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속담에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다'라는 말이 있듯 나눠 줄 게 있는 노인이 되고 싶다.
난 요리에 진심이다.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40년 이상 했으니, 전문가다. 그리고 요리 만드는 걸 즐기고 함께 나누는 건 더 좋아한다. 한식을 배우고 싶은 외국인이나 이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영어도 부지런히 공부하고 있다.
내 요리의 기본원칙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 몸에도 좋고 맛있어야 하기에 천연 조미료를 만든다. 간장소금, 마른표고 가루, 만능 육수, 만능간장, 만능된장, 만능고추 양념장, 기본양념을 써서 요리한다.
화학조미료 맛에 익숙해진 요즘은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 하지만 요리는 재료의 신선함이 내는 맛이 첫 번째고 조미료와 어우러져 내는 맛이 두 번째다.
내 블로그나 유튜브도 건강한 제철 요리를 모티브로 한다. 요리 유튜브 영상은 화려함이나 먹음직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가족들 식사 준비하며 찍게 되는 영상은 아쉬움이 많다. 영상 촬영 실력도 모자라고, 장소도 협소하고, 편집 실력도 부족하다. 시간을 많이 들이지 못한다.
유튜브 시작하면서 영상전문가인 아들에게 봐달라 했더니 "엄마 초점이 하나도 안 맞잖아요, 이 영상은 너무 길어요." 퇴박만 맞았다. 하나하나 어설프지만 내 힘으로 내 작품을 만들어 간다. 작품이 처음부터 훌륭하지는 않으리라는 위안을 해본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든 자료들이 내 저장 공간에 쌓여간다.
블로그에 올린 자료들로 전자책 만들자고 권한 온라인 세상에서 만난 동기들 덕에 요리 전자책도 냈다. 가끔 그 전자책이 팔렸다는 카톡이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블로그 에드포스트 수입도 적지만 가끔 들어온다. 준비 안 된 노년이 암담해서 돈과 연결해 보려는 배움이었다. 돈이 들어오는 파이프가 되어 흘러가면 좋겠지만 도전하고 배우는 즐거움이 더 크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매일 되풀이하듯 나의 작품을 명품으로 만들어 간다. 새벽 글쓰기는 또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만 글을 읽고 쓰라고 강조했었는데 정작 나를 위해 글쓰기를 배울 기회들을 흘려보냈고 이제야 글쓰기를 배워 간다.
평생에 배워본 적 없는 글은 나를 발가벗겨진 채로 쫓겨난 모습이 되게 한다. 진솔한 내가 있다. 말하기 싫지만, 글이 말하게 한다. 글쌤(선생님)과 글동무들을 통해 각자 다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간다.
요리 에세이도 쓰고 싶다. 내 글을 읽으면 그 음식이 눈에 그려지고 추억이 떠올라 행복한 여운이 남는 글을 쓰고 싶다. 말하는 것을 넘어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어진다. 늙어서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일이 글쓰기라는 말에 내심 흐뭇하다.
나의 70대를 그린다. 다양한 국가의 여성, 남성들이 모여있다.
"How to make Kim-chi"
(오늘은 김치 만드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배추를 다듬고 절이고 김치에 들어갈 재료를 설명한다. 잘하는 영어는 아니지만 김치 만들기가 처음인 외국인도 척척 서슴없이 따라 한다. 한식이 생소한 이주 여성들도 찾아가 알려준다. 할머니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서툴게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엔 친정엄마의 애틋함이 묻어난다. 이렇게 이주 여성들을 만난 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간다.
60이 넘어 시작한 배움들이 70엔 쏟아내는 공부를 꿈꾸게 한다. 노년이 두려움보단 두근거린다. 신체적 한계는 있지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 블로그, 유튜브, 글쓰기, 영어 공부 천천히 나의 보폭에 발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