지는 물건이 많은 세상입니다. 그래서 옷뿐 아니라 다른 물건들도 반드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소비가 망설여집니다. 그럼에도 자꾸 인터넷으로 목걸이로 검색해 보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합니다.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를 보고 너무 괴로웠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습니다. 지인은 "내가 그래서 조금 불편해도 웬만하면 안 사잖아"라고 합니다. 그분의 30평대 집은 물건이 거의 없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 1개 정도만 있습니다.
지인은 처음에 건강을 생각하고 책과 관련 다큐를 보았는데 음식 관련 거대한 산업의 마케팅으로 우리가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이 과잉 생산, 과잉 섭취되고 남은 음식들이 지구에 버려지는 것들을 신경 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시작점은 다르지만 지속가능한 지구에 접점이 있습니다.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4관왕으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생충>의 시상자였던 82세 배우 '제인폰다'가 입은 빨간 드레스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노장의 여배우의 드레스는 왜 주목을 받았을까요?
그것은 2014년 칸 영화제에 입었던 드레스를 6년 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재활용해 입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배우들이 제일 공들여 꾸미고 오는 세계의 주목이 쏠리는 영화제에 똑같은 드레스를 두 번 입었습니다. '더 이상 옷을 사지 않겠다'라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였죠.
저는 82세의 배우처럼 '더 이상 옷을 사지 않겠다'라고 선언하지 못하지만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고 싶어 찾아보지만 결국 구매 버튼에 손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살겠다 결심했지만 여전히 초콜릿에 끌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인폰다처럼 활동가로 선언하고 시위하고 실행하지 못하지만 고민 많고 걱정 많은 저는 구매버튼을 누르지 않음으로써 지속가능한 지구에 한 발짝 다가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