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민원 전화 수십 통에 소름이 돋는다"는 말을 남기고 학교에서 사망한 서울 S초 교사 사건에 대한 교육계의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전북의 한 공립초등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고 "민원의 경우 교사 개인 휴대전화 대신 전자민원창구를 개설"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6일, 전북 A초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25일 학교운영위를 열고 "학교 민원 처리 방식을 개선하여 교직원이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자민원창구 개설" 안건에 대해 위원 10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학교운영위 당일 이 학교 교원 위원인 정성식 교사가 긴급 안건으로 상정한 것이었다.
정 교사는 안건 발의문에서 "학교 민원 처리시스템을 마련하여 학교 민원 처리 방식 개선을 통해 교직원이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면서 전자민원창구 개설안과 학교 전화 연결 방식 개선안을 주문했다.
전자민원창구를 개설해 교사 개인이 휴대폰으로 학부모 등의 민원인에게 수시로 전화를 받는 상황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실명으로 운영하는 전자민원창구의 경우 항의성 사안 등 예민한 내용의 경우 비공개로 처리된다.
또한 학교 전화 연결방식 또한 녹음이 가능하도록 기기를 교체하고 녹음 사실을 알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안건에 대해 A초 학부모 위원 3명을 비롯한 10명의 학교운영위원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한 학부모 위원의 경우 "진작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인데 상황이 그렇지 못하니, 우리 학교라도 먼저 전자민원창구를 만들자. 안건에 동의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성식 교원 위원은 <오마이뉴스>에 "서울 S초에서 생을 마감한 교사가 한 주 전에 개인 휴대폰으로 수십 통의 민원 전화를 받고 동료 교사에게 '소름이 끼친다. 번호를 바꿔야겠다'는 말을 하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라면서 "사실 이 같은 고민은 전국 상당수의 교사들이 겪고 있는 것이기에 우선 우리 학교라도 먼저 전자민원처리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원 위원은 "교사들은 학생 상담을 위해 당연히 학부모와 통화할 수 있지만, 무분별한 악성민원 전화까지 밤낮으로 받아 업무와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교육청과 교육부도 우리 학교처럼 교사에게 직접 민원 전화가 가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민원의 경우 학교장이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