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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형유통단지 가든파이브 라이프관. 지난 2009년에 준공된 가든파이브는 서울시가 2000년대 청계천복원 과정에서 주변상인들을 이주시켜 조성했다.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연결돼 있고, NC 백화점과 현대시티몰,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입점해 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형유통단지 가든파이브 라이프관. 지난 2009년에 준공된 가든파이브는 서울시가 2000년대 청계천복원 과정에서 주변상인들을 이주시켜 조성했다.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연결돼 있고, NC 백화점과 현대시티몰,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입점해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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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거의 없어요.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데...정말 힘들어요."

올해로 5년째다. 지난 2020년 지인의 소개로 서울 송파구의 대형 쇼핑몰인 가든파이브에 옷가게를 연 A씨(59세). 그는 기자에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오래전부터 의류업에 관심 높았던 그는 5년 전 지인들과 함께 직접 매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지하철과 직접 연결돼 있고, 대형 백화점업체도 입점해 있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라는 공기업에서 관리된다는 점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점점 실망과 좌절로 바뀌었다. 5년 전 함께 매장을 열었던 지인들도 떠났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 역시 가게를 내놨지만,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A씨는 "백화점 쪽에선 나름 마케팅도 하고 있지만, 우리 일반 매장에선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건물 관리단 쪽에서 해당 층에 입점해 있는 업종과 유사한 업체나 상품을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가든파이브 리빙관은 한산했다. 지하철 8호선 장지역 연결된 통로를 따라 엔씨(NC)백화점 쪽으로는 오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평일 오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앞둔 쇼핑 대목을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그는 "주변 상인들과의 의견 등을 반영해야 하는데..."라며 "매장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혼자 남아서 일하고 있지만, 월세는 카드로 빚내서 돌려막고 있다"면서 "관리비라도 줄여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가든파이브 투자자의 토로 "은행 이자도 감당 못 해" 

지난 2008년 서울 송파구에 완공된 대형 유통단지 가든파이브. 2000년대 중반 서울 청계천 복원사업을 실시하면서 주변 상인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조성됐다. 준공 초기에도 입점률과 분양률이 저조해, 2010년 6월에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상인들을 중심으로 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서울시와 SH 주변에서, 공무원 중심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까지도 나왔었다. 실제 그동안 가든파이브 관리단 대표로 민간 유통업계 출신 인사도 중용됐다. 

가든파이브에는 현재 NC백화점과 현대시티몰,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입주해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반 매장과 상가 등의 공실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높은 관리비 등으로 많은 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B씨(55세)는 2009년 이곳 첫 분양 때 2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매장 한 곳은 임대를 줬고, 다른 한 곳은 창고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월세 수입으로 50만 원도 안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초기 분양 때 받았던 은행 대출이자도 제대로 못 내, 마이너스 통장과 카드 등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H가 운영하는 쇼핑몰을 믿고 투자를 했는데, 여기 활성화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면서 "빈 매장 공간에 SH가 마치 흉물처럼 딱지를 붙여놓고 방치를 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어 "창고 관리비도 크게 올라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5월 들어 매출도 크게 줄어 너무 힘들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관리비라도 줄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너스통장, 카드 돌려막기...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상인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가든파이브 리빙관의 일부 매장은 여전히 공실로 남아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가든파이브 리빙관의 일부 매장은 여전히 공실로 남아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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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와 물가상승 등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매장 상인들과 업체들만 위기를 그대로 떠안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유통단지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SH가 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미흡하고, 상인들과의 소통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가든파이브 관리법인 대표이사 선임과정에서도 적절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동안 대표이사 선출과정에서 SH 출신 인사가 중용되면서, 서울시 의회 등에서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왔다. 

가든파이브 관리단대표위원회 윤병철 회장은 "지난 2009년 이후 우여곡절 끝에 상인들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면서 "그동안 관리법인 사장의 경우 시의회 권고와 SH 본사 차원에서도 대다수 상인들의 의견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선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회장은 "하지만 최근에 사장 선출 과정에서 상인들의 의사가 완전 무시되고,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면서 "어려운 경제 여건과 불황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상인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신임 가든파이브 관리법인 대표이사로 김아무개씨가 선출됐다. 그는 서울 강북지역의 전직 시의원 출신이다. 당시 대표이사 최종 후보에는 민간 대형유통업체 임원 출신인사를 비롯해 4명이 올랐다. 

민간 유통전문가 영입 기대 물거품.... 정치인 출신 대표 적절성 논란
 
서울 송파구의 대형 유통단지 가든파이브의 라이프관 소개도.
 서울 송파구의 대형 유통단지 가든파이브의 라이프관 소개도.
ⓒ 가든파이브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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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이브 상인들은 상권 활성화를 위해 민간전문가 영입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정치인 출신 사장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이곳 초기 투자자인 B씨는 "가든파이브에 파견된 SH 쪽 관리인은 그동안 상인들과 나름의 소통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상권을 활성화하고, 건물 가치를 높이는 것이 SH나 상인들 모두에게 윈-윈인데도 이번에는 상인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SH 쪽에선 대표이사 선임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장 후보군이 선정됐으며, 관리 규약에 따라 선출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적절성 논란에 대해서, SH 관리단 관계자는 "서울시 의원을 지냈으며, 향후 가든파이브의 여러 행사 등에서 서울시와 송파구 등의 협조를 이끌어 낼수 있는 적임자"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전체 단지의 공실률은 5% 수준"이라며 "입점해 있는 대형업체들과의 계약 연장 뿐 아니라 상권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류매장을 하는 A씨는 기자에게 "삶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고 했다. 주변 지인이나 가족에게 조차 자신의 상황을 말할수 없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매장 문을 열 때만 해도 잘 될거라고 했지만, 지금은 너무 힘들고, 슬프고, 우울하다"면서 "상인들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잘 헤아려 주길 바랄뿐"이라고 했다. A씨의 기대는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태그:#송파가든파이브, #서울주택도시공사, #상권활성화, #대형유통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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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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