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교육청과 대전 대덕구청이 대전시의회 현직 의원과 관련 있는 업체를 통해 1년 동안 최소 13억 원에 달하는 물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이효성 대전시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전광역시 시의원에 당선된 뒤, 자신 명의의 업체를 정리했고, 후배 A씨가 사실상 해당 업체를 물려받았다. 이 업체는 모두 11개의 물품 제조 회사와 대리점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법 44조 3항에는 '지방의회의원은 지위를 남용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5항에는 '지방의회의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를 할 수 없으며, 그 범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년 동안 대전시교육청과 대덕구청의 제품 구매내역을 나라장터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한 결과, 의혹을 받는 업체와 대리점 관계를 맺은 7개 회사의 제품들이 수십 차례에 걸쳐 두 공공기관에 납품됐다.
두 기관이 구매한 제품들은 놀이기구, 건축자재 등으로 '관급자재'로 등록된 제품이다. 이런 제품들은 구매금액이 1억 원 미만이면 입찰 등의 절차 없이 조달청 나라장터종합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두 기관은 해당 업체들로부터 제품을 샀다.
대전시교육청의 경우, 이 의원이 시의회 교육위원회로 배정받은 뒤부터 총 8억3000만 원가량의 제품을 구매했다. 이 제품들은 시교육청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구매하지 않았던 제품들(보차도용콘크리트블록, 체육시설탄성포장재, 조합놀이대, 옥외용 벤치 등)이었다. 일각에선 이효성 시의원의 상임위가 교육위원회인 점을 들어 이해충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시의회 교육위원회는 교육청의 예산 편성과 감사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덕구청은 해당 업체들을 통해 5억2000만 원가량의 퍼걸러(옥외 그늘 조성을 위한 기둥 및 보로 이어지는 구조물), 옥외용 벤치 등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덕구청이 산 제품들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거의 구매하지 않았던 제품들이었다.
이에 대해 두 기관 모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덕구청 담당자는 16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사업 실시 부서의 요구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밟아 구매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도 지난 25일 "(대전) 지역업체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 구매했던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효성 시의원은 지난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의원에 당선된 후 내 명의의 사업자는 모두 정리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덕구청의 경우는 후배 A씨가 현 구청장 선거캠프에서 일을 한 적이 있어서 그런 것이지, 나 때문에 대덕구청이 (제품들을) 구매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반론했다.
또한 이효성 대전시의원의 회사를 물려받았다는 A씨는 지난 16일 통화에서 "열심히 영업활동을 했으며 오해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선거캠프에 있었다는 이유로 영업활동에 손해를 본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