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니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이 나아졌대요. '국민체감경제고통지수'란 '체감실업률과 체감물가상승률을 합산한 수치'인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화됐다고 하더라고요(관련기사 :
'체감경제고통지수' 코로나 이전 수준…국민은 왜 체감 못하나).
그런 분위기를 저만 모르겠나 봐요. 아니 오히려 아닌 것 같아요.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학생들의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느끼거든요. "우리 시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뱉어져요. "사과값이 올랐다", "채솟값이 올랐다"라고 하는 건 솔직히 크게 와닿지 않아요. 대학생이 장 보는 일은 많이 없으니까요.
교통비 지원 찾는 일은 필수
대신 대학교 후문에서 밥을 먹을 때면 깨닫게 돼요.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걸요. 제가 좋아하는 보쌈 가게가 있어요. 8500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기분 좋게 즐길 수 있었어요. 그런데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올해 들어 9500원으로 올랐어요.
사장님 사정은 충분히 이해되요. 하지만 이해가 되는 거랑 속상한 건 다른 것 같아요. 식당들의 가격이 하나둘 오르면서 한 달 식비가 정말 늘었어요. 매 끼니를 사 먹기 부담스러울 정도에요. 친구들과 도시락을 싸 와서 먹기도 해요. 지출도 줄고 친구들과 같이 앉아 먹으니 재밌더라고요.
오르는 건 식비만이 아니에요. 교통비도 많이 늘었어요. 저는 집과 학교 거리가 지하철로 20분 정도 걸려요. 교통비가 3만 원대에서 4만 원대가 되었어요. 겨우 만 원이 아니에요. 만 원 차이는 학생들에게 많이 커요.
매달 10일 교통비가 빠져나갈 때면 놀라곤 하죠. 교통비가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또 오른다고 하니, 벌써 부담이 돼요. 이젠 교통비 지원 프로그램을 찾는 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어요. 저는 집이 가까운 편인데도 이런데 거리가 먼 친구들은 얼마나 큰 변화를 체감할까요.
스스로 자립하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은
알바를 구하는 것도 일이에요. 알바몬, 알바천국 등에 들어가면 올라오는 알바도 줄어들었어요. 할 만한 알바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고용에 대한 비용을 줄이고 있어요. 매일 앱에 들어가지만, 새롭게 추가되는 일자리가 많이 없어요. 일 자체의 감소도 있지만 공장같이 힘든 알바를 피하려고 하는 분위기도 큰 것 같아요.
어렵게 알바를 구해도 끝이 아니에요. 학생들의 알바 시급은 턱없이 부족해요.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은 너무 모자라게 느껴져요(2024년 기준 9860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곧 시작된다는데 최저임금이 만 원을 넘었으면 좋겠어요.
어른이 되고 세상이 살기 쉽지만은 않다는 걸 체감하게 됐어요.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기보다 스스로 자립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이런 경제적 부담들이 저출산, 비혼을 많이 야기하는 것 같아요.
나 혼자 생활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게 정말 막연하게 느껴져요. 물론 전 아직 대학생이지만요. 사회에 나가면 달라질까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