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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순기념 가족문집 <우리 엄마 최영순> 표지
구순기념 가족문집 <우리 엄마 최영순> 표지 ⓒ 진포인쇄
 
마침내, 엄마 구순 기념문집 <우리 엄마 최영순>을 출간했다.

"엄마 이야기라면 한 권도 쓸 수 있어."

일찌감치 엄마 구순 기념문집에 걸었던 기대는 남동생의 이 한 마디에서 비롯됐다. 2년 전 아버지 구순 기념 가족 문집(관련 기사: 아버지의 구순, 온 가족이 총출동해 책을 썼습니다, https://omn.kr/1yhbr)을 낸 직후에 나온 말이니, 이번 엄마 문집에는 우리들의 일취월장으로 제법 묵직한 글들을 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버지 구순 기념 문집은 아버지 세대부터 손주 세대까지 3세대 17명의 글을 모으는 것이어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번 엄마 문집은 우리 형제들 세대로만 하자'고 정하고 지난 여름부터 매달 15일을 마감일로 하는 형제 원고 카톡방을 만들었다. 책 출간 경험도 있고 시간도 넉넉하니 '이번 원고모집과 편집은 수월하겠다' 싶었다.

"엄마 고생한 것만 자꾸 떠올라서..."

첫 달 15일, 원고방은 조용했다. 두 번째 달 15일에도 원고방은 잠잠했다. 의문은 영국에 사는 여동생과의 통화에서 풀렸다.

"언니, 엄마 이야기는 제목도 에피소드도 다 정리해 놨는데 막상 글을 쓰려니 슬픈 감정이 자꾸 밀려와서 글 쓰기가 힘드네. 좋은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엄마 고생한 것만 자꾸 떠올라서.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엄마가 좋아하실까?"

언니의 마음도 같았다.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여러 가지이고, 존경의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었는데 엄마에 대한 것은 고생하신 것만 떠오르네. 이런 걸 쓰는 게 맞나 싶다."

한 권도 쓸 수 있겠다던 남동생에게서도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지난 작년 겨울, 친구의 친정어머니와 시아버지가 일주일 사이를 두고 연달아 하늘나라로 가셨다. 계속 상을 치르는 친구를 보며 '엄마를 회상하는 작업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맞춰 남동생의 글이 올라왔고 우리들은 용기를 내서 엄마와의 시간들을 불러왔다.

4남매가 기억하는 엄마와의 시간

이 책에는 우리들이 기억하는 엄마와의 시간이 들어있다.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엄마의 시간들이 릴레이 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우리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나는 형제들의 글을 보면서 엄마는 엄마의 시간을 반짝이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엄마는 끓임 없는 노동도, 치매 시어머니와의 시간도, 아버지 퇴직 후 생업을 맡으셨던 그 모든 시간들도 엄마는 당신의 자존을 높이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셨다. 그렇게 사남매를 키우며 당신의 화양연화 시절을 이루셨고 가족들 옆에 굳건히 서 계셨다.

엄마는 이야기꾼이기도 하셨다. "엄마 그때는 어땠어요?"라고 물으면 엄마는 그 시간이 눈에 잡히기라도 하듯 이야기를 이어 가셨다. 형제들의 글을 통해 색다른 옷을 입고 나타난 엄마의 이야기를 보며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며 당신의 시간을 견디어 내셨구나' 싶어진다.

하나뿐인 며느리에게 다정하게 풀어내신 이야기 앞에서 우리들은 빙그레 미소 짓게 된다. 육 남매 맏며느리 시집살이, 눈앞이 캄캄했던 큰 사위의 사고, 가물치를 달여 산달 며느리가 있는 태국으로 한걸음에 달려가신 그 발걸음에서 우리는 엄마가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배운다.

그것은 사람을 대하는 엄마의 따뜻함이다. 상황을 대하는 엄마의 묵묵함이다. 우리는 엄마의 따뜻함과 묵묵함의 양분을 먹고 자라 지금의 우리들이 됐다.

그래서 한 가지 희망을 품게 된다. 언젠가 우리에게서도 따뜻함이라는 엄마의 유전자가 비집고 나올 것이라는 희망이다.

노동과 희생을 통해 당신의 자존을 지켜오신 엄마에게 존경과 사랑을 드린다.

한 권도 쓸 수 있다는 동생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 엄마 최영순>이라는 책을 향해 힘과 생각을 모은 형제들과의 시간이 즐거웠다. 

우리들의 글이 엄마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우리엄마#구순기념#책출간#가족문집#엄마의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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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반짝거리는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일상안에 숨어있는 선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문장을 짓습니다. 글쓰기는 일상을 대하는 나의 예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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