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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연구의 대가인 로버트 달(Robert A. Dahl, 1915~2014)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로 '정치적 평등'을 꼽았다(Dahl 2008). 시민이 정치적 평등을 누리기 위해서는 첫째는 참정권을 확보해야 하고, 둘째는 의회를 통한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이미준 2021, 82). 특히 오늘날과 같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의회를 통한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의회의 대표성에 관해서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의회의 구성이 전체 사회의 구성과 일치해야 한다는 '축소판 모델'이다. 또 하나는 축소판이 아니더라도 선출된 대표가 선출한 시민을 위한 결정을 내리면 된다는 '대리자 모델'이다(전용주 2012, 41-42).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의사당 전경
ⓒ needp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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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 시민들은 국회의원을 '대리자'로서 신뢰하지 않는다. 한국행정연구원의 기관별 신뢰 정도 조사(2024)에 따르면 국회를 '전혀 믿지 않는다'는 응답이 31.1%, '별로 믿지 않는다'는 응답이 44.2%로, 믿지 않는다는 응답을 합치면 75.3%에 달했다. 반면에 '약간 믿는다'는 응답은 20.2%, '매우 믿는다'는 응답은 4.5%에 그쳤다.

그렇다면 '축소판'으로서는 어떨까? 이 글은 제22대 국회의원과 일반 시민의 성별·연령·학력·재산 등을 비교함으로써, 제22대 국회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대의민주주의와 정치적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살펴보겠다. 

[성별] 유권자는 여성이 더 많은데, 의원은 80%가 남성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제22대 총선이 열렸던 2024년 4월 기준 우리나라의 총 인구수는 5128만 5153명이다. 이 중 투표권을 가진 만 18세 이상 유권자는 총 4428만 2420명이며 남성이 2194만 8065명, 여성은 2233만 4355명으로써, 비율은 남성이 49.6%, 여성이 50.4%다.

그런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총 300명 중에서 남성이 240명, 여성이 60명으로써, 비율은 남성이 80.0%인데 비해 여성은 20.0%에 불과했다. 제22대 국회에 여성 국회의원이 역대 최고로 많다고 하지만, 실상은 심각한 성별 불균형으로 나타났다. 즉 대한민국 유권자는 성비가 비슷하며 여성이 약간 더 많지만, 제22대 국회는 남성 국회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표1.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비교
 표1.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비교
ⓒ 박제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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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비교
 그림1.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비교
ⓒ 박제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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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50대 남성 과대대표... 전체 유권자 9.9%가 의원 40% 차지  

성별 결과를 연령비로 세분화해보았다. 그 결과 50대 남성와 여성, 60대 남성이 유권자 성비 및 연령비에 비해서 의원 성비 및 연령비를 초과했다. 

즉 50대 남성는 유권자 비율이 9.9%였지만, 의원수는 총 120명으로 그 비율이 40.0%였다. 60대 남성 역시 유권자 비율이 8.6%였지만, 의원수는 총 89명으로 의원비가 29.7%였다. 50대 여성은 유권자 비율이 9.8%였는데 의원수는 총 30명으로 의원비가 10.0%로 가장 유사했다.

반면에 50대 남성와 여성, 60대 남성를 제외한 다른 성별과 연령층에서는 유권자 비율에 비해 의원수 및 의원비가 턱없이 모자랐다.
 
표2.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및 연령 비교
 표2.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및 연령 비교
ⓒ 박제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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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및 연령 비교
 그림2. 대한민국 유권자와 제22대 국회의원의 성별 및 연령 비교
ⓒ 박제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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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서울대 출신 25%, 'SKY' 출신 43% 

제22대 국회의원 중 학부 출신학교를 기준으로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가나다순) 등 3개 대학 출신이 전체 300명 중에서 129명으로 43.0%에 해당했다. 세부적으로 서울대 출신이 75명으로 25.0%, 고려대 출신이 32명으로 10.7%, 연세대 출신이 22명으로 7.3%였다.
 
표3.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의 출신학교
 표3.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의 출신학교
ⓒ 박제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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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의 출신학교
 그림3.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의 출신학교
ⓒ 박제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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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제22대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이 중에 229명은 대학원에 진학했거나 졸업했다. 세부적으로 박사 77명, 박사수료 25명, 박사과정 1명, 석사 105명, 석사수료 14명, 석사과정 1명, 전문석사(로스쿨) 5명, 전문석사(로스쿨) 수료 1명이었다.

반면에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한민국 평균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0.9%, 중학교 졸업 8.0%, 고등학교 졸업 38.8%, 전문대학교 졸업 19.7%, 대학교 졸업 31.7%, 대학원 이상 졸업 0.9%으로 나타났다.
 
표4. 대한민국 시민과 제22대 국회의원의 학력 비교
 표4. 대한민국 시민과 제22대 국회의원의 학력 비교
ⓒ 박제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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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5.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의 학력
 표5.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의 학력
ⓒ 박제민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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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평균 재산 33억 3000만 원... 일반 시민에 7.6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분석(2024)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시민의 평균 재산은 약 4억 4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동산 재산이 약 4억 1000만 원, 증권 재산은 약 8840만 원으로 나타났다(출처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편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평균 재산은 약 33억 3000만 원으로 일반 시민의 약 7.6배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부동산 재산이 약 18억 9000만 원으로 일반 시민의 약 4.6배였으며, 증권 재산은 약 8억 6000만 원으로 일반 시민의 약 9.7배였다.
 
그림4. 시민과 제22대 국회의원의 평균 재산 비교(단위: 억 원)
 그림4. 시민과 제22대 국회의원의 평균 재산 비교(단위: 억 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24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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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축소판' 아닌 국회, 시민을 대표할 수 있을까

제22대 국회의원과 일반 시민의 성별·연령·학력·재산 등을 비교한 결과, 제22대 국회를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없었다. 제22대 국회의원들의 평균적인 모습은 '명문대를 나오고 돈 많은 50대 남성'이었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인구학적·사회경제적 특성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구는 여성이 좀 더 많지만 국회의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50대 남성·50대 여성·60대 남성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은 유권자 비율에 비해 국회의원 비율이 턱없이 낮았다.  또한 국회의원들 상당수는 특정학교 출신에 몰려 있고, 평균 재산은 33억 3000만 원으로 시민 평균에 비해 7.6배나 높았다.

물론 사회의 인구학적·사회경제적 특성을 의회에 완벽하게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정치적 대표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민과의 유사성(resemblance)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에서 참정권, 그중에서도 투표권이 폭넓게 보장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통해 의회에 진출하는 집단이 매우 한정적이라면(이관후 2016, 40), 그 사회의 대의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으며, 주권자인 시민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정치적 평등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24. "22대 국회 당선인 평균 재산 1인당 33억, 국민 평균 7.6배" 보도자료. (2024. 5. 21.).
- 이관후. 2016. "민주화 이후의 정치적 대표에 대한 비판적 고찰 :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시민과세계』 제29호. 27-56.
- 이미준. 2021. "여성할당제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 여성의 정치적 평등과 할당제의 효과". 『정치사상연구』 제27집 제2호. 75-102.
- 전용주. 2012. "제19대 국회의원의 특성 : 사회경제적 배경을 중심으로". 『의정연구』.제18권 2호. 39-64.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당선인 통계」,  2024, 2024.07.03, 학력별, 국회의원선거
- 한국행정연구원,「사회통합실태조사」, 2023, 2024.07.03, 기관별 신뢰 정도
- 행정안전부,「주민등록인구현황」, 2024.05, 2024.07.03, 행정구역(시군구)별, 성별 인구수
- (재)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기업가정신실태조사(개인편/기업편)」, 2022, 2024.07.03, 학력
- Dahl, Robert A. 2008. On Political Equality.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태그:#녹색정치연구소, #녹색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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