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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생복을 입고 무계고택 입구 돌계단에 나란히 선 장흥고택체험 참가자들. 지난 7월 7일 모습이다.
  유생복을 입고 무계고택 입구 돌계단에 나란히 선 장흥고택체험 참가자들. 지난 7월 7일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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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근사한데요. 잘 어울립니다." "신세가 훤합니다. 이제 보니, 뼈대 있는 집안의 자제였군요." "진짜 대감이 나타나셨네." "덥긴 한데,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입어 보겠어요?" "학창시절 입었던 교복 같아요. 젊은층의 뉴트로 감성도 충족시켜 줄 것 같은데요."

근사한 고택에서 유생복을 입어 본 사람들의 얘기다. 서름서름한 데다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처음에 저어하던 사람들도 금세 환하게 웃음 짓는다.

"자, 우리 다같이 기념사진 한 장 찍을까요? 마당을 거닐어 보고, 대문 밖으로도 한번 나가 봅시다." 진행자의 말에, 참가자들이 고택 계단에 줄지어 선다. "학창시절 졸업사진 찍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체험객들이 입을 모아 웃는다.
  
 체험 참가자들이 유생복을 입고 기본 예절을 익히고 있다. 지난 7월 7일 장흥 무계고택에서다.
 체험 참가자들이 유생복을 입고 기본 예절을 익히고 있다. 지난 7월 7일 장흥 무계고택에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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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생복을 입고 '이리 오너라!'를 외치고 있는 고택체험 참가자들. 지난 6월 30일 1차 장흥고택체험 참가자들 모습이다.
 유생복을 입고 '이리 오너라!'를 외치고 있는 고택체험 참가자들. 지난 6월 30일 1차 장흥고택체험 참가자들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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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 장흥 무계고택(霧溪古宅)에서다. 무계고택은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평화리에 자리하고 있다. 유생복 입어 보기는 '사색(四色)정원 사색(思索)산책'을 주제로 한 장흥고택 체험에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유생복을 입고, 고택을 거닐면서 옛사람을 흉내낸다. 시나브로 걸음걸이가 달라진다. 우리 전통의 문화를 알고, 고택에 얽힌 이야기도 듣는다. 색다르면서도 개성 넘치는 체험이다. 
 
 장흥 무계고택 풍경. 고목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에 놓인 돌계단이 어여쁘다.
 장흥 무계고택 풍경. 고목과 대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에 놓인 돌계단이 어여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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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생복 입기 체험이 이뤄진 무계고택도 아름다운 집이다. 느티나무와 좀팽나무 고목이 대숲과 한데 어우러진 원림이다. 그림 속의 옛집 같다. 고택으로 들어가는 돌계단도 정겹다. 신록 우거진 여름은 물론 봄과 가을에도 환상경을 연출한다. 무계고택의 '핫플'이다.

1852년 지어진 집은 억불산을 등지고,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경사진 곳을 평평하게 하려고 축대를 높이 쌓아 기단을 만들고, 주춧돌을 놓았다. 기단 위에 정면 5칸, 측면 2칸의 일자형 집을 지었다. 지붕은 팔작으로 올렸다.

집주인 무계 고영완(1914∼1991)의 삶도 남달랐다. 독립유공자다. 고영완은 일본에서 항일결사인 '조선학생동지회'에 참여해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일본경찰에 붙잡혀 고문받고, 옥고도 치렀다. 그의 외가에선 독립자금(40만 원)도 지원했다. 지금의 값어치로 따지면 20억 원에 이른다.

고영완은 독지가로 살고, 정치인으로도 살았다. 고영완은 지역인재 양성을 위한 공립중학교(현 장흥중학교) 개교에 논 100마지기를 내놓았다. 임야와 논밭 1만㎡는 농업기술고등학교에 실습장으로 내놓았다. 도로 건설용 부지도 여러 차례 희사했다. 장흥군수, 국회의원 등도 지냈다.
  
 장흥 죽헌고택. 대문에서 안채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멋스럽다. 왼쪽 출입문은 사랑채로 들어간다.
 장흥 죽헌고택. 대문에서 안채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멋스럽다. 왼쪽 출입문은 사랑채로 들어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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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택체험 참가자들이 장흥위씨 후손으로부터 고택 소개를 듣고 있다. 죽헌고택 안채 풍경이다. 지난 7월 6일 모습이다.
 고택체험 참가자들이 장흥위씨 후손으로부터 고택 소개를 듣고 있다. 죽헌고택 안채 풍경이다. 지난 7월 6일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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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고택 체험은 7월 6∼7일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무계고택에서 유생복을 입어 보기에 앞서 6일엔 장흥군 관산읍 방촌리에 있는 죽헌고택과 존재고택, 천관산 장천재를 차례로 찾아갔다.

죽헌고택(竹軒古宅)은 죽헌 위계창(1861~1943)이 살던 옛집이다. 안채와 사랑채, 사당, 곳간채, 대문채로 이뤄져 있다. 대문에서 안채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아기자기하고, 흙담도 정겹다. 안채 옆으로 감나무 고목이 눈길을 끈다.

여성들의 공간인 안채와 남성 공간인 사랑채 사이에 돌담을 쌓아 서로의 사생활을 보호한 것도 별나다. 사랑마당에 정원과 연못을 둔 것도 색다르다. 지붕에 처마를 덧대 비바람과 햇볕을 막으면서도 천관산 풍경을 가리지 않은 것도 압권이다.
  
 죽헌고택 사랑채 풍경. 정원과 잘 어우러져 있다. 장맛비가 내린 지난 6월 29일 모습이다.
 죽헌고택 사랑채 풍경. 정원과 잘 어우러져 있다. 장맛비가 내린 지난 6월 29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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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존재고택 풍경. 올해 첫 장흥고택체험이 진행된 지난 6월 29일 모습이다.
 비 내리는 존재고택 풍경. 올해 첫 장흥고택체험이 진행된 지난 6월 29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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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고택(存齋古宅)은 실학자 존재 위백규(1727~1798)가 살던 옛집이다. 마을에서 맨 위쪽에 자리해 전망이 좋다. 안채도 2층 기단 위에 지어졌다. 집안 어디에서라도 천관산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안채 앞 서재는 1700년대에 지어진 정자 형태의 집이다. 서쪽은 팔작, 동쪽은 맞배지붕을 하고 있다. 고택에서도 보기 드문 건축물이다. 사당도 아담하다. 안채 굴뚝의 벽을 기와로 쌓은 것도 멋스럽다.

체험여행 참가자들은 죽헌고택과 존재고택에서 장흥위씨 후손으로부터 옛집과 옛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고택 마당에 작은 나무와 꽃을 심고, 마루에 편히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시도 썼다. 그림이나 시의 배경은 고택과 천관산, 방촌들녘이었다. 옛날에 존재 위백규가 그랬던 것처럼….
  
 장흥고택체험 참가자가 천관산과 어우러진 고택 풍경을 종이에 그리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모습이다.
 장흥고택체험 참가자가 천관산과 어우러진 고택 풍경을 종이에 그리고 있다. 지난 6월 30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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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천재에서의 국악 공연. 장맛비가 내린 지난 6월 29일 모습이다.
 장천재에서의 국악 공연. 장맛비가 내린 지난 6월 29일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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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천재에선 장흥특산 청태전을 마시며 국악 공연을 즐겼다. 청태전(靑苔錢)은 차(茶)의 생김새가 푸른 이끼 낀 엽전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삼국시대부터 내려온 우리 고유의 발효차로, 장흥이 주산지였다. 떫지도, 쓰지도 않아 일반적인 녹차와 다르다.

산속에서의 공연 무대엔 젊은 국악인들이 올랐다. 계곡 물소리와 산새소리, 바람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쏟아지는 장맛비와 안개, 기와지붕을 타고 흐르는 빗물도 운치를 더했다.

장천재(長川齋)는 존재 위백규의 강학소였다. 장흥위씨 문중의 자제들이 학문을 닦는 공간으로 쓰였다. 장천재 앞으로 흐르는 천관산 계곡의 물소리도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장흥동학농민혁명기념관, 회령진역사공원, 정남진전망대, 삼산리 후박나무, 보림사 답사는 덤이다.
  
 장천재에서 진행된 가야금 3중주단의 국악공연. 지난 7월 6일 모습이다.
 장천재에서 진행된 가야금 3중주단의 국악공연. 지난 7월 6일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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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맛비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날 장흥고택체험 참가자들이 장천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6월 29일이다.
 장맛비가 시원하게 쏟아지는 날 장흥고택체험 참가자들이 장천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 6월 29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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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여겨졌던 전통문화를 생생하게, 쉽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고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국악공연이 좋았습니다. 청태전 체험도 신선했어요. 지역이 살아숨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좋았습니다. 장흥의 역사와 전통을 알 수 있었습니다. 힐링도 됐습니다."

이틀 동안 장흥고택을 체험한 참가자들의 소감이다.

국가유산청의 '2024우리고장 문화유산 고택·종갓집 활용사업'의 하나로 (사)전남종가회 장흥지부가 주관하는 장흥고택체험은 '사색(四色)정원 사색(思索)산책'을 주제로 7월 13∼14일, 8월 31∼9월 1일, 9월 7∼8일에 계속된다.
  
 장흥고택체험 참가자들이 회령진역사공원에서 이순신과 조선수군 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난 7월 7일이다.
 장흥고택체험 참가자들이 회령진역사공원에서 이순신과 조선수군 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난 7월 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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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흥고택체험, #죽헌고택, #무계고택, #사색정원사색산책,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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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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