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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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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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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가 서울여대의 '신입생 3주 강제합숙' 프로그램에 대해 세번째로 폐지를 권고했다. 서울여대는 지난 2017년과 2021년에도 같은 권고를 받고도 시정하지 않았고 올해도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외·출입을 제한하는 인권침해와 알바를 그만둬야 하는 생계유지 곤란 문제 등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세번째 인권위 권고 받은 서울여대

인권위는 최근 "바롬인성교육을 폐지하거나 학생들에게 합숙 여부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라"는 내용의 결정문을 서울여대에 보냈다.  

'바롬인성교육'은 서울여대(총장 승현우)가 만든 교양 필수 과목으로 미수강시에는 졸업을 할 수 없다. '바롬'은 고황경 서울여대 초대 학장(총장)의 호이다. 그는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명단에 포함됐다.

수강 대상은 1학년 신입생과 일반 편입생 등인데 이들은 학기 중 3주간 다른 과 학생들과 함께 바롬인성교육관에서 숙식을 하며,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생활학습공동체 교육을 받는다. 학생들은 한 호실에 8~10명씩 2인 1실 또는 3인 1실 형태로 무작위로 방을 배정받는다. 또 사유 없이 외박할 수 없고, 무단 외박 시에는 F학점을 받는다. 다만, 금요일 오후 9시부터는 다음 수업 전까지 외박이 가능하다. 3주 과정을 마치면 1학점을 획득한다. 

서울여대는 올해도 3월부터 12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3주 과정으로 교육 일정을 잡았고, 현재는 3차 교육까지 완료된 상태다. 
 
지난 2018년 바롬인성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여대 학생들의 모습.
 지난 2018년 바롬인성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여대 학생들의 모습.
ⓒ 서울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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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 학생들은 합숙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2017년 12월, 2021년 6월 모두 "합숙 폐지" 등을 권고했다. 서울여대 측은 2017년 12월 결정된 권고는 '불수용'했고, 2021년 6월 결정된 권고는 '일부 수용'했으나 합숙 방식은 폐지하지 않았다. 

세번째로 나온 인권위 결정문 또한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결정문에서 인권위는 "서울여대의 바롬인성교육 합숙 방침은 학생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제한하고, 진정을 제기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서울여대는 향후 바롬인성교육 진행 시 현재와 같은 합숙방식을 폐지하거나 또는 학생들에게 합숙 여부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인권위는 "해당 수업의 교육 목표인 '타인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은 반드시 합숙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더라도 동아리, 팀 프로젝트, 봉사활동 등 다른 대체적인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을 짚었다.

반면 서울여대 측은 "2021년 8월 위원회의 (두 번째) 권고를 받은 후 ▲ 바롬인성교육 기간 축소(5주→3주) ▲ 주말 외박 일정 변경(토~일 외박→금 교육 종료 후~일 외박) ▲ 오후 9시~익일 오전 5시는 (교육관 내에서) 자유시간 ▲ 담당 교수의 면담을 통해 타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출, 외박 허용 ▲ 2023년 2학기에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바롬인성교육 합숙여부 선택권 시범 적용 ▲ 비합숙 클래스 대상자 확대 적용을 위해 2023년 2학기부터 홈페이지에 관련 공고문 등재 등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인권위에 밝혔다.

"바롬 때문에 알바 못 해... 후배들에겐 합숙 선택권 보장을"
 
지난 2018년 바롬인성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여대 학생들의 모습.
 지난 2018년 바롬인성교육을 받고 있는 서울여대 학생들의 모습.
ⓒ 서울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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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권위에 진정을 낸 재학생 A씨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합숙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입학하는 서울여대 학생은 거의 없고, 입학 후 이런 사실을 알게 되는 시기에 매번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에서는 난리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결국 바롬인성교육을 수강하긴 했지만 3주 동안 저녁 시간이 제한돼 아르바이트를 지원할 수조차 없었다. 부모님께 받는 한 달 용돈이 50만 원인데 기존 자취방 월세 비용만 50만 원이라 생활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또 "당시 우울증 약과 불면증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학교가) 비합숙 클래스의 존재 여부를 제대로 알렸다면 신청했을 텐데, 알지 못해 합숙 교육을 계속해서 들었다"며 "후배들은 합숙의 선택권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 억지로 합숙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마음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4일 오전부터 서울여대 바롬인성교육부에 전화를 걸고 메일을 보내 '연이은 인권위 권고에도 합숙형 필수과목 형식으로 수업을 운영하는 이유', '향후 계획', '학교 측의 입장' 등을 묻고 여러 차례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관계자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 결정되는 대로 회신드리겠다"라고 하고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서울여대에 바롬인성교육과 관련해 세 차례 진정이 접수되고 세 차례 권고가 나갔다"며 "(세 차례 권고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했다. 이어 "인권위는 지난 5월 24일 서울여대 측에 결정문을 보냈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3항에 따라) 서울여대 측은 90일 이내에 권고사항의 이행계획을 통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인권위 권고 거부한 서울여대... '바롬'이 뭐길래 https://omn.kr/tb0z

태그:#서울여대, #인권위, #바롬인성교육, #합숙, #학생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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