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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태양광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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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회에서 매우 의미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가짜뉴스가 낳은 재생에너지 규제의 대못을 뽑는 규제개선 법안으로, 명칭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및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입안자는 대표발의자 이소영 의원(의왕, 과천)을 비롯해 염태영(수원), 민병덕(안양), 위성곤(제주) 등 17명이다.

그런데 법안의 중요도에 비해 주목도는 낮은 것 같다. 요즘 워낙 굵직한 사안이 많거니와 법안이 담고 있는 용어 자체가 낯선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 글에선 해당 법안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우선, 혹시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라는 말 들어보셨나. 알고보면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쉽게 말해 태양광 발전시설 자체를 '혐오시설'로 보고 주택가나 도로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려놓으라는 것이다. 주로 시군 단위같은 기초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만들어져 있는데,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전체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129개 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두고 있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주로 주거지역이나 도로에서 100미터, 200미터, 300미터, 심하면 1킬로미터까지 떨어뜨리라는 규제인데, 여기서 주거지역이라고 하면 집 한 채부터 10채정도를 포함한다. 도로라 하면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농어촌도로 등 우리나라에 있는 그 많은 도로가 다 들어간다. 이렇다보니 사실상 주민 동의 받아 태양광 시설을 세우려 해도 여기 걸리고 저리 걸리며 설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몇 미터 떨어뜨릴지에 대한 기준조차 모호하다. 객관적이고 과학적 근거에 의해 정해진 게 아니라 주로 '옆 지자체에선 이렇게 하더라'를 보고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규제다. 영국과 독일같은 유럽은 물론이고 옆나라 일본에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1월 윤석열 정부의 산업통상부도 '이격거리 규제 개선방안'이라는 공식 자료를 통해 이격거리 규제에 대해 이렇게 평가해놓고 있다.
 
 객관적 근거 없이 과도한 이격거리 설정
ㅇ 지자체별로 민원 최소화를 목적으로 과학적·기술적 근거가 없이 과도한 수준으로 설정
 지자체별로 상이하여 예측가능성이 없고, 지역내 갈등 초래
ㅇ 동일 시설에 대해 지자체별로 상이한 이격거리를 설정하여 사업자·주민의 민원 및 갈등 심화
 태양광 산업 발전 저해
ㅇ 지자체의 이격거리 확대로 재생 발전사업 축소 및 이에 따른 관련 산업 발전 위축 우려 (산업통상자원부, 이격거리규제해소방안, 2023.1)

웃픈 일화도 있다. 작년에 우리나라 기자가 일본의 농촌 마을 태양광 현장에 가서 '여기는 이격거리 규제가 없느냐'고 묻자 '이격거리 규제가 뭐냐? 왜 태양광에 그런 규제를 두냐'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라는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엄연한 현실이다.
 
'태양광 발전을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이격거리 규제를 적용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떠올라 이격거리의 여부와 주민들의 반응을 주최 측에 묻자 (일본 소사시) 담당자는 이상한 사람처럼 바라봤다. "태양광 발전이 마을에 이익을 주면 줬지 무슨 피해를 주느냐"는 반응이었다.' (전기신문, 2023.4.28)

가짜뉴스의 산물
 
 태양광 발전
  태양광 발전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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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러한 규제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태양광에 대한 숱한 가짜뉴스들이 기원이다. 태양광은 빛반사가 심하다고 한다, 가짜뉴스이다. 중금속 덩어리이고 폐기물 처치가 곤란? 이 또한 근거없는 가짜뉴스인데 그렇게 믿고 있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우리 집 앞에 태양광은 절대 안 된다'는 민원으로 이어졌고, 주민들의 민원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선출직 지자체장과 의원들이 너도나도 '이격거리 조례' 만들기에 나서게 된 거다.

태양광 확대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조차 태양광 가짜뉴스 가이드북을 만들어 인식개선에 나서고 있으니 가짜뉴스의 폐해는 현장에서 정말 심각하다. 대표적인 가짜뉴스는 이렇다.

(1) 태양광 패널의 빛 반사가 눈부심을 유발한다?
---> 빛 반사율은 강화유리보다 낮고 눈부심 정도는 창호 유리의 1/15 수준
(2) 많은 전자파가 나온다?
---> 국립전파연구원 측정 결과,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대비 1/500~1/1000 수준으로 인체 영향은 없는 수준
(3) 많은 중금속이 나온다?
---> 극소량 납을 제외한 대부분 재질은 실리콘재질, 폐패널 중금속도 기준치 이하
(4) 소음이 발생한다?
---> 밤에는 전혀 없고 낮에는 냉장고 수준
(5) 주변 지역을 뜨겁게 달궈 열섬현상 만든다?
---> 열화상 촬영결과 유의미한 온도차이 없고 미미한 상승도 가축 농작물 피해수준 아님 (무더운 날 아스팔트보다 낮고 자동차 본넷보다 확실히 낮음)
(6) 화재위험?
---> 타 전기시설에 비해 낮음, 독일의 경우 0.006%에서 화재, 원인은 규정미준수


위 팩트체크 역시 산업통상부가 다양한 국가연구기관이나 관련 학회에서 제시한 검증결과를 인용해 만든 '태양광 발전시설 유해성 FAQ'를 요약한 내용이다.

개정법안 "이격거리 규제를 없애고 필요한 예외사항만 대통령령으로 정할 것"

그동안 이격거리 규제 대못을 뽑기 위한 여러 논의가 있었는데 결국 결론은 국회였다. 선출직인 지자체 차원에서는 잘못된 것을 알더라도 고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법으로 이격거리 대못을 뽑아달라는 요구가 쏟아졌는데, 지난 20일 발의된 개정법안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이격거리 규제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시키되 정말 꼭 필요한 예외사항이 있을 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개발행위허가 시 이격거리 설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공공복리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합리적으로 이격거리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여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이용ㆍ보급 촉진에 박차를 가하고자 함(안 제27조의3 신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2024.6.20)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에 관한 허가 기준은 지자체 조례가 아니라 중앙정부법(신재생에너지법)을 따르도록 하는 내용의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 신재생에너지법 일부개정안 발의는 이소영, 오기형, 위성곤, 김동아, 허영, 박희승, 조인철, 염태영, 복기왕, 민병덕, 정진욱, 주철현, 박지원, 양부남,한창민, 오세희,백승아 의원 등 17명이 이름을 올렸다. 대표발의한 이소영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보다 일사량이 적은 독일에서도 작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50%를 돌파했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햇볕이 (적은 게) 아니라 과잉규제에 있습니다."

법안이 공포되려면 앞으로 상임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로 이송되게 된다. 과연 불합리한 규제의 대못을 뽑을 수 있을 것인가, 일단 경기도와 도민들이 함께 제안한 RE100 3법 중 하나인 이격거리 규제 문제는 지금부터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참고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이격거리 규제 개선방안' (2023.1)
- 이소영 등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2023.6.20)
- 이소영 등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2023.6.20)
- 양진영, (영농형 태양광, 옆나라 일본은) 마을 안에 태양광이…"이격거리가 뭐죠?" (전기신문, 2023.4.28)

덧붙이는 글 |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방송인 '오늘의 기후'는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FM 99.9 O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되고 있습니다. 최근 오늘의 기후 유튜브 독립채널이 개설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오늘의 기후 채널' 검색하시면 매일 3편의 방송주요내용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시청은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태그:#기후변화, #재생에너지, #이소영, #민병덕, #염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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