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어린이의 양육자이자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이며, 봄부터 <탈핵신문>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 6월 <탈핵신문>과 반핵의사회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10문 10답'이라는 작은 책을 발간했다. 핵오염수에 관해 시민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처음에는 필요한 곳에만 판매할 생각으로 책을 소량만 인쇄하려고 했다. 그런데 주문을 개시하자 환경단체뿐 아니라 종교계와 마을 모임, 생활협동조합 등에서 주문이 쇄도했고 개인들의 주문도 상당했다. 주문은 1쇄를 모두 발송하고 나서도 끊이지 않고 밀려들었다. 결국 한 달 안에 3쇄까지 펴내게 됐다.
주문과 발송업무 전반을 관리하는 업무가 너무 과해서 나는 '오염수'라는 말만 들어도 도망가고 싶었다. 그 무렵 뉴스에서는 더 이상 소금 재고가 없어서 택배를 부칠 수가 없다는 신안군의 한 농협 소식을 전했다. 나처럼 애썼을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염수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끼리 맥주라도 시원하게 한잔하자'고 이야기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래도 주문 메모를 정리하다 보면, 책자를 받은 사람들은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왜 이런 책이 이제야 나왔냐'는 반가움이 묻은 인사를 <탈핵신문> 사무국으로 전해오기도 했다. 언론에서는 소금 사재기를 극성스러운 사람들로 비난하기도 했지만, 방류를 막을 별다른 대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오염수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자 했고 그 열기는 뜨거웠다고 그 농협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10문 10답' 1쇄가 절반 정도 나가고, 나는 그제야 밤중에 스탠드를 켜고 책을 펼쳤다. 대부분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진 적이 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잘 나오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 그중 하나는 '평상시 가동 중인 핵발전소에서도 액체로 된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배출한다'는 것. 액체뿐 아니라 기체 형태로도 방출하는데, 대부분의 액체 방사성폐기물은 '액체 방사성폐기물 관리계통'을 통해 삼중수소를 물과 희석한 후, 배출계통을 통해 온배수처럼 바다로 배출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핵발전소가 있는 곳 어디든 해당되는 문제였다.
물론 책자에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와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한다. 핵발전소에서 방출하는 오염수에서 검사하는 핵종은 7개이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에 포함된 핵종은 도쿄전력이 밝힌 것만 64개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에 비해 방출하는 핵종이 적다고 해도 이미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배출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내게도 다소 충격이었다. 액체폐기물이 이미 해양으로 투기됐고, 공식적인 방식으로 꾸준하게 투기되고 있던 것이다.
인체 피폭으로 귀결되는 방사성유출물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조금 더 찾아봤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는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통합정보시스템(WACID) 홈페이지를 통해 액체 방사성유출물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기술원은 재활용할 수 없는 것은 방사성폐기물로, 허가배출 개념에 따라 배출하는 액체와 기체들은 방사성유출물로 분류하고 있어 정부의 공식 용어로는 액체 방사성유출물이다).
액체 방사성유출물에는 다양한 핵종이 포함돼 있는데, 그중 99%가 삼중수소로 배출량은 핵발전소 1기당 2021년도에는 17.1TBq, 2022년도에는 15.4TBq 였다. 도쿄전력의 삼중수소 방출관리 목표치인 연간 22TBq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절반이 넘는 양이라는 점에서 무척 놀랐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총량이 한 해 214TBq이나 된다는 사실은 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월성핵발전소는 다른 핵발전소에 비해 배출량이 월등히 높았는데, 이유는 월성핵발전소(원전)이 원자로 감속재로 중수를 사용하고 있어서 경수를 사용하는 다른 지역보다 삼중수소가 훨씬 더 쉽게,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홈페이지에는
방사성유출물의 피폭경로도 설명하고 있었다. 액체 방사성폐기물뿐 아니라 기체 방사성폐기물의 피폭경로로 방사성운 피폭과 방사성운이 강우가 돼 지표면으로 침적되는 경로도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경로든지 최종적으로는 인체에 피폭을 일으키는 것을 보여준다.
경주 월성 이야기
KINS는 그림과 함께 '일반적으로 정상 운전시 원전으로부터 환경으로 배출되는 유출물에 함유된 방사성물질의 수량은 미미하며 이에 따른 방사선학적 위해도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설명이 틀렸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경주 월성핵발전소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검사 결과 40명 모두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대책위는 검사에 모두 참여했고, 특히 삼대(三代)가 함께 사는 황분희씨는 당시 다섯 살이었던 손자를 포함한 가족 모두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던 황분희씨는 28.1Bq/L, 갑상샘항진증을 앓고 있는 남편은 24.8Bq/L, 당시 다섯 살 손자는 17.5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특히 다섯 살 손자는 40명 평균(17.3 Bq/L)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 <탈핵신문>(2021.10.24)"
액체 방사능유출물 피폭자는 실재했다. 경주 월성핵발전소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중 상당수가 갑상선암에 걸리자 주민들은 핵발전소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검사 결과, 주민들의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고, 한 차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피폭당하고 있었다.
아래 표를 보면 핵발전소의 가동 여부에 따라서 일시적으로 체내에서 검출되는 삼중수소 농도가 증가하거나 줄어드는 것도 볼 수 있다. 그 시점은 핵발전소 가동을 멈추거나 재개한 시점으로 핵발전소의 가동은 주민들의 몸속에 피폭이라는 이름으로 새겨졌다.
주민들은 얼마나 수많은 밤 삼중수소에 대해서, 오염수에 대해서, 그리고 핵발전소에 대해 생각했을까.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오염수가 안전하다'며 직접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듣기만 해도 거북하지만, 과연 액체 방사성폐기물에 이미 피폭당한 경주 월성 주민 앞에서도 과연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을지 그들을 경주 월성으로 데려가고 싶어진다.
실재하는 피폭자를 위해 할 일은 명확하다. 그들을 집단 이주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거나 총력을 다해 핵발전소 가동을 멈추는 일이다. 너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고개를 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까지 소금과 미역, 다시마만 쟁이는 것으로 오염수 해양투기를 대비할 것인가? 활어가 멀쩡히 유영하는 수조에 물을 떠먹는 것도 오염수 방류를 막는 대책이 될 수는 없다.
바다는 쓰레기통이 아니다
마침 윤석열 정부는 신규핵발전소의 건설을 재개하려는 모양이고, 개발도 되지 않은 소형모듈형원자로를 건설하겠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노후 핵발전소들은 폐로하지 않고 더 써야겠다면서 수명 만료를 앞둔 핵발전소를 대상으로 모조리 수명연장 절차에 돌입했다.
오염수 입장에서만 보자면, 신규핵발전소 건설은 배출되는 액체방사성유출물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고, 소형모듈형원자로의 액체 방사성유출물은 아직 그 예상량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은 액체 방사성유출물의 배출이 추가로 늘어나는 것이다.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1단계가 소금과 미역, 다시마 비축이었다면 이제 오염수 배출의 범인, 핵발전소의 수명연장과 신규건설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바다가 쓰레기통이 아니라는 말을 일본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도 새겨들을 수 있도록.
[참고자료]
1. 국내원전의 방사성유출물 배출현황과 특성에 대한 고찰/손중권, 공채영, 최종락, 김희근/ 방사선방어학회지 37권/대한방사선방어학회/2012년.
2. "그래픽 뉴스_주요국 삼중수소 배출량 현황"/연합뉴스 23년 6월 7일 기사/ 원형민 기자)
3.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10문 10답」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오송이님은 두 어린이의 양육자이자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