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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어릴 적 사람들이 손놀이하며 즐겨 부르던 이 노래의 제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이 곡은 윤극영 선생님이 만드신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동요 <반달>이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
이 병에 가득히 넣어가지고서
랄랄랄랄 랄랄랄라 온다나
 

초등 교과서에 실린 노래 <고기잡이>의 1절이다. 이처럼 생생한 가사와 신나는 선율의 노래를 600여 곡이나 남겨주신 분, 윤극영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반달 할아버지의 집, 윤 선생님 가옥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선생님이 1977년부터 1988년 작고할 때까지 말년을 보내셨던 곳이다. '2024년 서울문학기행'을 함께 떠날 문화해설사 선생님은 반달 할아버지의 소담한 가옥에서 우리 가족을 맞아주셨다.
 
서울시는 6월 17일부터 9월 17일까지 <서울문학기행>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 윤극영 가옥 서울시는 6월 17일부터 9월 17일까지 <서울문학기행>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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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오늘 선생님이랑 쌔쌔쌔(손놀이) 같이 해줄 어린이들이 왔네요."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리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문화해설사 선생님은 문학기행 열차에 올라탄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린이날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방정환 선생님이요."
"맞아요. 그런데 오늘 만나 볼 윤극영 선생님과 방정환 선생님이 절친, 친한 친구 사이였다는 사실은 몰랐지요?"

 
달력은 선생님이 작고하신 1988년 11월의 달력 그대로다.
▲ 윤극영 선생님의 방 달력은 선생님이 작고하신 1988년 11월의 달력 그대로다.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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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극영 선생님은 경성고등보통학교 졸업 후 도쿄에 있는 동양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과 성악을 공부했다. 유학 시절 만난 방정환 선생님을 비롯해 진장섭, 조재호, 손진태, 정병기, 이헌구, 마해송 선생님과 함께 '색동회'를 만들었다.

색동회는 '바른 어린이가 성장하여 바른 어른이 됩니다.'라는 표어 아래 창립된 어린이 운동 단체다. 이 단체는 어린이 문학전집을 간행하거나 어린이 동화구연대회를 여는 등 아이들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특히 반달 할아버지, 윤극영 선생님은 아이들이 즐겁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동요를 보급해 아동문화에 싹을 틔웠다고. 그의 작품은 <설날>, <따오기>, <고드름> 등 제목만 듣고도 저절로 멜로디가 입속에서 맴도는 곡들이 수두룩하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많은 동요와 동화를 창작하신 윤극영 선생님.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이 반달 할아버지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색동회가 창립된 1923년은 일제 강점기였다. 조선 가사를 붙인 찬송가곡과 일본 노래가 전부인 시대를 살았던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었을까? 아마 윤극영 선생님은 그 정답을 아셨던 모양이다.

이듬해인 1924년 선생님은 동요 단체인 '다리아회'를 조직하여 동화 창작 활동과 어린이 문화운동을 전개했다. 아이들이 우리말로 된 노래를 부르며 교문을 나서길 간절히 소망했다는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거실에 모여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반달>을 부르자 해설사 선생님과 큰아이의 손놀이가 시작됐다.

"우리가 놀던 걸 너희들도 그대로 하는구나?"
 

문학기행 열차에 동승한 참가자 중, 나이 일흔을 넘기셨다는 할머니께서도 손놀이를 하시며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터뜨리셨다.

거실에는 윤극영 선생님의 노랫말에 그림을 더한 시화전이 한창이었다. 작품 <따오기>를 보며 해설사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거실에는 선생님이 쓰신 글에 그림을 더한 작품이 전시중이다.
▲ 따오기 거실에는 선생님이 쓰신 글에 그림을 더한 작품이 전시중이다.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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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오기는 선생님의 초창기 창작 동요에요. 나라를 잃은 민족의 애달픈 감정이 녹아있는 작품이지요.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이라는 가사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 까요?"
"광복이요."
"우리나라의 주권 아닐까요?"
 

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참가자들은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다.

반달 할아버지의 가옥을 벗어나면 북한산 둘레길 산책이 기다리고 있다. 독립운동을 하신 여운형, 손병희 선생님의 묘소를 지나 문학기행의 종착역이자 독립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에 도착하기까지 해설사님의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가 쏟아진다.
 
윤극영 가옥을 벗어나 역사 여행이 시작된다.
▲ 2024 서울문학기행 윤극영 가옥을 벗어나 역사 여행이 시작된다.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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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 공원 산책로에서 반달 노래비를 만날 수 있다.
▲ 반달 노래비 솔밭 공원 산책로에서 반달 노래비를 만날 수 있다.
ⓒ 최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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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나라 사랑을 일깨워 주신 선생님의 바다와 같은 마음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이들의 가슴속에 일렁이고 있다. 돌아오는 주말, 반달 할아버지네 마실을 한번 가보면 어떨까?

윤극영 선생님의 가옥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https://yeyak.seoul.go.kr) 또는 강북구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오는 9월 17일까지 <서울문학기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 업로드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mjc8441)


태그:#2024서울문학기행, #윤극영가옥, #반달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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