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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어떻게 시작해?"

봉사활동을 10년간 이어온 서영광씨가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이다. 봉사활동 종류는 너무 많았고, 본인의 경험을 다수에게 추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혼자 찾아보려는 지인들은 하나둘 포기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만난 서영광씨가 봉사 큐레이션 <카인들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다. 큐레이션은 흩어져 있는 콘텐츠 및 정보를 목적에 맞게 정리해 주는 일을 뜻한다.

"봉사활동을 찾는 과정부터 초심자들에겐 관문이죠. 봉사활동 또는 자원봉사라고 검색해 보면 정말 정보가 다양하고 많아요. 고심 끝에 골라서 눌러보면 정보들이 세 줄 내외입니다. 그렇게 신청한 봉사활동을 가보면 현장에 안내자가 없어서 당황해요. (안내자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금방 지치기도 하죠. 초심자들이 선택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당신의 봉사 취향은 무엇인가요?
   
 카인들리 홈페이지 메인화면
카인들리 홈페이지 메인화면 ⓒ 카인들리
 
봉사 큐레이션 <카인들리>는 취향을 먼저 묻는다. ▲ 해양 정화 플로깅 ▲ 재능기부 ▲ 무료급식소 봉사 ▲ 유기견 봉사 등 봉사활동 소개 제목과 사진이 눈길을 끈다.

눈길이 가는 사진을 눌러보면 상세 정보가 나온다. 가장 먼저 제공되는 요약 정보로 ▲ 종류 ▲ 난이도 ▲ 시간 ▲ 인증 여부 ▲ 환경 ▲ 활동 연령대 등이 있고, 이어서 '현장 가이드'와 '체크 포인트'를 읽어볼 수 있다.

'현장 가이드'는 직접 경험해 본 현장을 친근한 어조로 설명해 준다. 식사 및 휴식 제공 여부도 살펴볼 수 있다. '체크 포인트'는 봉사활동에 맞는 옷차림과 유의사항이 설명돼 있어 사전 준비에 유용하다. 모든 정보를 다 읽으면 가장 하단에 해당 봉사활동을 신청할 수 있는 경로가 나온다. 신청하기 전 참고할 만한 내용도 한 줄에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봉사자들의 후기를 미리 읽어볼 수도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봉사자들의 후기를 미리 읽어볼 수도 있다. ⓒ 카인들리

"정보적, 기능적, 심리적 허들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했죠. 친근함과 흥미를 유도하고 싶었어요. '흥미'는 행동을 지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사를 고루하고 무겁게만 느꼈던 분들도 있을 테니까요."

봉사 큐레이션 <카인들리>에는 자체 캠페인도 있다. 일상 속 작은 선행을 이끄는 '원스몰굿액션(One Small Good-Action)', 환경미화 봉사 '워컵픽업(Walk Up Pick Up)'이다.

점자블록 위 자전거를 직접 세워본다면?
 
 카인들리 인스타그램 게시물
카인들리 인스타그램 게시물 ⓒ 카인들리
 
사진 속 공유 자전거는 점자블록 위에 누워있다. 점자블록 위에 주차되거나 널브러진 공유 킥보드 및 자전거가 시각장애인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3~4년 전부터 여러 매체에 보도돼 왔다.

"민원신고 절차가 있긴 해요. 그런데 곧장 해결되진 않죠. 기다려야 하는 날이 더 많았어요. 기다리는 동안 누군가 또 다칠 수 있고, 경고음이 울리더라도 잠깐 들어서 세우면 해결되는 일이니까. 직접적인 피해가 되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배려 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 지속할 계획입니다."
 
 '워컵픽업' 활동 사진
'워컵픽업' 활동 사진 ⓒ 카인들리
    
'우리동네 산책미화 프로젝트'는 3개월 기수제로 운영되며, 신청 시 동기부여를 위한 굿즈와 쿠폰북을 제공한다. 주 1회, 산책할 때 ▲ 집게 ▲ 봉투 ▲ 장갑만 챙겨 나가면 해볼 수 있는 봉사활동이다. 각자 인근 지역에서 개별 활동 후, 단체채팅방에 사진 등으로 인증하면 된다.

서영광씨와 1기 회원들은 가장 많이 줍는 쓰레기로 '담배꽁초'를 꼽았다.

"워컵픽업 후기에서 매주 '담배꽁초' 이야기가 나와요. 어떤 날은 너무 많아서 다 줍지도 못하죠. '담배꽁초를 쓰레기로 인식하지 않는 걸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담배꽁초 제대로 처리하기' 같은 소셜캠페인 필요성을 모두가 공감하기도 했어요."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인터뷰를 나누는 서영광 대표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인터뷰를 나누는 서영광 대표 ⓒ 박유리
 
- 최근 가장 관심 가져야 할 봉사활동이 있나요?

"사실 봉사의 중요도는 의미가 없어요. 모든 곳에 똑같이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적절한 인력과 방법으로 지원해야 하죠. 그래도 좁혀본다면 기후변화를 위한 환경보호 활동, 고령화와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약자 지원활동, 교육 취약 계층을 위한 교육봉사를 강조하고 싶어요."

- 봉사활동이 어렵고 힘들다는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요?

"봉사활동마다 필요한 역할과 난이도는 정말 다양합니다. 현장에 가보면 생각보다 일이 적고, 힘들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그만큼 정보와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을 때, 나에게 맞는 봉사로 시작해 보길 권해요."
 
"우리는 일을 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하지만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 간다."
-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봉사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다. 서영광씨는 봉사를 '상호작용'이라고 표현했다. 일에 지쳐 봉사활동을 하러 가길 고민하다가도, 다녀오면 채워지는 게 더 많았다고.

- 타인을 위한 선한 행동이 예전보다는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봉사활동을 하시면서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하다'고 느낀 경험이 있다면?

"최근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봉사활동을 했어요. 거기서 만났던 고등학생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힘든 내색 없이 까르르 웃으면서 활동 자체를 즐기고 있었어요. 우연히 학교에서 하게 된 봉사활동을 이제는 혼자 찾아다닌다고 해서 이유를 물으니 그냥 재밌대요.

사람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정말 다양하고 입체적이죠. '보람 있다', '가치 있다'는 표현도 많이 쓰지만 그냥 '재밌다'라고도 할 수 있거든요. 어쩌면 힘들다고만 느낄 수 있는 일에 '재밌다'라는 표현은 봉사활동의 가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거죠. 카인들리가 지향하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봉사를 무조건 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해볼 수 있고, 언제나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봉사가 주류 문화는 아니긴 합니다. 거창할 필요 없고 오래 지속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긴 생애 안에서 선한 생각이 들었을 때,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카인들리를 경유한 선한 마음이 조금씩 모이면 더 나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카인들리 인스타그램 공식계정 화면
카인들리 인스타그램 공식계정 화면 ⓒ 박유리

덧붙이는 글 | 더 자세한 정보는 봉사 큐레이션 <카인들리> 홈페이지(https://www.kindlyy.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카인들리#자원봉사#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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