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 70년대생 동년배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
최근 나는 출간을 앞둔 원고의 세 번째 교정을 마무리 하고 출간 일을 기다리는 중이다. 작년 이맘때 지금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걸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언제였는지 명확하진 않다. 그저 그때는 기억을 위해서 하는 기록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그런 기록에 조금씩 그 순간의 내 감정을 싣게 되면서 나의 쓰기는 확장되었다.
친구의 소개로 매일 글쓰기 모임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매일 뭐라도 쓰다 보니 정말 매일의 기록이 쌓이게 되었다. 우연히 글쓰기 플랫폼에서 어느 편집자의 글을 읽게 되었다. 다름 아닌 자신의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소개한 글이다. 글은 그저 단순하게 책 소개를 넘어 그 책을 향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다.
당시 나는 한 출판사에서 제의를 받아 반려견과 관련된 책을 여러 작가들과 공저로 출간한 상태였다. 출판사에서는 규모가 작은 곳이니 홍보를 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편집자의 글을 보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내 출판사에서 나온 책에 애정이 있다면 그저 '출간'만이 목적이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거라는 걸 알았달까. 문득 그 책이 궁금해졌고, 그 글을 쓴 작가가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출판사의 진심어린 마음을 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것도 같다.
그동안 글쓰기 플랫폼과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고 있었다. 글을 쓰다보면 조금씩 욕심이 생기게 된다. 나의 글이 그저 일기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어떤 형태로건 '독자'를 향해 가고 싶은 욕심.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도 '투고'라는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거절당하겠지만 그래도 시도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건 행동이다. 생각을 하고 막연하게나마 다짐이라는 걸 했을 때, 그 마음이 사그라들기 전에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거다.
어느 작가는 계약을 하기까지 200여 곳이 넘는 곳에 투고를 했다고 한다. 그만큼 거절은 일상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2024년 3월 현재 전국에 등록되어있는 출판사만 총 10만 곳이 넘는다. 출판사는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숫자일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책을 만들어 내고 운영되는 곳이 그 절반의 숫자일 뿐이라 하더라도 놀라운 숫자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니 200여 곳이 넘는 곳에 투고를 했다는 것이 과장은 아니겠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하게 출간하는 곳도 있지만 많은 출판사가 각 성격에 맞게 주력하는 분야가 있다. 이를테면 자기계발서를 주로 출간한다거나, 어린이 도서나 소설 또는 에세이에 주력하는 등으로 말이다. 그러니 투고를 할 때는 내가 쓰는 글과 성격이 맞는 곳을 찾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 경우 오직 한 곳에만 원고를 보냈다. 그건 내 글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내 마음속 1순위의 출판사가 내게 먼저 손 내밀어 주기를 바란다는 건, 유명 작가가 아닌 이상에야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과거 업무 스트레스가 심했던 직장 생활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다정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오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결국 책을 만드는 건 사람이다.
책과 작가에 대한 진심이 가득하다고 느껴졌던 '지극히 주관적인 소개글'을 썼던 출판사. 돌아오는 대답은 거절일 확률이 높았고, 누군가의 말처럼 200여 번 거절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테지만, 혼자 하는 고민은 현실의 답을 주지 않는다. 길지 않은 고민 끝에 투고 메일을 보냈다.
그 메일에는 ①그동안 어떤 글을 써왔는지 ②왜 그 출판사에 투고를 하게 되었는지 ③나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 ④나의 원고가 책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이유에 대해 서술했다.
물론 이런 나의 방식이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함께 보낸 원고를 읽어보고 싶게 만든 첫인상을 만들어 준 것임엔 틀림없다. 그렇게 작년 여름의 초입, 내가 유일하게 투고 메일을 보냈던 출판사와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결국 투고란, 내가 가진 것(글/원고)을 알리고 상대(사람/출판사)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것을. 앞서 언급했듯이 출판사마다 원고를 검토하는 기준, 그리고 계약까지 이루어지는 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아마도 변하지 않는 사실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은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게재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