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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산업도시들을 되살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보자.
 우리나라 산업도시들을 되살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보자.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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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으로 유학을 결심한 건, 1990년대 후반, 내가 근무하고 있던 연구소에서 버밍엄 대학과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 참여했을 때였다. 세미나는 1주일 동안 계속되었는데, 토론의 주된 내용은 '쇠퇴한 도시는 어떻게 재생가능한 것인가'였다. 불량주택을 불도저 방식으로 밀어버린 후 반듯반듯한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 도시 재개발 사업의 대부분이었던 우리사회에서,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생소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1997~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로 매우 힘든 경제적 상황에 있었지만, 도시는 여전히 성장엔진으로서 인식되었다. 사람과 자본은 기회를 찾아 여전히 도시로 몰려들었고, 도시는 성장하고 있었다. 1960년대 이후 놀라운 경제성장을 지속했기 때문에 도시의 쇠퇴 문제는 사회적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 성장의 둔화가 가속화되면서 도시들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었고, 이는 지역 경제의 쇠퇴로 이어졌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정보통신, 서비스업 등으로 변화하면서 산업 도시들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산업구조의 변화로 구도심이나 산업 밀집 지역의 역할이 축소되었으며, 그 결과 일자리 감소와 인구 유출이 발생했다.

현재 우리는 매우 심각한 도시의 쇠퇴와 지역소멸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쇠퇴하는 도시, 번영하는 도시

세계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나 쇠퇴하는 도시와 번영하는 도시는 항상 존재해왔다. 도시는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성장과 번영, 쇠퇴와 재생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는 20세기 초반부터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국제적 경쟁과 기술적 변화로 산업이 쇠퇴하면서 도시는 고립되고, 인구가 감소해 경제적으로 약화되었다. 도시 관리의 비효율성과 부패, 경제적 재건을 위한 전략 부족 등 정치적, 행정적인 문제는 디트로이트의 쇠퇴를 가속화시켜 도시는 점점 더 빈곤해졌고, 범죄율 또한 증가했다.

반면 뉴욕은 탈산업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도시재생에 성공했다. 자동차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디트로이트와 달리 뉴욕은 경제 다각화를 통해 금융, 미디어, 관광,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산업이 발달해 있어, 제조업의 쇠퇴에도 경제적 기반을 유지할 수 있었다. 뉴욕이 세계적인 스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을 했지만, 도시재생을 위한 강력한 리더십과 정책에 있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말까지 뉴욕 시장이었던 에드 코치(Ed Koch)는 거의 파산상태에 빠진 뉴욕을 살려내 재정 위기를 극복하고, 범죄율을 낮추며, 도시 인프라를 개선했다.

우리나라 주요 산업도시의 쇠퇴와 도시재생 성공전략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도시들은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의 강력한 산업화 정책으로 성장했다. 울산은 중공업, 포항은 철강, 구미는 전자산업 등 특정 산업에 의존하여 제조업 중심지로 발전했다. 이러한 산업도시들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도시화와 더불어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을 촉진하며 국가 경제 성장의 주축을 이루었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의 산업 도시들은 글로벌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많은 공장이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을 하면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쇠퇴한 산업도시들은 새로운 산업이나 혁신적인 기업을 유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청년 인구 유출 및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 간과되었던 대규모 공업단지의 환경문제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인구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산업도시들이 처한 상황은 1970~80년대 서구의 전통적인 산업도시들이 경험한 교외화, 도심 공동화, 그리고 탈산업화로 인한 인구 유출, 상업 활동 축소, 빈 건물과 노후 주택 증가와 유사하다. 우리보다 앞서 쇠퇴한 산업 도시들을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으로 재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서구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산업도시들을 되살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보자.

첫째, 다각화된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특정 산업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여 경제 기반을 다각화하여 경제적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고,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증대시켜야 한다.

둘째, 기술 혁신과 스타트업을 지원해야 한다. 청년 인구를 유치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셋째, 노후화된 인프라를 개선하여 주거 및 생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노후화된 인프라 및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여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지역 소멸 문제를 완화시켜야 한다.

넷째, 교육 및 복지 서비스를 강화시켜야 한다. 교육 및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여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지역 사회의 유대감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다섯째, 지방정부의 강력한 리더십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사회, 경제, 문화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동시에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도시 정책 결정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종합적인 도시재생 전략을 통해 한국의 산업도시들은 디트로이트의 운명을 피하고, 뉴욕과 같은 세계적인 스타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산업도시, #도시재생, #성공전략,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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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 <엄마 말대로 그때 아파트를 샀어야 했다> 출간, 주택, 도시, 그리고 커뮤니티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다소 낯설지만 익숙해지고 있는 한국의 여러 도시들을 탐색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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