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전장에서 끔찍하게 죽어 나가는 사람들을 미디어로 접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국경을 허무는 보건 위기, 기후 위기는 전통적인 군사 분쟁과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인류의 미래를 더욱더 불확실하게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 분쟁상태이고 무엇이 평화 상태인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분쟁을 폭력에만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군사주의적 관행은 국내외 정치를 잠식하며 평화 상태로의 발전을 어렵게 한다. 군사주의는 사실상 맹목적 신앙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보혁 박사는 저서 <군사주의>(폭력의 이데올로기와 작동방식)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악화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평화주의를 부정하는 군사주의를 비판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군사주의론의 유용성 또한 찾고 있다.
전쟁과 평화에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양하고 둘의 상호작용 속에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의 전환을 추구할 때, 군사주의라는 개념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군사주의를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재조명하고 정치경제, 노동, 젠더 등 다양한 영역의 렌즈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특히, 현대 군사주의의 다측면, 다차원적 동학에 대한 분석은 신자유주의적 군사주의에 집중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자본주의를 기치로 한 경제적 이익과 서구적 가치 보호를 명분으로, 그 반대 세력들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군사주의는 자유주의와 함께 긴밀하게 연결되며 확장되어왔다. 즉, '신자유주의적 전쟁'은 '선'이 되었고, 그 '선'으로 간주되지 않는 모든 정치적 실체는 '악'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에 따라 현대 국제질서에서 선과 악의 이분법은 고착화되었다. 이는 군대식 사고방식과 행동 방식을 민간 영역에 적용하며, 사회 전체를 그 '악'과의 전쟁 준비 태세에 나서게 하는 군사화 효과를 증폭시키고야 만다.
한반도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서보혁 박사는 이러한 군사주의가 한반도에 가져오는 영향에 대한 분석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다. 사실, 군사주의의 역사에서 한국전쟁이 함의하는 바는 상당하다.
한국전쟁은 냉전 체제 경쟁 아래 군사화를 지속시키는 수단이 되었고, 그 여파로서의 전쟁 트라우마는 한국 내 군사주의의 지방화, 사회화, 가정화 그리고 내면화를 촉진했다. 남북 관계에 대한 뿌리 깊은 군사주의적 논리는, 현재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관계'를 천명하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분단정전체제를 지속시킬 따름이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한반도 상황의 평화로운 전환을 위해 탈군사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필요성은 한반도에만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와 가자의 참상과도 연결된다. 그렇기에 더더욱 군사주의 신앙의 탈피가 요구되는 바이다. 탈군사화를 모색하기 위한 첫 걸음은 응당 '군사주의'가 무엇인지를 깊이 탐구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군사주의 : 폭력의 이데올로기와 작동방식>은 한국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군사주의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풀어낸 훌륭한 지침서라고 평가할 만하다. 또한, 서보혁 박사가 책 말미에 제시한 군사주의 연구에 남은 정책적, 학술적 과제들은 평화로운 한국 사회와 한반도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필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