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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이사 그리고 텅빈 사무실에서
 사무실 이사 그리고 텅빈 사무실에서
ⓒ 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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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무실을 이전했다. 우리 회사는 지난 8년간 벤처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었고, 이제는 데스밸리를 넘어 중견기업이 되었다며 창업보육센터에서는 졸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한국의 중소기업들의 재정 상태가 얼마나 좋겠는가?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폐업하지 않고 지난 8년을 버티고 있음에 감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사를 위해 사무실 집기를 모두 빼고 이삿짐 센터에 맡겼다. 8년을 머문 33평의 사무실엔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폐지로 고물상에 가져가면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이 많이 나왔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내 눈에도 이 폐지들은 쓰레기가 아닌 돈으로 보였다.

결국 욕심을 내 이면지와 박스들을 사무실에서 잔뜩 추려 회사 SUV 차량 트렁크에 가득 실었다. 고물상에 가져가면 값을 많이 쳐줄 듯 보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차 뒤 타이어가 폐지 무게로 뭉툭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사 전 사무실에 폐지들이 산재해 있다.
 이사 전 사무실에 폐지들이 산재해 있다.
ⓒ 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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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근처 고물상에 가니 사장님이 가득 실은 폐지를 저울에 내리라고 한다. 폐지를 모두 저울에 내리니 100kg 정도였다. 나는 대단한 일을 한 듯 자랑스럽게 고물상 사장님의 얼굴을 쳐다봤다. 고물상 사장님이 폐지 ​​​​무게를 보고는 값을 말해준다.

 "자, 사천 원."

순간 내 귀를 의심했고, 한심한 짓을 했다는 듯한 동료의 눈빛이 따가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이었다. 나는 실소를 하며 고물상 사장님께 물었다

"폐지를 주우시는 어르신들도 이 금액을 받고 종일 고생을 하시는 거에요?" 그러자 사장님 왈, "그게 바로 문제에요. 노인들이 종일 고생하는데도 이렇게 벌이는 시원찮고…"

이 말에 노인들의 작은 벌이를 빼앗은 사람마냥 창피함이 느껴졌다. 

2024년 노인 복지 정책에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사업 확대, 노인맞춤돌봄서비스 강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사업 등이 그 변화의 일부였다. 이러한 변화들은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품위 있는 노후를 보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어르신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계시며,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벌기 위해 폐지 줍는 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무리 좋은 노인 복지 정책이라도 어르신들이 활용할 수 없다면 효과가 없다. 즉, 어르신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도 언젠가 노인이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노인 복지 정책에 관심을 두고, 소외되는 노인 없이 모든 어르신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초고령화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 이는 우리 모두의 숙제임을 직시하고 언젠가 내게 닥칠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자.

태그:#사무실이사, #폐지, #노인복지, #초고령화시대, #노인복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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