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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님께 하나님의 사랑과 평화가 항상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교회는 지난 1월 21일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를 관람한 뒤 별가족들을 모시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내용은 송재림 희생자의 아버지가 딸에게 한 약속("아버지가 너한테 대통령이 꼭 사과하도록 해주겠다")이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당신이 자식을 낳아 길러보지 않은 분이라 해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을 모르는 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당신도 성인 4~5명이 지나갈 수 있는 55평 공간에 300여 명이 갇혀 있다가 생떼 같은 목숨을 잃은 159명의 죽음을 모든 국민들처럼 슬퍼하고 아파하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저도 참사로 자식을 잃어 보지 않았기에 그분들의 아픔의 극히 일부분만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고백 드리자면, 장성한 자식이 두 명 있는 저는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을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족들을 교회로 모시게 되었고, 그분들의 고통을 상상해보게 되었습니다. '내 아이들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두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대한민국 서울의 한복판에 서 있다가 숨이 막혀 죽는 비명횡사의 원인이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처벌받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특별법이 제정되어 다시는 똑같은 사고로 젊은이들이 희생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이태원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피눈물을 흘리며 호소했습니다. "찬란하고 아름답게 꽃피웠을 우리 아들의 수십 년을 누가 어떻게 돌려주실 건가요?" 어머니는 일 년이 넘은 지금도 매일 아들을 보러 묘지로 가신다고 합니다. 그날도 아들의 겉옷을 입고 오셨고 아들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꼭 품고 계셨습니다.

딸을 잃은 순간부터 여덟 시간 동안 혼절하여 울기만 했던 아버지는 눈부신 빛속에서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영혼의 세계에서는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신 아버지는 매 순간 딸과 동행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안도와 함께 더 큰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죽음과 걸쳐 살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삶을 살고 계시리라는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교회는 지난 1월 21일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를 관람한 뒤 별가족들을 모시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교회는 지난 1월 21일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를 관람한 뒤 별가족들을 모시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 손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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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최고 통치자인 윤석열 대통령님께 호소합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손을 한 번만 잡아주십시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대통령인 당신이 공포해 주십시오. 유가족들은 모든 책임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고 용서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작년 그리스에서 열차 사고로 43명이 사망했을 때 그리스 교통부 장관은 하루 만에 사임했습니다. 그는 사임의 이유를 "억울하게 숨진 이들을 추모하고 존중하는 기본적인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어떻게 투쟁을 멈출 수 있을까요? 159명의 사망에 대해 최소한 책임지고 물러나는 이가 있고, 누군가 진심으로 뉘우치며 사과하는 일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유가족들이 먼저 떠난 자식들을 조금이나마 떳떳하게 다시 만날 수 있는 마지노선입니다. 물러설 곳이 없는 그분들의 손을 대통령님이 꼭 잡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첨부파일
유가족간담회.jpg

태그:#이태원참사, #이태원유가족, #별은알고있다, #이태원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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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사이며, [감정의 법칙], [십대공감] 등 5권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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