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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찾아온 환경부·수자원공사 공무원과 직원들
 지난 5월 22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찾아온 환경부·수자원공사 공무원과 직원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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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감사원 결과 발표 하루 만에 보 처리방안 재심의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건의했고, 15일 만에 속전속결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국책사업과 관련해 기초자료가 적정 수준으로 확보되지 않아 합리적 의사 결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확인됐음에도 시한을 이유로 이를 강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충분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과학적·객관적 분석 결과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 적절하게 반영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환경부는 이런 감사 조치에 환경부에서 진행한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고 향후 추가분석을 통해서 처리방안을 결정했어야 했다. 4대강 재자연화와 보 처리방안 과정에 관여했던 공무원의 자존감은 그대로 짓밟혔다. 4대강 재자연화와 보 처리방안 확정을 위해 4년간의 조사와 평가, 민의를 청취하는 과정 그대로 무시됐다. 내가 환경부 공무원이었다면 너무나 수치스러웠을 것이다. 

지난 5월 22일 환경부 공무원이 세종보 천막농성장으로 찾아왔다. 탄력운영이라는 허울을 이야기했다. 기대를 잠시 했지만 다시 좌절을 만났다. 탄력운영이라는 허울을 위해 30억여 원을퍼부어 보를 수리 중인 걸 당당하게 밝히지도 못하면서 시민단체의 농성장을 문제 삼고 있는 꼴이다.

강우와 홍수, 생물서식을 고려해 운영한다는 탄력운영은 4대강사업 완공 이후 6년간 담수됐을 때도 같았다. 담수가 진행될 때 정상운영, 탄력운영이 원칙이었다. 상시담수를 가장한 탄력운영이라는 말은 우리를 기만하는 언어도단인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천막농성중인 환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러 왔다는 말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있는 환경부 상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환경부가 밉다.

환경부는 우리의 요구조건에 대한 답을 준비하지도 않았다. 책임 있는 답변을 하기 어려운 공무원 특유의 말도 되풀이 했다. 우리의 요구는 분명하다. 2017년 11월부터 개방되기 시작한 세종보와 공주보에 생명이 돌아왔다. 생명이 돌아오고 자연성이 회복되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세종보와 공주보 담수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천막농성 응원하는 게 자존심 지키는 일일 것
 
세종시가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보낸 계고장
 세종시가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보낸 계고장
ⓒ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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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수자원공사는 지속적으로 대청댐과 보조댐에서 방류량을 늘리고 있다. 실시간으로 위험을 알린다는 핑계를 삼아 문자와 공문을 보내 오고 있다. 단순한 문제와 공문이 아니라 물을 방류하는 이유와 내용을 설명해 줬어야 했다.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평상시 방류량의 5배 수준을 배출하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세종시는 천막농성장 철거를 요청하는 1차 계고장이 끝나기 며칠 전인 5월 31일 전화로 '추가 계고장은 없고 바로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3차 계고를 이어가는 행정절차의 관행은 지키지 않겠다고 했다. 강제철거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6월 3일 찾아와 2차 계고장을 전달하고 떠났다. 2차 계고장에서는 '3차계고는 없고 고발조치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천막농성장을 둘러싼 상대 측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는 환경부, 수자원공사, 세종시는 시민과의 대화를 원치 않는 모습이다. 10일까지 2차 계고가 이뤄진 상태이다. 10일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3차 계고를 진행할 것인지, 고발을 진행할 것인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방위적인 압박이 어디까지 진행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천막농성장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응원하고 있다.

우리들이 이렇게 지키는 것은 강을 '제대로' 봤기 때문이다. 다시 '녹조라떼'를 매년 걱정하며 살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큰빗이끼벌레와 실지렁이, 붉은깔따구가 창궐하는 강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 세종보에는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서식중이다. 수달, 삵, 미호종개, 흰수마자, 흰목물떼새, 큰고니, 큰기러기 등의 수십여 종이 공주보와 세종보의 상류에 나타난다. 다양한 생명들이 오는 것은 그만큼 강이 회복과정을 밟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증거들을 이미 환경부는 알고 있다. 환경부도 수년간 조사와 모니터링을 진행해 자료가 축적돼 있다.

천막농성장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환경부 공무원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생명을 지키고 환경의 가치를 최우선해야 하는 게 환경부의 책무다. 얼토당토 하지 않은 말로 농성장의 활동가를 기만하지 말고, 제대로 환경부 공무원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를 바란다.
 
보조댐 방류중인 모습
 보조댐 방류중인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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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종보, #담수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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