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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갈자갈하는 강
ⓒ 임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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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자갈자갈~'

세종보 천막농성 앞 금강변의 자갈여울에서 나는 소리이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여울, 그 앞에 앉아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실제로 이런 속삭임이 들린다. 그렇다고 모래 여울이 '모래모래' 하고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다 각각의 소리와 역할이 있으리라. 그러니까, 모래 여울도, 자갈 여울도, 버드나무도, 풀도 다 저마다의 소리를 내고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여기 사는 모든 생명들이 그렇다. 딱정벌레도 나방도, 거미도 모기도, 다 제 역할이 있고 있다가 사라지고 다시 나타난다. 모든 존재의 탄생과 사멸, 그 자체만으로도 대자연의 섭리에 따른 맡은 바 역할이 있을 것이다. 천막농성장을 지키는 우리들의 책임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런 쓸데없는 콘크리트 시설물을 만들어서 이곳을 망가뜨렸기에 다시 회복시키는 일이다.
 
시민들이 쌓아둔 돌탑 위에 검은등할미새가 쉬고있다
▲ 돌탑 위에 앉은 할미새 시민들이 쌓아둔 돌탑 위에 검은등할미새가 쉬고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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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의 안녕을 기원하는 천막농성장 앞 돌탑이 크고 작게, 무너졌다가 다시 쌓이고 있다. 그 꼭대기에 위태롭게 올려놓은 조약돌 위에 할미새가 절묘하게 앉았다. 그림 같았다. 참새는 둠벙에서 목욕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금강의 평화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관광개발로 파괴되는 제주 환경… 생태계 위협
 
산방산 아래 사계해안에 갯녹음이 확산된 모습
▲ 바다사막화, 갯녹음 산방산 아래 사계해안에 갯녹음이 확산된 모습
ⓒ 해양시민센터파란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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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제주에서 온 윤상훈 전 녹색연합 사무처장이 방문했다. 지금은 제주에서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을 창립하고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금강을 마주 본 그와 제주 바다 이야기를 나눴다. "바다 최고온도가 해마다 1도씩 오르고 있고 바다생태계가 낭떠러지 같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제주 인구수보다 흑돼지 수가 더 많다"는 그의 농담에서 관광도시 제주의 현 실태를 엿볼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갯녹음'은 제주 전체 암반의 40%의 공간에서 확인되며 해조류 급감도 심각한 상황이다. 해양오염 지표종이자 녹조식물인 구멍갈파래는 평년 2~3천 톤 수거되던 것이 2022년에는 5천 톤에 달했다고 한다. 해양쓰레기는 2017년 1만 톤에서 2022년 1만 7천 톤으로 늘어났다.  

기후위기로 인한 수온 상승과 국제 자유도시 난개발로 육상오염원이 증가하면서 제주도 해양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은 이처럼 크게 위협받고 있다. 땅과 바다의 수용력을 고려하지 않은 축산업과 양식업은 이 급격한 변화에 기여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제주 천혜의 환경을 기반으로 발전한 관광산업은 오히려 제주 생태를 위협하게 된 것이다.

생태 무시한 개발은 결국 파국… 안타까운 미래
 
부여 부소산성 앞 녹조낀 금강 모습
▲ 녹조가 가득한 강 부여 부소산성 앞 녹조낀 금강 모습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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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자체들이 강과 산을 토대로 관광개발 수익을 말하지만 제주의 최근 변화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종시가 강을 틀어막아 오리배와 수륙양용차를 띄우면 갑자기 관광객이 몰려오고 강은 괜찮은 상황이 벌어질까? 고인 강은 녹조와 악취로 몸살을 앓게 되고 관광수익도 요원해진다. 가을까지 태풍이 몰려오는, 예측할 수 없는 기후를 우리가 보 하나로 통제할 수 있을까? 

그것을 추진하던 지자체장들은 4년 임기 마치면 그만이겠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제주 주민들이 관광에 몸살을 앓고 본래 제주의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지금의 모습이 미래의 세종의 모습이 될 수 있다. 강이 흐르지 않고 보로 틀어막아 생기는 여러 부작용을 결국 짊어질 것은 시민들이다.

생태환경에 대한 가치와 철학이 없는 4년, 5년짜리 정치인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뜨는 삽질 아래 파괴되는 환경은 단시간에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의 선택이 중요하다. 우리는 '살리는 쪽'의 편에 서야 한다. 그것이 정답이다.
 
강을 막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흐르는 강을 그대로 두라.
▲ 흐르는 강 그대로 두라 강을 막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흐르는 강을 그대로 두라.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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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이름을 다 망쳐놨어!"

세종에서 나고 자라셨다는 이은봉 시인이 천막농성장에 방문했다. 바로 천막이 있는 이 자리에서 수영하던 이야기, 낚시하던 이야기, 강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아름다운 유년의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는 농성장 위쪽에서 금강과 합류하는 하천 '제천'은 본래 '모듬내'로 불렸던 하천인데 모듬'제'자에 내'천'자를 써서 '제천'으로 바꿨다고 한다. 방축천은 본래 '꽃소내'였는데 꽃 '방'자에 소 '축'자를 써서 '방축천'으로 바꿨단다. 모듬내와 꽃소내, 얼마나 예쁜 이름인가. 그는 "아름다운 이름을 다 망쳐놨다"며 안타까워했다. 

원래의 것을 강제로 바꾸고 통제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해질까. 천막에서 보고 듣고 만나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쓴 지 50일이 되도록 매일 되묻곤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흐르는 강물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닿지도 못할 허망한 권력과 자본에 목말라 하다 사라질지도 모른다. 

쉼 없이 흐르는 금강, 자갈 여울 위의 강물이 '자갈자갈' 속삭이며 흐르도록 내버려 둬라.

태그:#금강, #낙동강, #영산강, #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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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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