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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와 함께하는대전장애인가족연대,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등은 20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 보호 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와 함께하는대전장애인가족연대,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등은 20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 보호 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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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 두둥~ 북소리가 나자 흰옷을 입은 50여명의 시민들이 도로에 일제히 엎드렸다.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에 무릎을 꿇어 배와 가슴, 머리를 바닥에 대고, 손을 쭉 뻗어 완전히 온몸을 바닥에 밀착시켰다.

다시 북소리가 나면 이들은 두 손을 합장한 채 '발달', '장애', '참사', '멈춰'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 발짝을 옮겼다. 그리고는 다시 바닥에 엎드리는 오체투지를 이어갔다.

20일 대전의 최고기온은 35도를 기록,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햇볕에 달궈진 아스팔트 온도는 50도를 넘겼다.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무릎에 상처가 나도 이들이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더 이상 발달장애인 부모가 자기 손으로 자녀를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는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와 함께하는대전장애인가족연대,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등은 이날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 보호 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국가 대책없이 가족에게 돌봄 책임 전가하나"

이들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반복되는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며 사회적 참사"라고 주장했다. 발달장애 가족을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재난과 같은 삶을 기약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가는 아무런 대책 없이 오로지 가족에게 돌봄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회구조는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사회통합을 어렵게 하고, 차별과 소외, 고립으로 이어져 마침내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떠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청북 청주 발달장애인가족 3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들 모두는 중증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장애가 심하지 않은 40대 아들 A씨가 60대 어머니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후 심각한 우울증을 겪은 누나를 돌봐오다 신변을 비관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는 올해 3번째 발생했으며, 지난 2022년에 10건, 2023년에 10건이 각각 발생했다.

이들은 "반복되는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를 막기 위해 발달장애인 가정의 생명을 보호하는 정책과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에 끊임없이 요구해 왔지만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부터 삭발과 삼보일배, 단식투쟁, 오체투지 등을 해마다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2대 법률 전부 개정 및 12대 정책'이다. 우선 법률개정으로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을 통해 ▲지역사회 자립 지원 기반 마련 ▲보편적 통합교육 환경 마련 ▲조기 발견 진단·평가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12대 정책으로는 ①주거생활서비스 도입 ②지역사회 행동지원센터 설치 ③낮시간서비스 보편화 ④자기주도급여형 일자리 도입 ⑤발달장애인 산업현장 실습 프로그램 도입 ⑥특수학급(학교) 학급 정원 축소(교사1:학생3) ⑦통합학급 특수교육전공 협력지원교사 배치 ⑧교육분쟁조정위원회 설치 ⑨행동중재 전담교사 배치 ⑩발달장애인 거점병원 17개 시도 모두 배치 ⑪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치 및 운영 확대 ⑫발달장애인 건강검진 사업 실시 등이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세상 떠나는 참혹한 현실, 멈추게 해 달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와 함께하는대전장애인가족연대,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등은 20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 보호 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와 함께하는대전장애인가족연대,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등은 20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 보호 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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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와 함께하는대전장애인가족연대,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등은 20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 보호 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와 함께하는대전장애인가족연대,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등은 20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 보호 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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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행진에 앞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한만승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장은 "제발 부모가 자녀와 함께, 자녀가 부모와 함께 세상을 떠나는 이 참혹한 현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우리 부모들은 머리를 깎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오체투지를 하면서 외쳤지만 결국 국회와 정부, 자치단체는 외면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주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또 다시 오체투지에 나섰다.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죽이고 죽지 않기 위해 온몸으로 투쟁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 발언도 이어졌다. 자신을 발달장애인이라고 밝힌 서동현씨는 "저는 자립을 목적으로 매주 일요일에 요리를 배우고 있다. 그리고 자조 모임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며 "제가 자립할 때 엄마 도움 없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문소윤 대전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는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 발달장애인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참사를 막아달라는 것"이라며 "장애인도 다 같은 시민인데, 인간답게 살자는 데, 함께 살자는 데 왜 귀를 막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이날 채택한 결의문을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대책 부재로 오로지 가족이 돌봄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로 인해 발달장애인의 자립, 지역사회 통합 희망은 멀기만 한다"며 "이러한 사회시스템 부재는 해마다 수많은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참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 제도가 구축되어야 한다. 지원제도와 보장 장치가 구축되어야 한다"며 "사회적 고립으로 고통 받는 발달장애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행정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더 촘촘하고 세심한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극한 상황에 처한 발달장애인 가정을 위한 주거생활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출발, 시청역네거리와 까치네거리, 시청네거리, 시교육청네거리를 지나 다시 북문으로 돌아오는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했다.

한편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오체투지는 지난 5월 28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이어지고 있다. 오는 25일에는 보건복지부 앞에서 전국결의대회를 열고, 27일에는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오체투지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와 함께하는대전장애인가족연대,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등은 20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 보호 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와 함께하는대전장애인가족연대,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등은 20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 보호 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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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발달장애인, #장애인부모연대, #오체투지, #대전시청, #발달장애인가족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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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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