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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5일 오전 10시 58분]

"내용이 좀 다르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오히려 본인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갑작스럽게 이에 대한 내용이 공개된 배경에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다.

한동훈 "왜 지금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 나오는지 의문"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동행식당에서 만나 조찬을 하고 있다. 2024.7.5 [공동취재]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동행식당에서 만나 조찬을 하고 있다. 2024.7.5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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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보는 5일 오전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동행식당 현장방문 및 조찬' 행사를 했다. 오세훈 시장과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한 후보는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제가 이렇게만 간단히 설명드리겠다, 어차피 질문이 있으실 테니까"라며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좀 의아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저는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다"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가 김건희 여사의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은 점을 '공과 사'를 들어 설명하는 데에 의구심이 나올 수도 있다. 한 후보와 김건희 여사와의 '사적 연락' 의혹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격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왔을 때 김건희 여사와 332건의 카카오톡 대화를 주고 받은 점이 지적됐다. 소위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지던 2020년 당시 약 3개월 동안 나눈 대화의 양이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이번 문자 파동이 '친윤계'의 '한동훈 죽이기' 작업의 일환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김건희 "물의 일으켜 송구... 요청하면 사과하겠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투르크·카자흐·우즈베크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6월 16일 새벽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투르크·카자흐·우즈베크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6월 16일 새벽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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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현장에 취재진이 대거 몰린 이유는 전날(4일) CBS가 보도한 김건희 여사의 문자 내용 때문이다.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한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을 "재구성"해 공개했다. 당시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지며 거센 비판 여론이 불던 시점이었다.

김 실장의 주장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한동훈 당시 위원장에게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라며 "몇 번이나 국민들께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를 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라며 "사과를 하라면 하고 더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 한 위원장의 뜻대로 따르겠으니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데 대해 직접 사과할 의향을 먼저 내비쳤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동훈 당시 위원장이 이같은 김건희 여사의 텔레그램 메시지에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번 의혹의 골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알고 '격노'했다는 후문도 덧대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었는데도, 선거를 지휘해야 할 대표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원희룡 "어떻게 답도 안 하나", 나경원 "한동훈 판단력 미숙"

국민의힘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당장 국민의힘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컷오프' 된 김소연 변호사는 4일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한 위원장은 책임을 져야겠다. 영부인을 마리 앙투아네트로 저주하던 김경율 패거리도 반성하셔야 한다"라며 "혹시 한 전 위원장께서는 국민의힘 총선 승리할까 봐 걱정하신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사실에 부합한다"라며 "뒤늦게라도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정확한 진단과 책임 위에서 보수 재건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지난 총선 당시 과거 SNS 발언 등이 논란이 되어 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그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으나 낙선했다. 그 후 한동훈 후보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한동훈 후보의 답변을 두고 직접 맹공에 나섰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동훈 후보의 답을 "충격적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총선 기간 중 가장 민감했던 이슈 중 하나에 대해 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요구하는 걸 다하겠다는 영부인의 문자에 어떻게 답도 안 할 수가 있느냐"라며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한동훈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공적·사적 관계를 들이대더니 이번에도 또 그렇게 했다"라며 "세 분 사이의 관계는 세상이 다 아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절윤'이라는 세간의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나경원 후보 역시 "한동훈 후보의 판단력이 미숙했다"라며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이었다"라고 평했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라며 "한동훈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원과 국민 그리고 우리 당 총선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전당대회가 산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더이상 비방과 폭로전에 휩싸여선 안 된다. 다같이 망하는 전당대회, 멈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에둘러 원희룡 후보 측에도 자제를 요청한 셈이다.

한편 전대를 앞두고 문자가 공개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 총선 참패 이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부진한 상황에서 공개적인 행보를 자제해 왔던 윤핵관들이 친윤계를 조직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문자 공개가 한동훈 후보의 '배신자' 프레임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신빙성을 얻고 있다.

태그:#한동훈, #김건희, #국민의힘, #전당대회,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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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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