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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0일 해바라기 모종을 심느라 분주한 하솔마을 주민들.
 지난 5월 10일 해바라기 모종을 심느라 분주한 하솔마을 주민들.
ⓒ 권혁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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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후 농업은 수천 년간 지켜왔던 왕좌를 허무하게 빼앗겼고, 기반이었던 농촌과 농민의 처지도 곤궁하게 변했다. 

대한민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농촌 하면 소멸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정도가 됐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축제를 준비하는 마을도 있다. 서산시 성연면 하솔마을(예덕2리)이 바로 그곳이다. 

다른 마을과 마찬가지로 하솔마을도 고령화와 인구감소란 시대의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축제의 총감독을 역할을 하는 63세의 유병돈 이장이 66명의 주민 중 두 번째로 젊은 사람이라고 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이 마을에는 3년 전부터 새로운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다. 별 욕심 없이 시작한 해바라기 축제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장소가 된 것이다.

"코로나로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어르신들이 답답해하는 것 같아 주민들끼리 즐길만한 축제를 생각했죠. 단순하게 먹고 마시기만 하는 것 보단 무언가 특색 있는 걸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해바라기밭을 조성했습니다."
 
제3회 하솔마을 해바라기 축제 포스터
 제3회 하솔마을 해바라기 축제 포스터
ⓒ 하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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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회 축제를 개최할 때까지도 행사를 기획한 유 이장이나 물심양면 내 일처럼 도와준 마을주민들이나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3천여 평의 밭에 아기자기하게 핀 해바라기가 사진작가들에게 명소로 알려지면서 2회 축제 때는 확연하게 늘어난 인파와 시장, 국회의원까지 찾는 어엿한 지역 축제가 됐다.

올해도 주민들은 마늘 수확 등으로 바쁜 농번기임에도 지난 5월 해바라기씨를 발아시켜, 모종을 심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총 4만여 개가 넘다 보니 고령의 주민들에게 벅찰 만도 하지만 "손님 불러 놓고, 이만큼은 해야지 않겠느냐"며 웃어넘겼다. 

마을주민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자체적으로 하는 축제다 보니 거창하지는 않지만, 올해는 볼거리도 많이 준비했다. 풍물, 색소폰 공연, 난타, 해바라기 미니사진전, 루시모델아카데미 패션쇼, 청춘작가 해바라기 콘셉트 무료 촬영 등 마을주민의 열정에 감동한 단체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병돈 이장은 앞으로 여력이 된다면 해바라기와 함께 피는 능소화를 마을에 심고, 트레킹 코스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유병돈 이장은 앞으로 여력이 된다면 해바라기와 함께 피는 능소화를 마을에 심고, 트레킹 코스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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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키워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었던 터라 주민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와도 곤란한 만큼,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손님들이 방문해 농촌의 정취를 느끼며 마음껏 즐기고 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하솔마을을 기억해 주는 것은 덤이다.

마을만들기 사업과 연계해 지금은 현장 판매만 가능한 해바라기기름을 상품화하는 것이 공통된 주민들의 욕심이라면 욕심.

유병돈 이장은 "저를 비롯한 주민들은 이제 인생을 아름답게 마감해야 할 시기죠.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해바라기 축제 같습니다"라며 "언젠가는 하솔마을이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슬퍼하기보다는 찾아오는 분들이 있는 한 즐겁게 해바라기를 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솔마을의 해바라기 축제는 오는 29일 개막하며 약 2주간 해바라기꽃을 감상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태그:#서산시, #하솔마을, #해바라기축제, #유병돈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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