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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이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을 통해 폭로되며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여권의 또 다른 초대형 악재가 용산발로 터지자, 국민의힘 안에서 산발적인 지적들이 터져 나왔다. 김진표 전 의장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나눈 대화를 공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원내대변인 명의의 논평 하나를 제외하면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한동훈 "왜 2년이 되도록 안 밝혔나.. 까먹었나, 없는 말 만들었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나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28일 부산 방문의 첫 일정으로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나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28일 부산 방문의 첫 일정으로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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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오전 부산 UN기념공원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 직후에 대통령실에서 그런 취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낸 것을 봤다"라며 "저는 그 말을 신뢰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박홍근 민주당 전 원내대표 역시 당시 김진표 전 국회의장과 통화한 내용을 메모했었던 점을 언급하며 추가적인 정황을 제시하는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은 이를 두고 "오히려 궁금해졌다. 왜 2년이 되도록 이런 이야기 안 했느냐?"라며 "까먹은 건가, 없는 말 만든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 같은 말 같잖은 것도 당력을 동원해 정치공세 하는 정당"이라며 "국민이 판단하리라 생각한다"라고 꼬집은 것.

그는 "이 말이 그런 의미였고, 그렇게 이해했고, 근거가 있다면 1년 반 넘도록 뭐한 거냐?"라며 "사실대로면 대단히 심각한 말이잖느냐? 민주당이 그동안 정치공세를 덥석 무는 수준을 봐라"라고도 날을 세웠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도 대표까지 나서 동영상 틀며 물어버리잖느냐. 왜 이건 그냥 뒀나?"라며 "그런 말을 대통령이 했을 것이라 전혀 믿지 않는다"라고도 반복해 강조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로로 남기 위해 보험들기" 음모론도


최고위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후보 자격 심사에서 탈락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거는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김진표 (전) 의장이 회고록에 이런 자기 일방적인 주장을 하면서 대통령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그런 행위를 한 것"이라며 "사실 정치 도의나 모든 면에서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저는 믿어지지도 않는다"라며 "김진표 의장이 아마 자기 스스로는 민주당 출신의 의장으로서 이제 민주당의 원로로서 남기 위해서, 또 말하자면 보험 들기 비슷한 그런 밑자락을 깔아놓은 것이 아닌가?"라고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사실 김진표 의장이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나게 비난을 받았다"라며 "그러니까 '나는 민주당을 위해서 할 만큼 하고 있다'는 사인을 보낸 것 아닌가?"라는 의혹이었다.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 '컷오프'에 반발해 국민의힘을 탈당했으나 낙선 후 다시 복당 문을 두드리고 있는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통령과의 독대나 사적인 대화를 쌍방이 확인하고 동의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어른인 국회의장 출신으로 적절치 않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리어 "정말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어떻게 이런 기본적인, 차로 하나만 개방하거나 현장의 경찰서장이 조금만 일찍 움직였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이 정도까지 커지지 않을 수 있는 사고를 참 이런 국가적 참사가 되도록 방치한 현장 책임자들을 질타하는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선해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말한 것처럼 다른 뭐 그런 정치적 의미나 함의가 담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대통령께서 '이건 말이 안 된다' 지적하고 질타하는 부분을, 참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이런 식으로 김진표 전 의장이 표현한 것은 아닌가? 그 부분을 왜곡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라고도 부연했다.

김재섭 "굉장히 충격적... 현안 얘기 안 했다는 건 거짓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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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다소 다른 의견도 나왔다. 김재섭 국회의원은 같은 S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김진표 전 의장의 공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대통령의 발언 문제로 들어가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이라면서도 "만약에 이런 말이 있었다면 이것은 굉장히 충격적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발언했다고 하는 이 말 자체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대통령실의 입장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사실 아니잖느냐"라고도 말했다. 두 사람 사이 관련 대화가 있었던 것은 명백하다는 취지이다.

그는 "그 현안을 얘기 안 했다는 건 거짓말이다. 당연히 얘기를 했겠다"라며 "대통령실이 여기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요구했다. "'왜곡'이라고 하는 것이 잘못하면 '그런 발언은 있었지만 조금 다르게 얘기했다' 예를 들면 '그런 발언 비슷한 취지는 있었지만 김진표 의장이 달리 해석한 거야'라고 여러 가지 해석들이 너무 열려 있다"라는 것.

특히 "이 이태원 참사만큼은 해석이 열려 있으면 안 된다. 이건 국가적인 비극"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이에 대해서 정말 무거운 책임을 져야 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해석의 여지없이 무조건 이것은 대통령실에서 분명한 입장을 내주고, 그런 발언 한 적 없고, 비극이라고 생각하고, 유가족들을 위한 조치를 다하겠다는 이야기를 재확인시켜주는 것이 좋다"라는 요구였다.

국민의힘, 김진표에 "근거 없는 기록 취소하고 사과하라" 요구
 
김진표 전 의장의 책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 회고록에서 언급된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
 김진표 전 의장의 책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 회고록에서 언급된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관련 발언.
ⓒ 회고록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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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지금이라도 근거 없는 기록에 대해 취소하고 사과하시라"라고 요구했다.

그는 "국회의장까지 지내신 분이 정부의 진정성 있는 수습 노력은 모두 지우고, 대통령과의 내밀한 대화를 왜곡해 기록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라며 "민주당은 언제나 진실규명에는 관심이 없고 '재난의 정쟁화, 정쟁의 일상화'에만 몰두해 왔다. 사회적 재난을 정치의 도구로 악용하는 민주당의 모습에 분노가 치민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김진표 전 의장을 향해 "장삼이사들도 이렇게 무책임하게 말을 옮기지 않는다. 하물며 전직 국회의장이시다"라며 "중천금의 위상은 기대하지 않는다. 사실과 진실만이 정치의 본령임을 명심하시고 지금이라도 왜곡된 기억을 바로 잡아주시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28일 오전 현재까지 다른 대변인 명의의 추가 논평이나 당 지도부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태그:#한동훈, #국민의힘, #윤석열대통령, #1029이태원참사, #김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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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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