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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인식개선 활동가, 조울증 당사자 최효진입니다. 정신질환 당사자, 혹은 당사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쓰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글로 전합니다. ‘정글탐험’이라는 인터뷰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담는 수단인 동시에, 조울증 당사자로서 세상을 탐험하고 만나는 장입니다.[기자말]
저희 센터에는 15년 가까이, 매주 회원들을 만나는 자원봉사자 선생님이 있습니다. 회원들과 함께 스트레칭, 체조를 하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산책도 합니다. 우중충한 마음은 자원봉사자 선생님의 웃음처럼 밝아지고, 함께한 시간은 사진과 추억으로 기록됩니다.

긴 시간 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제법 바뀌었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자원봉사자 선생님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불과 저번 주 수요일에도, 오전 시간 내내 웃음소리로 센터를 채워주셨습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나만의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직업, 삶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어쩌면 오늘 인터뷰에서 조금의 힌트를 얻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주은미 자원봉사자
주은미 자원봉사자 ⓒ 최효진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봉사하고 있는 주은미라고 합니다. 센터와 인연이 되어 봉사한 지는 15년 됐는데요, 저는 매주 수요일마다 마음 이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회원님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 현재까지 5천 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해오셨고, 2022년에도 '우리 동네 우수봉사자'로 선정되는 등 장시간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계신 데,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결혼한 뒤로 쭉 시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니까 마음이 공허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 말고는 제 삶이 너무 단조롭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한참을 생각해서 찾은 게 자원봉사였어요. 고등학교 때 봉사 활동을 했던 게 생각나기도 했고요. 저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마음 맞는 언니들과 아이 돌봄 봉사를 찾았는데, 당시에는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없었어요. 찾다 보니 어르신 목욕 봉사를 처음 시작하게 됐고, 보람을 느껴 현재까지도 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 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15년 가까이 자원봉사를 이어오고 계신데, 기억에 남는 회원분이나 일화가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회원님들이 참 많아요. 제일 처음 짝꿍이 된 배OO님이 가장 기억나는데, 체험학습, 외부 활동을 가면 늘 저와 짝꿍을 했어요. 한번 짝이 되고 나니 어디 갈 때마다 저랑 함께하겠다고 찾으셨죠. (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만나 뵙질 못했어요. 센터 프로그램에 나오지 않으시더라고요. 우연히 안양천을 오가다 뵌 적은 있지만, 몇 년째 만나질 못해서 참 아쉽고 그리운 마음입니다."
 
 외부 프로그램(스트레칭) 전경
외부 프로그램(스트레칭) 전경 ⓒ 최효진
 
- 여러 프로그램을 하면서 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거나, 어려움을 보이는 회원들도 있었을 텐데 회원을 대하는 선생님만의 방법이나 비법이 있으신가요?

"나름의 팁이라면 인사가 최고예요. 저는 한분 한분 맞춰가면서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요. 얼굴을 보고 인사하면서 오늘의 컨디션을 여쭙고, 컨디션에 맞춰서 활동량을 조절해요.

되도록 모든 순간에 마음을 다해 소통하려고 노력하는데, 회원님들도 제 진실한 마음, 세심함을 알아봐 주시는지 지금은 마음을 잘 열어주고, 가족처럼 편한 관계로 지내고 있답니다."

- 정신건강 분야 외에도 여러 기관에서 봉사를 해오셨는데, 어떤 분야였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분야마다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역 내에서는 가보지 않은 기관이 없어요. 지역뿐만 아니라 세월호, 태안 앞바다의 기름유출 사고 때도 찾아갔어요.

타 기관에서 봉사할 때와 차이라면, 장애인/비장애인의 비중이 다르고 장애 유형이나 연령대와 같은 특성이 다르다는 점 같아요. 특성에 따라 봉사자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니까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처음 봉사를 시작하고 놀란 건, 정말 조용하고 차분한 분들이 많다는 점이었어요. 정신과적 증상 때문인지, 약물의 영향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오히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활동을 진행해야 했던 점이 낯설었던 것 같아요."

- 정신건강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에 많은 봉사자가 어려움을 느끼는데, 자원봉사에 참여할 때 필요한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에 대한 소중한 마음, 활동 분야와 특성에 대한 자기 계발, 그리고 그 마음과 열정을 가져야 해요.

너무 상투적인가요?(웃음) 중요한 건 시간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원님들의 매력과 개성이 보여요. 그걸 매개로 소통하면 친해지기 좋고, 열리는 마음만큼 자원봉사자도 많은 걸 배우고 나눌 수 있어요."   - 광명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에서 정신질환 당사자를 만나며 스스로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회원님들 덕에 제가 더 밝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내성적이고 그런 성격은 아니었지만, 쾌활한 성격은 아니었었거든요. 그런데 봉사를 하다 보니, 기왕 하는 거 밝고 재미있게 해야 나도 즐겁고, 상대방도 좋으니까 너스레도 떨고 농담도 많이 쳤어요.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던 노력이, 지금은 저를 더 활동적이고 밝은 사람으로 만들어줬네요."

- 광명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의 봉사 활동을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이신가요?

"제 건강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쭉 이어가고 싶어요. 회원님들과 열심히 만나고 소통하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 선생님께서 느끼는 자원봉사의 '참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러게요. 저도 참 많이 고민해봤는데요. 자원봉사의 '참 의미가 뭘까?'. 우선 봉사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뿌듯함, 배울 점도 빼놓을 수 없고요.

내가 타인에게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저도 봉사를 통해 배우는 게 참 많아요. 상대방으로부터, 기관 선생님들에게도 배우죠. 그런 의미에서 '상호작용, 성장'이 제가 생각하는 봉사의 참된 의미가 아닌가 생각해요."

- 선생님께서 소망하시는 바가 있다면 무엇일지요?

"소망하는 것은 많지만, 무엇보다 회원님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기'를 위해 살고, 일자리도 찾으며 행복하고 즐겁게 사셨으면 해요."

- 끝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부족함이 많지만, 매주 수요일 마음이완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님들과 밝은 얼굴로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이 행복이 오래갈 수 있도록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언제나처럼 열심히, 제 자리를 지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좋은 날엔 배드민턴을!
날씨가 좋은 날엔 배드민턴을! ⓒ 최효진
 
주은미 선생님과의 인터뷰는 너무나도 유쾌했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밝고 쾌활했다. 과거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자 시작한 봉사가, 어느새 정신장애인들의 삶에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진심은 통해간다'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말이 통하지 않고 마음이 동하지 않아도, 중요한 건 '진심'이다. 나 역시 진심 어린 마음으로 매 순간 임해야겠다.

주은미 선생님의 말씀처럼, 정신질환 당사자와 비당사자가 자기 삶과 행복을 좇을 수 있도록, 나도 인터뷰를 통해 편견 없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쓸 것이다.

진실한 바람이 이내 이뤄질 수 있기를!

#최효진의정글탐험#최효진#주은미#정신건강인식개선#광명시정신건강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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