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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앞바다의 문섬과 바다풍경
▲ 문섬 서귀포 앞바다의 문섬과 바다풍경
ⓒ 한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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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근 읽고 있는 최승자 시인의 수필 중, '나는 여전히 눈물 나게 따뜻한 나라 제주도의 꿈에 코를 처박고 있는 중이다'라는 구절은 제주도에 오기 전 어느 한때의 나를 떠올리게 한다. 읽다가 슬며시 미소 짓는다. 

어제는 강풍이 불었다. 마침 육지에 볼일이 있어 가족 둘이 각각 서울과 청주에 가려고 아침에 집을 나섰는데, 모든 제주 출발 항공편이 지연이라 오래 대기하다 출발했다. 당일 돌아오는 편도 항공기 연결 관계로 지연되어 밤이 이슥해서야 겨우 귀가했다. 

이런 점들이 불편하긴 하지만, 마냥 답답하지는 않다. 제주를 바다로 둘러싸인 '닫힌 땅'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제주도에 적응 못 하고 곧 떠났고, 나처럼 바다를 향해 '열린 땅'이라 여기는 사람은 여기 오래 산다. 입도 전에 5년을 제주에 다녔고, 제주도민이 된 지 만 10년 되니 이제 이곳이 죽는 날까지 살아갈 '내 땅' 같다. 

올해 제주의 관광객이 추락하고 있다고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제주 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8월에서 2022년 7월까지 933만 명이 제주를 방문했고, 이 중 0.4%인 3만 5천여 명이 한달살이를 했다. 하지만 올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3∼4분의 1 가량이 빠져나갔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제주 관광에 대한 관심도 보고서
▲ 서귀포관광 보고서 컨슈머인사이트의 제주 관광에 대한 관심도 보고서
ⓒ 컨슈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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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관광객들은 해외로 향하지만, 아직도 한달살이, 일년살이의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 도민 입장에선 제주 관광의 과도한 열기가 사그라지고, 진심으로 이곳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와주는 게 더 반갑다.

육지 사람들이 서귀포에 살러 와서 가장 놀라는 점은, 11월에 반소매 입는 날도 있는데, 겨울 실내가 춥다는 것이다. 서귀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땅이라, 겨울에 서울의 최저 온도와 서귀포의 낮 최고 온도 차가 20도가량일 때도 있다.

그런데도 서귀포의 집은 춥다. 우리가 2014년 처음 서귀포에 와서 세 얻어 2년을 산 주택의 실내 아침 온도는 12~3도였고, 내 일터의 겨울 실내 온도는 8~9도이다.

왜 이렇게 추운 걸까?

서귀포의 집은 예전부터 단열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았다. 창문도 홑겹에 두께가 얇다. 주변 말을 들어보면, 겨울에 난방을 아예 하지 않는 집도 많단다. 원래 따뜻한 땅이라 으레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실내 온도 18도에 윗옷 벗고 홀가분하게 활동하는 데 익숙한 육지 사람들이 제주에 오면, 끔찍한 실내 추위를 맛보게 된다.

낯선 땅에 사는 것은 세상 어느 곳이나 힘들다. 하지만 살기로 결심했다면 집을 얻는 일부터 주의할 점을 알아보자.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몇 가지 조언을 드린다.

낡은 집 피하기, 벽지와 창문 두께 체크 

첫째, 낡은 집은 피하라. 지네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 입도 10년 차인 나도, 아직 지네와 동백충이 가장 무섭다.

지금은 집 짓고 여름엔 방역해서 집안에는 벌레가 없다. 하지만 집 바깥에서는 작은 뱀 크기의 지네를 며칠 전에도 보고 몸서리쳤다. 예전에 남의 집에 살 때, 남편이 자다가 지네에게 물렸고, 나무 자르다가 두 번 동백충에 쏘여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아파트도 오래된 건물은 마찬가지로 춥다. 가능하면 새집을 구하라.

둘째, '제주까지 와서 무슨 아파트냐, 주택에 살아야지' 싶으면 더 고려할 사항은 많아진다. 주택을 연세 주고 얻는다면, 벽지가 젖지 않았는지, 곰팡내는 없는지 확인하고 집을 얻어야 한다.

건물의 얇은 벽은 여름의 더위와 습기에도 약하다. 싼 가격에 한달살이나 일년살이 집을 구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벽에 습기가 가득 차 있지 않은지 반드시 확인할 일이다.

아는 분이 일년살이를 하러 제주에 왔다. 첫날 자는데 아무래도 곰팡내가 났단다. 집의 벽을 살짝 뜯어보니 안에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가득한데, 그 위에 벽지만 새로 발라놓았다고. 결국 주인에게 말해서 다시 벽지를 뜯고, 곰팡이 제거하고 도배까지 했다.

셋째, 들어갈 집의 창문의 두께를 살펴보라. 제주의 창은 홑겹이 많다. 창이 부실하면 춥고, 온갖 벌레가 집 안에서 나온다.

넷째, 제주는 아직 도시가스 쓰는 지역이 미미하다. 2025년까지 현재 3만 7천 가구에서 6만 4천 가구까지 천연가스 공급을 확대한다지만, 우리 집 같은 중산간 지역에는 들어오기 힘들 것 같다.

따라서 난방은 주로 등유나 LPG를 쓴다. 현재 등유 한 드럼(200L)은 27만 원이다. 내 경험으로는 차라리 LPG가 나았다. 하지만 LPG 가격도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높다. LPG나 등유로 겨울 난방을 하면 한 달에 수십만 원이 들어간다.
 
오피넷 사이트의 오늘 전국 LPG 가격
▲ 전국 LPG 가격 오피넷 사이트의 오늘 전국 LPG 가격
ⓒ 오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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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젠가 보일러 끄는 걸 잊고 잠들었다가 하룻밤에 가스 한 통을 다 해 먹어 아까워서 눈물까지 흘린 적도 있었다. 눈 오는 날 가스가 똑 떨어졌는데 배달이 안 되어, 추워서 떨다가 호텔로 피신한 적도 있다. 

다섯째, 제주도 생활에 성능 좋은 제습기는 거의 필수에 가깝다. 요즘 장마철을 맞이하여 가장 열 일하고 있는 가전제품은 제습기이다. 우리 집은 바닷가도 아니고 중산간에 있는데, 아침에 제습기 물통을 비우면 3L가 넘었다. 어제 하루치다. 하루 한 번씩 거실과 침실에 제습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정도이다. 

주변에 한달살이, 일년살이 하러 왔다가 다 못 채우고 돌아간 사람들이 있었다. 자연을 즐기려면 일단 집이 편안해야 눈이 열릴 것이다. 그러니 들어가기 전에 정말 꼼꼼하게 체크하고 집을 얻기를 권한다.

태그:#제주도, #한달살이, #일년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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