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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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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한 가운데, 기초지자체가 내세운 '나는 솔로'식 비혼남녀 만남 주선 정책이 주목받는 모습이다. 일단 사귀기만 해도 데이트 비용을 준다는 건데, 효과를 놓고 누리꾼들의 생각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극복할 그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인구절벽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인구절벽이란 국가의 인구 분포가 역삼각형을 이루는 모습을 말한다.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가 계속 느는 반면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고 있다는 뜻이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 정부 차원의 대응에 앞서 지자체는 앞다퉈 여러 정책을 쏟아내는 중이다. 최근 부산 사하구가 내놓은 '미혼 남녀 내·외국인 만남의 날' 행사가 단적인 사례다. 사하구에 살거나 일을 하는 1981~2001년생 비혼 남녀를 선발해 데이트 비용과 결혼축하금 등을 준다는 내용이다.

커플 성사되면 최대 6200만원... 누리꾼들 갑론을박
 
부산 해운대구 청춘남녀 소개팅 주선 행사 모습.
 부산 해운대구 청춘남녀 소개팅 주선 행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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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추경예산이 구회의를 통과하면서 하반기 시범 운영이 예정돼 있다. 커플이 되면 1인당 50만 원을 지급하고, 3개월간 데이트 비용으로 50만 원 등 100만 원을 준다. 이후 관계가 발전하면 상견례 100만 원, 결혼축하금 2000만 원에 이어 출산지원금(1000만 원)·전세보증금(3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청한다고 무조건적 지원이 이뤄지진 않는다. 사하구는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결혼하는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기획 차원에서 나온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하구의 부서 관계자는 "30명을 선정하는 사업이고, 신청서를 냈다고 전부 비용을 주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인구 상황이 절박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둘러싼 반응은 다양하다. 온라인 대형 커뮤니티에 관련 기사가 소개되자 댓글이 쏟아졌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인구가 줄어드는데 어떤 시도든 해봐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누리꾼 A씨는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 더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키웠다. 부정적으로 보는 쪽은 이벤트성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B씨는 "나랑 계약할 커플을 모집한다"라는 글로 정책을 비꼬았다.

사하구처럼 결혼·출산 장려를 위해 비혼 남녀를 연결하려는 기초지자체는 이미 여러 곳이다. 최근 경쟁적으로 서로 비슷한 사업을 시행해왔다. 대구시 달서구가 매년 두 차례 '썸남썸녀 매칭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경기도 성남시도 지난해 7월부터 '솔로몬의 선택'을 내세워 회당 100명의 커플을 모집 중이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구 등이 청춘남녀의 인연을 맺어 주겠다며 '랑데부 행사' 등을 열었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를 찾기가 어렵다. 비용 지원이나 각종 혜택에 눈이 가면서 참여율이 높은 편이지만, 실제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 이런 탓에 단기뿐만 아닌 중장기적 정책까지 세워야 할 지자체가 일회성 행사에만 매몰돼 있단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 "근시안적이라는 말도 아깝다" "근본 해결책에 공들여야"
 
여성노동연대회의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정부의 저출생 대책 개선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2024.7.2
 여성노동연대회의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정부의 저출생 대책 개선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202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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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분야의 시민단체는 세금을 정말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성한 부산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단순 연애 미팅 프로그램, 용돈으로 인구절벽이나 청년 유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당장 살기가 어려운데 근본적인 해법에 보다 공을 들여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지자체의 비혼 남녀 사업에 긍정적 신호를 준 것을 두고서도 전문가들은 부정적 의견을 표출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주형환 부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이를 "저출생 추세의 반전 시그널"로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당 사업을 정부도 밀겠다는 것이다.

이원익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사귈 줄 몰라서 결혼·출산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며 "집값은 오르고, 좋은 일자리는 찾기 어렵고, 아이를 키우는 일은 더더욱 힘들다. 이런 것이 핵심인데 남녀를 만나게 해주면 해결될 거라고 보는 발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근시안적이라는 말도 아깝다. 세금이 세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가 통계는 청년들의 비혼 사유를 잘 보여준다. 2022년 1인 가구에 대한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자금 부족'을 첫 번째로 꼽았다. 두 번째는 '직업이 없거나 고용상태 불안정'이었다. '결혼해야 한다'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라는 의견은 반반이었던 만큼 결국 청년들의 처지와 사회경제적 상황이 저출생 사태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얘기다.

태그:#저출생, #저출산, #결혼, #미혼남녀만남,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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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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