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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몸이 노화되기 시작한다. 눈은 점점 어두워지고 머리숱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잇몸이 약해지고 염증이 심해지며 치아도 하나둘씩 빠진다. 세월에 따른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이를 겪는 당사자의 마음은 심란하다.

만 나이 60인 나는 요즘 치과를 자주 드나든다. 세상에서 가장 가기 싫은 곳 중의 하나가 치과지만, 염증이 생겨 어쩔 수 없이 다닌다. 갈 때마다 다시는 안 갈 것이라 몇 번이고 되뇌어 보는데도 입속 치아 상태가 이를 허락지 않는다.  

얼마 전 양치질을 하다가 어금니 잇몸이 약간 도드라져 부은 것 같아서 신경이 몹시 쓰였다. 안 그래도 음식물을 씹을 때마다 양쪽 윗 어금니에 통증이 좀 느껴져 단단한 음식은 피해서 조심스럽게 먹고 있었다. 또 어금니가 말썽을 부리나 싶어 지체 없이 단골 치과로 달려갔다. 

의사 선생님은 내 치아 엑스레이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어금니 두 개와 송곳니 한 개가 염증이 심하다고 했다. 우선 치료를 해 보고 더 심해지면 뽑아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대한 빨리 치과에 왔는데도 상태가 이렇다니. 내가 평소에 치아 관리를 잘 못한 탓인가. 걱정도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착잡했다. 

심해진 잇몸 염증... 올 것이 왔다
 
30년 가까이 다닌 단골 치과, 간판도 낡아서 색이 바랬다.
 30년 가까이 다닌 단골 치과, 간판도 낡아서 색이 바랬다.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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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입속에서 어금니가 본격적으로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쯤이다. 처음에는 잇몸이 약간 부은 듯하여 약국에서 일반 의약품인 잇몸 염증 치료제를 구입하여 복용했다. 치과에 가면 발치를 하라고 할까 봐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다. 

약으로 몇 주일을 버텨 보았지만, 잇몸은 계속 더 부어오르고 음식물을 씹을 때도 통증이 심하게 느껴져 불편했다. 도리 없이 치과를 갈 수밖에 없었다. 잇몸이나 치아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찾는 단골 치과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꽤 오랫동안 치과를 가지 않은 데다, 어금니의 불편한 상태로 보아 예전과는 달리 단순 치료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억지로 떠밀리듯 치과를 예약해 들렀다. 오랜 단골이라 친숙한 의사 선생님께, 부디 발치만은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잇몸과 치아 증상을 말했다. 잠시 입안을 살펴보더니 엑스레이 촬영을 해 보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입속 상태는 나를 바짝 긴장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잇몸 염증이 치아 뿌리까지 내려가 발치를 하지 않고서는 치료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세 개씩이나 그렇다니 가슴이 철렁했다. 약으로 버틴 게 병을 키운 건가. '진작 올 걸' 하는 후회가 됐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어금니를 세 개씩이나 뽑아야 한다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픈 어금니를 뽑고 나면 음식물을 씹는 불편함에 더해서, 치아를 대체하는 인공 치아 시술 비용이 든다. 걱정스러웠다. 당시에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던 때라 치과에 가는 시간을 따로 내기도 어려웠다. 염증으로 당장 식사를 하는 데 불편함이 있었지만, 궁리 끝에 일단 참고 지내다가 직장을 은퇴하고 나서야 시술을 했다.

순차적으로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를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도중에 염증이 다시 생겨 치료를 하고 잇몸 뼈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좌, 우측 어금니를 번갈아 뽑아서 음식물을 한쪽 어금니로만 씹어야 했고 통증도 견디는 불편함이 따랐다.

그때 한 어금니 세 개 임플란트 시술로 한동안은 치아 때문에 걱정하는 일은 없겠거니 했는데,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내 치아 상태는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금니 임플란트 세 개에 염증이 있는 어금니 두 개, 송곳니 한 개까지 현재 내 치아 상태는 먹는 즐거움을 반감시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이제는 먹는 것이 즐거운 게 아니라 힘겨운 일이 되어, 일단 내가 씹을 수 있는 음식물인지부터 먼저 가늠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식욕이고, 식욕 충족의 즐거움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다 아는 사실이다.
  
자주 다니는 단골 치과에 붙어 있던 치아 건강 홍보물이다.
 자주 다니는 단골 치과에 붙어 있던 치아 건강 홍보물이다.
ⓒ 곽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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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치아 상태가 나쁜 게 아니다. 60대인 내 주변에는 본인의 자연 치아를 상실하고 임플란트를 한 사람들이 많다. 형제들이나 선배, 친구들이 치아 통증으로 음식물을 먹는 데 불편을 겪고나서 인공 치아로 대체한 경우가 많다. 그렇게 먹는 즐거움을 어느 정도나마 유지하고 있다.

가장 큰 고민은, 임플란트 시술을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임플란트 1개당 비용이 보통 100만 원이 넘으니 몇 개의 치아 상태가 동시에 나빠지면 비용 부담이 상당해진다. 연령이 만 65세 이상이면 1인당 임플란트 2개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본인 부담률은 30%라고 하나, 3개째부터는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임플란트를 못하면 틀니라도 해야 하는데 그 또한 마찬가지다. 나이가 만 65세 이상이면 7년에 1회씩 건강보험 급여가 가능하지만, 이것도 본인 부담률이 30%다.

기사에 따르면 노인의학계에서는 고령자가 신체가 허약해져서 드러눕거나 조기 사망에 이르는 과정의 첫 출발점을 '구강 노쇠'(구강과 턱·얼굴 영역의 기능저하를 뜻하는 말, 씹을 수 없는 음식 수가 증가하고, 식사 중 목메거나 흘림, 어눌한 발음 같은 증상을 나타낸다)로 본단다.

구강 노쇠로 잘 씹지 못해서 먹지 못하면 영양 부실과 근감소증으로 이어지고, 인지 기능도 떨어뜨려 치매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고. 그만큼 노년기의 구강 기능이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노년에도 먹는 즐거움은 계속 되길

먼저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에서는, 이 구강 노쇠를 진단하는 '구강 기능 검진'을 필수로 제도화하고 건강보험으로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구강 기능의 저하 상태에 따라 고령 환자에게 영양 섭취를 위한 맞춤 처방까지 잘 이루어지고 있다니,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속담이 있다. 상황이 나빠져도 어떻게든 헤쳐 나갈 방법이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의 말이지만, 액면 그대로 이가 없어 좋지 못한 잇몸으로 음식을 씹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서글퍼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북 고창군, 순창군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저소득층 노인에 대해 임플란트와 틀니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사를 보니 지원 받은 주민들이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마침 지난 9일이 구강 보건의 날이었다. 치아 건강 관리에 신경을 써서, 부디 노년에 이르기까지 먹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한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노년층의 먹는 즐거움을 위해 일부 지자체의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 적용하여 지원을 늘려주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실릴 수 있습니다.


태그:#치아건강, #임플란트, #먹는즐거움, #인공치아, #잇몸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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