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가운데, 전당대회 룰 개정에 관한 요구가 산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석상에서도 공개적으로 언급이 됐지만, 실질적인 의견 수렴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나섰으나 낙선한 수도권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첫목회'의 활동이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은 '보수 재건과 당 혁신'을 주제로 밤샘 토론을 거쳐 지난 15일, '반성문' 형태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권 내 3040세대 소장파 성격을 띠는 첫목회는 "이태원 참사에서 비쳐진 공감 부재의 정치, 연판장 사태로 비쳐진 분열의 정치, 강서 보궐선거로 비쳐진 아집의 정치, 입틀막으로 비쳐진 불통의 정치, 호주대사 임명으로 비쳐진 회피의 정치. 국민이 바랐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응하지 못했고 당은 무력했다"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그리고 우리는 침묵했다. 우리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보수정치의 재건을 위해 용기 있게 행동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을 우리가 알고 있던 공정이 돌아오고,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돌아오는 날로 만들겠다"라는 다짐이었다. 해당 모임의 이재영 간사는 "우리는 전당대회 룰을 '당원투표 50%·일반 국민여론조사 50%'로 바꿀 것과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라며 "비대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지켜볼 것"이라고도 밝혔다.
전주혜 "국민 눈높이 맞게 신속하게", 엄태영 "5:5, 10:0 다 열려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여기에 화답하고 나섰다. 16일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그는 "첫목회가 밤샘 토론을 하고, 어제 밤샘 토론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경선 룰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라며 "현재 당 내외에서는 경선 룰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다양한 경선 룰에 대한 의견을 조속히 수렴해서 국민들 그리고 또 우리 당원들의 눈높이에 맞는 경선 룰을 신속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 비대위원은 "또한 현재 총선 백서 TF에서 총선의 총선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묻는 그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이 총선 백서는 누구의 책임을 묻는 그러한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누구의 책임을 묻는다기보다는 이번 22대 총선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과정 그리고 또 총선 참패에 이르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을 하고 거기에 대한 오히려 치료를 어떻게 할지 이러한 것을 우선시 해야 될 것"이라며 "우리 비대위도 이 부분에 대해서 철저히 원인과 또한 그 이후에 보안에 대해서 집중해야 될 필요가 있다"라고도 제언했다.
이 자리에서 엄태영 비상대책위원은 "특히 우리 언론인 여러분께도 정중히 부탁드린다"라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친윤이다' '비윤이다' '관리형이다' '혁신형이다' 이런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보도가 나온 걸 봤다. 지난 과거를 토대로 분석한 것이지만, 과거와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저희는 모두 친국민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뜻을 수렴해서 전당대회 시기와 룰을 정할 것"이라며 "5대 5든 7대 3이든 10대 0이든 다 열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구성된 비대위 안에서 현행 전당대회 룰을 이전처럼 '민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것은 전주혜, 김용태 두 사람 정도에 그친다.
정작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곽규택 신임 수석대변인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룰과 관련한 논의는) 안 했다"라며 "앞으로 그 부분을 포함해서 '룰이라든지, 일정이라든지, 향후에 다 모든 걸 열어놓고 이야기를 진행하자' 그 정도의 말씀이 있으셨다"라고만 알렸다. "향후 일정이라든지 이런 것은 사무처와 사무총장께서 준비를 하시겠다 이렇게 오늘 이야기가 됐다"라고만 부연했다.
안철수 "100% 당심으로 총선 치렀지만 실패", 김재섭 "경선 룰 손 봐야"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재차 민심 반영을 요구했다. 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당대회 룰은 50 대 50이 좋다는 생각인지' 질문을 받자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왜냐하면 100% 당심으로 해서 당원을 뽑아서 총선을 치렀지만, 결과는 실패 아닌가?"라며 "그러면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이 나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또 이번 선거에서 보면 경기도 60명 중에서 6석밖에 차지 못했다"라며 "결국은 수도권 민심이 떠나갔다는 얘기인데 이 떠나간 수도권 민심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비대위원들을 인선하고 거기에 맞는 시스템들을 만드는 것이 당에서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본인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조차 하고 있지 않다"라고 거리를 뒀다. "정말 우리나라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여기에 지금 집중하고 있다"라는 것. 안 의원은 전당대회와 관련해 "정해진 게 없기 때문"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제 지금 겨우 비대위원회가 꾸려지고 아직 언제 한다든지 또는 어떤 원칙으로 한다든지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그런데 제가 여기서 저 혼자 '저요'하고 의사를 밝힐 이유는 없지 않은가?"라는 물음이었다.
첫목회의 몇 안 되는 '생존자'인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 역시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전당대회 룰 개정이) 가능하다고 보고 이거는 바뀌어야 된다고, 손을 봐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라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정당의 국고보조금이 지원이 된다. 그래서 '당원들만 돈 낸다'라는 얘기는 좀 궁색한 이야기"라며 "게다가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으로 가는 플랫폼 아니겠느냐? 거의 대부분의 선출직들이 다 정당을 거쳐 간다. 국가의 요직들도 정당의 추천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당으로서 우리 당원들만 선거 치르겠다라고 하는 것은 조금 민심과 멀어진 이야기"라는 취지였다.
김 당선인은 "적어도 예선전에서만큼은 민심5, 당심5로 민심을 열었던 장본인이 또 황우여 비대위원장이시기 때문에, 저는 거기에 대한 수요나 아니면 필요성들은 (황 비대위원장이)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얼마든지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변경 가능성이 있다"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